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체육·국어교사 섞어놓고 "이 글의 문법오류 찾아라" 교원연수, 뭡니까 이게 |
학생들은 학원에서 공부하고, 학교에서는 '들을 것 없다'며 잠잔다. 학생들은 '선생님'의 실력을 내심 의심한다. 연간 사교육비 30조원 시대의 교실 풍경이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잠을 자거나 수업과 무관한 다른 공부를 하는 모습에 익숙해져 간다. 스스로 무기력해지는 것이다. 꿈 많은 새내기 교사들조차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정부는 교사들의 수업을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 교사 연수 강화에 연간 610억원(교육과학기술부 추정치)의 국가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대한민국 교사연수 현장은 어떨까. 지난달 26일 서울시교육연수원. 40여명의 고등학교 교사들이 논술지도 강의를 듣고 있다. 거의 '콩나물 교실'이다. 강사가 "교재를 펴보라"고 지시했으나 이를 따르는 교사는 절반에 불과하다. 맨 뒷자리에 앉은 교사 중 일부는 책상 밑에 소설책을 펴놓고 있다.
강의에 참석한 한 과학 교사는 "학생도 한 반 정원이 35명인데 교사가 40~50명씩 되는 데서 수업을 듣는다"고 했다. 그나마 서울지역은 나은 편. 지방 교사들은 80~100명이 한 교실에서 연수를 받기도 한다.
교사 간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반 편성도 교사들 의욕을 꺾는다. 지난 1월 충북지역에서 열린 논술 연수. 체육·과학 교사 20명과 국어교사들이 섞여 있었다. "학생이 작성한 논술에서 문법적 오류를 집어내라"는 강사의 지시가 떨어지자, 논술문을 받아 든 예체능·과학 교사들 사이에서 "보조용언은 어떻게 띄어 쓰나" "조사나 접미사 사용법을 알려달라"는 질문이 나왔다. 국어 교사들 사이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정부는 교사들의 수업을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 교사 연수 강화에 연간 610억원(교육과학기술부 추정치)의 국가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대한민국 교사연수 현장은 어떨까. 지난달 26일 서울시교육연수원. 40여명의 고등학교 교사들이 논술지도 강의를 듣고 있다. 거의 '콩나물 교실'이다. 강사가 "교재를 펴보라"고 지시했으나 이를 따르는 교사는 절반에 불과하다. 맨 뒷자리에 앉은 교사 중 일부는 책상 밑에 소설책을 펴놓고 있다.
강의에 참석한 한 과학 교사는 "학생도 한 반 정원이 35명인데 교사가 40~50명씩 되는 데서 수업을 듣는다"고 했다. 그나마 서울지역은 나은 편. 지방 교사들은 80~100명이 한 교실에서 연수를 받기도 한다.
교사 간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반 편성도 교사들 의욕을 꺾는다. 지난 1월 충북지역에서 열린 논술 연수. 체육·과학 교사 20명과 국어교사들이 섞여 있었다. "학생이 작성한 논술에서 문법적 오류를 집어내라"는 강사의 지시가 떨어지자, 논술문을 받아 든 예체능·과학 교사들 사이에서 "보조용언은 어떻게 띄어 쓰나" "조사나 접미사 사용법을 알려달라"는 질문이 나왔다. 국어 교사들 사이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 ▲ 한국 지난달 26일 서울의 한 연수원에서 진행된 교원 연수 현장. 교실을 가득 채운 교사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김경은 기자
- ▲ 핀란드 지난달 28일 핀란드 헬싱키 대학에서 소규모의 토론식 교원 연수가 진행되고 있다./헬싱키=오윤희 기자 oyounhee@chosun.com
최근 서울지역 초등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생활지도 연수. 강사로 초빙된 한 초등학교 교장의 첫마디는 "편히 쉬다 가라"는 것이었다. 어리둥절해 있는 교사들을 앉혀놓고 강사의 자기자랑이 이어졌다. "○○학교는 엉망이었는데 내가 기부금 받아 페인트칠 하면서 확 좋아졌어." C초등학교 김모 교사는 "왜 이 자리에 앉아있어야 하나 생각을 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럴듯한 강좌명을 걸어놓고 엉뚱한 내용을 강의하기도 한다. 지난달 서울지역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영상을 통한 논술수업'. 강사는 "동영상을 찍으려면 빨간 버튼을 눌러라"는 등 초보자를 위한 캠코더 작동법 설명만을 늘어놓더니 정작 논술 얘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교사는 사교육 강사의 인터넷강의를 듣는다. 교사들도 '사교육'을 받는 것이다. 서울 D고교 과학교사 이모(33)씨는 "수능 출제 유형에 따라 교육방법도 달라야 하는데, 재교육이 전혀 안되니 욕심 있는 사람들은 학원강의라도 참고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원자가 없는 일부 교사연수에는 교사들이 강제 동원된다. 부산의 한 중학교 교사인 김모(여·31)씨는 작년 '동원연수'를 다녀왔다. 교육청이 마련한 연수에 정원이 차지 않자, 학교에 연수인원이 강제 배정된 것이다. '대출(代出)연수'도 있다. 일부 부장교사나 교감이 승진을 위한 연수를 신청해 놓고, 평교사를 시켜 대리 출석하게 하는 것이다.
교사들이 가장 답답해 하는 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시야가 점점 좁아진다는 점이다. 교사 생활 10년을 훌쩍 넘겨도, 보름짜리 해외 연수조차 한번 다녀오기 힘든 게 현실이다. 연수 동기와 목적이 분명해도 교직경력이 짧으면 포기해야 한다.
중학교 사회 교사 권모(35)씨는 "다른 나라에선 아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가르치는지 직접 보고 싶지만 학교당 2~3년에 한번 돌아오는 연수기회로는 꿈도 못 꾼다"고 했다. 때문에 일부 젊은 교사들은 100만~200만원씩 자비를 들여 방학 중 미국·캐나다 등에서 영어 연수를 받기도 한다. 한 고교 교사는 "의욕이 넘치던 새내기 교사도 임용 후 2~3년만 지나면 대부분 현실에 안주하게 된다"고 말했다.
입력 : 2008.03.10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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