영어교육(유아,초등)

'부모 경제력 = 자녀 영어실력' 갈수록 심화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8. 1. 27. 14:57

'부모 경제력 = 자녀 영어실력' 갈수록 심화

 

◆영어가 경쟁력이다 ③◆

사례 ① 오는 2월 대학 졸업과 함께 대기업 취업이 예정된 최중호 씨(가명ㆍ26)는 지난 1년간 20여 차례 토익시험을 치러 간신히 900점을 받았다. 하지만 대학 1학년 첫 영어수업에서 받은 충격은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 최씨는 "중ㆍ고교 시절을 외국에서 보낸 '국외파'들이 영어로 수다떠는 모습에 주눅부터 들었다"고 회상했다. 최씨 부모님이 지방에서 자영업을 하며 버는 월소득은 150만~200만원 선. 과외는커녕 학원을 다닌 적도 없다. 그는 "토익 점수는 높지만 입사 후 영어 프레젠테이션이나 국외영업은 어떻게 할지 걱정"이라고 푸념했다.

사례 ② 외교관 아버지를 따라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일본ㆍ미국 등지에 거주하다 고2 때 귀국한 이혜미 씨(26ㆍ가명)는 다음달 영문학과 대학원 졸업과 함께 다국적기업 입사가 예정돼 있다. 이씨는 "유치원 때부터 원어민 영어 과외를 받았다"며 "영어회화가 가능했지만 학교에서 실시하는 영어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동네 영어학원도 별도로 다녔다"고 회상했다. 외국에서 국제학교를 다니다 귀국한 후 외국어고 영어과에 편입하고 대학 학부와 대학원 전공도 영문학으로 진학했다. 이씨는 "한글 보고서보다 영어가 편할 때가 있어 오히려 맘이 더 편하다"고 말했다.

영어 공교육 붕괴로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소득이 영어 실력을 결정하고, 영어 실력이 다시 소득을 결정하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

최샛별 이화여대 교수가 조사해 발표한 '한국사회에서 영어 실력에 대한 문화자본론적 고찰' 논문에 따르면 부모 소득에 따라 자녀 영어 실력이 엇갈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 교수는 "부모의 경제적 배경이 자녀가 영어 공부를 시작하는 시기와 학습 방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우리 사회에서 영어 실력이 좋으면 업무 능력도 높은 것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부모 소득이 높을수록 자녀 '영어(학습) 시작 시기'가 빠르다. 월소득 500만원 이상인 가정은 취학 전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비율이 12.6%, 초교 1~3학년 이전에 접한 비율은 26.6%에 달했다.

반면 월소득 150만원 이하 가정에서는 자녀가 같은 시기에 영어를 시작한 비율이 각각 2.2%, 5%에 불과했다. 특히 중학교에서 처음 영어를 접한 비율도 62%에 달해 대부분 저소득층은 공교육에서 영어를 처음 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공무원 승진ㆍ인사에도 결정적 영향

25일 서울 종로에 위치한 한 어학원에서 학생과 직장인이 교육 프로그램을 살펴보고 있다. <김호영기자>
= 직장에서는 영어가 '생존 문제'로까지 중요시되고 있다. 만성 인사적체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영어 능력이 '승진 누락'에 좋은 구실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토익성적 170점을 770점으로 변조했다가 적발된 서울시 50대 공무원 A씨 사례는 극에 달한 '영어 스트레스'를 보여준다. 공무원 인사고과는 비슷한 점수가 많아 가산점을 주는 영어점수를 변조해 5급으로 승진했다.

서울 서초구는 지난해 12월 간부 직원을 대상으로 첫 영어회의를 진행했다. 회의 준비를 위해 정년을 앞둔 50대 이상 간부들이 수개월 동안 매일 3~4시간씩 영어공부에 매달렸다. 한 간부 직원은 "젊었을 때 이렇게 공부했으면 사법시험도 붙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변호사도 예외는 아니다

= 민간 기업에서 영어는 취업과 승진에서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한 채용업체가 올해 채용공고 88만6149건을 분석한 결과 영어 구사 능력을 우대조건을 내건 공고건수가 10.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8.7%, 2006년 9.9%로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법률시장 개방으로 국제통상과 기업 간 국제분규가 크게 늘면서 법조계도 영어 디바이드가 확산되고 있다.

사법연수원 진로정보센터 관계자는 "사법 연수원생 가운데 외국 생활 경험이 있어 영어에 능숙한 사람은 거의 없다"며 "하지만 최근 로펌이나 검찰에서 영어성적 우수자를 특별 채용하는 사례가 늘어 스스로 영어공부하는 연수생들이 많다"고 전했다.

[기획취재팀=덴마크(코펜하겐) = 황형규 기자 / 중국(베이징) = 서찬동 기자 / 박준모 기자 / 인도(뉴델리) = 김대원 기자 / 인도(아마다바드) = 박소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