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교육과정

자사고 이르면 내년 개교… 학생 추첨선발 검토"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8. 1. 28. 09:32

"정규 수업시간에 실용영어 교육 안 된다고만 하면

영원히 못해"

 

새정부 교육개혁 주도하는 이주호 의원
"영어 능력시험, 말하기·쓰기 비중 단계적 상향
자사고 이르면 내년 개교… 학생 추첨선발 검토"

정성진 기자 sjchung@chosun.com 
입력 : 2008.01.28 00:07 / 수정 : 2008.01.28 08:43

    • “영어교육 개혁, 안 된다고만 하면 영원히 못한다.”27일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사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교육문화분과 간사인 이주호 한나라당 의원이 바뀌는 교육정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영어교육 개혁은 청계천 복원과 비슷하다.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만 하면 끝이 없다. 영원히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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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교육문화 분과위의 이주호 간사(한나라당 의원)는 2010년 고교 1학년부터 영어수업을 영어로 진행한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영어교육 개혁 방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문법과 읽기 위주로 운영돼온 공교육을, 말하기와 쓰기와 같은 실용영어 교육으로 바꾸는데 따른 일부 교사와 학부모의 거부감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장기적으로 TV 시청 등 일상생활에서 영어를 쓰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당장은 학교 수업부터 바꾸겠다는 얘기다.
    • ―영어로만 하는 영어수업을 2년 뒤 시작하기엔 시간이 촉박하다는 지적이 많다.

      “할 수 있다. 지난 20~30년간 교육이 제대로 된 게 없어서 국민이 안 믿는 측면이 많다. 어렵고 반대가 많다고 안 할 수는 없다. 영어교육 개혁의 핵심은 실용적인 영어교육을 수업 시간에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실용영어 교육은 특별활동, 방과후 학교에서만 진행됐다. 일본도 우리랑 똑같이 했는데 효과가 없었다고 한다. 교과서, 교육과정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새 정부는 말하기, 듣기, 쓰기 등 회화를 중심으로 한 실용적인 영어 교육을 위해 영어 수업을 영어로 하는 것을 첫 단계로 삼았다. 실용 영어가 정착된 것으로 평가 받는 이스라엘, 터키, 싱가포르 등은 정부 주도로 일상생활에서 영어를 쓰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많은 영어 교사가 영어로 수업을 못하는 것이 현실인데….

      “영어 교사가 전국에 약 3만명쯤 되는데, 영어 잘하는 분들 꽤 많다. 물론 집중적인 연수가 필요한 사람도 있다. 해외 교포 등 영어 잘하는 사람들을 찾아 활용하는 방안도 찾고 있다."

    • 1월25일 인수위 이주호 의원이 영어교육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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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위 ‘영어교사 삼진아웃제’라는 법안을 내놓았던데.

      “영어교육 지원 특별법이다. 평가를 통해 영어로 수업을 할 수 있는 실력 있는 교사들에게는 해외연수를 포함한 충분히 연수할 기회를 주고 수당도 더 많이 주는 제도다. 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나머지 교사에게는 5년 동안 2번의 기회를 더 줘서 일정한 실력에 도달하지 못하면 영어 교사는 하지 않고 다른 학교 일을 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공익근무 요원을 영어 교사로 쓰는 방안도 여기에 포함돼 있었다. 내가 작년 대표 발의한 법안으로, 반대 여론도 물론 있었다. 인수위에서 이 안이 그대로 적용될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방법 중 하나로 고려하고 있다.”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려면 영어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는 단계를 넘어 장기적으로는 정규 영어 수업 시간을 더욱 늘리고, 다른 과목 수업도 영어로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터키의 경우가 그렇다. 터키는 중고등학교 중 1년은 집중적으로 과목을 불문하고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영어 사교육만 부추길 것이라는 비판도 많다.

      “지금도 이미 영어 사교육에 엄청난 돈이 들어가고 있다. 영어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도 별로 없는데, 학교에서 못 가르치면 계속 더 심해진다고 보는 것이 맞지 않은가? 다만 농어촌부터 영어 교육을 지원한다는 원칙은 세웠다. 초중고교 어떤 과정에서도 농어촌 등 어려운 지역에 대한 지원부터 먼저 한다.”

      ―2012년에 수능 대신에 학생들이 치르게 될 ‘영어능력 시험’에 대한 우려도 많다.

      “그 동안 영어 수업 중에 하지 않던 말하기, 쓰기를 테스트하는데 대해 학생과 학부모의 걱정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학생들이 말하기, 쓰기 위주로 변하는 수업에 적응하는 정도에 맞춰 점차 이 부분에 대한 비중을 늘리려고 한다. 특히 영어 능력 시험은 여러 번 칠 수 있는 시험으로, 등급제로 하더라도 수능 등급제처럼 억울한 학생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공교육 내실화 방안과 관련, 자율형사립고 100개를 세운다고 했는데, 5년 안에 가능한가.

      “자사고 유치는 이번 총선의 각 지역구에서 중요한 공약이 될 것이고, 100개보다 더 많아질 것 같아 고민이다. 이르면 내년부터 개교할 수도 있다. 또 서울이나 대도시가 아닌 곳에서부터 문을 열 수도 있다.”

      ―시험을 쳐서 자사고 학생을 선발하면 사교육만 키우는 게 아닌가.

      “자율형 사립고의 ‘자율’은 학교 운영을 자율화한다는 뜻이다. 기존 자립형 사립고(현재 전국에 6개가 있으며 선발시험이 있음)는 선발은 학교 마음대로 했지만, 정작 학교 운영에서는 자율성이 제약된 측면이 있었다. 그래서 자율형사립고는 내신으로 정원의 일정 배수, 예를 들어 1.5배, 2배 등을 뽑고 최종 선발은 추첨으로 하자는 의견이 인수위 내부에 많은 상황이다.”

