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교육과정

전국석차 표기 학업성취도 시험 부활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8. 2. 27. 00:18

전국석차 표기 ‘일제시험’ 부활…초·중생 멍든다


[한겨레] “아무래도 전국적으로 시험을 본다고 하니까 부담이 크죠. 중학교 올라가서 처음 보는 시험인데, 그 시험으로 아이가 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아이’나 ‘못하는 아이’로 구분이 될 테니까요. 가능하다면 좋은 점수를 받아야죠.”

‘예비 중1’ 딸을 둔 장아무개(42·서울 구로구)씨는 다음달 6일 치를 ‘전국연합 진단평가’ 때문에 요즘 초조하다. 지난해 10월 학업성취도 평가를 치르고, 지난 21일 입학할 중학교에서 학급 편성 배치고사를 본 아이가 입학하자마자 또 시험을 본다며 짜증이 늘었다. 선행학습을 해야 한다고 해서 보낸 종합학원에서 진단평가에 대비해 문제를 풀어준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걱정된다고 했다.

경기 고양시 ㅂ중학교에 입학할 ㅇ(13)군은 “배치고사니, 진단평가니 시험을 왜 이렇게 여러 차례 봐야 하는지 모르겠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ㅇ군은 날마다 오후 5시부터 3시간 동안 학원에서 공부한다.

초·중학생들의 학업 성취 수준을 파악한다는 명목으로 올해 객관식 전국 일제시험이 잇따라 도입될 예정이어서, 점수로 줄 세우기, 치열한 학업 경쟁, 사교육비 증가 등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초등 3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올해 적어도 한 차례 이상은 진단평가나 학업성취도 평가라는 전국 일제시험을 치르게 된다.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은 다음달 6일 ‘중1 전국연합 진단평가’를 동시에 치른다. 국어·사회·수학·과학·영어 등 다섯 과목을 객관식 25문항씩으로 평가한다. 중1 학생 68만명이 같은 날, 같은 내용으로 시험을 치르는 것이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은 개별 성적표에 ‘점수, 평균, 전국 석차백분율’을 매겨 통보할 방침이다. 학생이 전국에서 몇 등인지 한눈에 알 수 있게 한다는 얘기다.

같은 날 중학교 2∼3학년 학생들도 ‘교과학습 진단평가’를 치르며, 3월11일에는 초등 4∼6학년 학생들이 ‘진단평가’를 본다. 이것은
교육인적자원부가 학습 부진아 판별을 위해 올해 처음 시행하는 것이다. 다섯 과목, 모두 객관식이다. 교육부는 1% 가량을 표집해 분석하겠다는 태도지만, 현재 대부분 시·도교육청이 참여하기로 했으며 서울시교육청 등은 ‘모든 학교가 치르도록 준비하라’는 공문을 학교들에 보냈다. 사실상 전국 일제시험이 되는 것이다.

시·도교육감들은 또 올해부터 중1∼3년 학생들에게 학년 말에 ‘전국연합 학업성취도 평가’도 치를 계획이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사교육 부담이 더욱 커졌다며 하소연한다. ㅈ학원 등 학원들은 ‘전국연합 평가 대비반’을 운영해 선행학습을 부추기고 있고, 출판사 10여 곳은 이미 진단평가 대비 문제집을 내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진영효 전국교과모임연합 의장(서울 상암중 교사)은 “전국 일제시험을 치르면 학교간, 시·도간 경쟁이 일어나 일제시험 대비 교육이 전면화할 것”이라며 “초등학교 때부터 전국 학생들을 서열화해, 점수 따기 무한경쟁에 빠뜨릴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객관식 일제시험 방식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박진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초등위원장은 “객관식 시험으로 아이들을 진단한다는 것은 가장 편리한 방법일 뿐, 오히려 학습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며 “아이들은 시험 스트레스와 지나친 학습 노동에 시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