      ―수능 과목 축소한다고 하면서 교육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대입 자율화 위해서는 교육과정이 바뀌어야 한다. 안 그러면 학생들이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수업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참여정부가 입학사정관제등을 전제로 수능 등급제·내신 강화를 골자로 한 2008학년도 입시안을 만들어 놓은 뒤, 입학사정관제는 하나도 안 해놓고 등급제만 실행한 것과 비슷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교육 과정 개편은 어떤 방향으로 할 것인가?

      “인수위가 아니라 새 정부가 교육 과정을 손 봐야 할 것이다. 교육과정을 조정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이건 상당히 많은 이해 당사자들이 있기 때문에 인수위에서 큰 그림을 그린 것과는 다른 내용이 나와야 한다. 좀 더 정밀함이 필요하기 때문에 발표하지 않은 것이다.”

      ―과학, 사회 과목 홀대라는 주장도 있다.

      “입시 체제 전체를 봐야 한다. 전체적으로 학생생활기록부의 반영이 합리적으로 바뀌는 과정이 동시에 진행될 것이다. 미국 대학들은 자신들이 필요한 과목을 고교 때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를 체크한 뒤 학생을 뽑는다. 우리도 학생생활기록부의 신뢰성이 높아지면 대학들이 수능이 아닌 학생부를 더 중요하게 볼 것이다. 새 정부의 교육 정책이 제대로 진행된다면, 과학, 사회 과목의 홀대라는 것은 오해가 되는 것이다.”

      ―교육부 조직 개편은 실제로 되는 것인가? 조직만 몇 개 없어지는 것이고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

      “해야할 기능과 안 해야 할 기능을 정확히 하는 것이 중요했다. 예를 들어 교육부의 인적자원본부가 하려던 일 중 상당부분이 과학기술부와 겹치는 부분이 있었다. 부서 통합에 의한 긍정적인 효과가 나오는 것이다. 사람을 얼마 줄였느냐는 것 보다는 기능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교육 공무원이 교육부와 국립대, 교육부와 교육청을 넘나들면서 순환하는 제도는 끊는다. 지방 국립대나 교육청의 인사 상황이 열악하니까 도와줘야 한다는 차원에서는 의미가 있었으나, 국립대나 지방 교육청의 역량 강화를 오히려 저해하는 요인이 됐다.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자립기반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중앙 공무원 입장에서도 내려갈 통로가 있을 경우에 나태해지는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인수위 교육정책이 성급하다는 비판이 있다.

      “교육 개혁의 줄기는 정권 출범 전에 잡혀야 한다. 과거 정권은 임기 내내 대입제도 만들다가 끝났다. 로드맵을 발표한 이유는 대학 자율화가 점진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학부모들에게 미리 알리기 위한 것이다. 새 정부는 학교 교육 강화에 매달린다. 영어 교육 개혁은 국가적 프로젝트라서 미리 발표한 것이다. 현기증 난다는 의견, 인수위가 조급증에 걸렸다는 비판 있는데, 지금까지 정부가 교육에 대해 뭘 해놓은 것이 워낙 없다 보니 그런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절대 즉흥적인 발표 아니고 우선 순위와 순서를 잘 생각해서 한 것이다.”

      ―‘튄다’는 얘기를 들은 적은 없는가?

      “독주한다는 비판도 있는 것을 안다. 그러나 사실 공약의 대부분이 한나라당 당론이었으므로, 그런 비판에는 오해가 좀 있다. 3단계 자율화나 공교육 강화 같은 것들은 한나라당이 그 동안 꾸준히 공청회, 세미나를 하면서 굳혀 온 것들이다. 이런 것이 공약으로 내걸린 것이지, 내 머리 속에서만 나온 것은 절대로 아니다.”

      -당선인이 말하는 ‘무릎을 칠만한 대책’을 찾았는가.

      “당선인은 사교육비 절감을 가장 강조한다. 사교육비의 상당부분이 영어 교육이다. 결국 영어 학교 교육을 강화할만한 대안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 ●이주호 의원은?

      전공은 경제학… YS정부때 현실교육과 인연

      이주호(47·한나라당 의원) 간사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을 주도해 만들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교육문화 분과를 맡으면서, 자타가 공인하는 교육 개혁의 핵심 인사가 됐다.

      이 간사는 KDI(한국교육개발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이던 2004년 한나라당 비례 대표로 17대 국회에 들어간 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줄곧 일해왔다. 2005년 1월부터는 한나라당의 제5정조위원회(교육·노동·환경·보건복지) 위원장을 맡고 있다.

      교육 전문가지만 이 간사의 학창시절 전공은 경제학이다.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세부적으로는 노동 경제학을 전공했다.

      현실의 교육문제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KDI 연구원이던 1995년 김영삼 정부의 교육개혁 위원회에서 전문 위원을 맡으면서부터다. 2004년 정치입문을 한 데 대해 이 간사는 "정치권에서 교육문제를 풀 때가 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간사는 그동안 '자율과 책무의 대학 개혁'(박세일 우천식 공저) 등 10여권의 저서와 수십 편의 논문을 통해 대학에는 자율성을 줘야 하며 평준화가 보완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특히 평준화에 대해 그는 "한국 정부는 고교 간 학력 차이에 대해 눈을 감아 버림으로써 명백한 평준화의 실패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며 "정보 공개를 통해 학력이 떨어지는 학교의 학력을 높여야 진정한 평준화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해왔다. 이밖에 규제가 아닌 자율 강조, 관청이 아닌 학교 위주의 교육 운영, 다양한 종류의 고교 확보 등이 이 간사가 평소에 필요하다고 해온 내용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