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터뷰]
"10년뒤 한국은 세계 7대 우주강국 우뚝 설 것"
12월 세계 9번째 자력 위성발사 준비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가 19일 무사히 지구로 귀환했다. 그의 열흘간의 우주여행은 하늘 한 번 쳐다볼 새 없던 일반인에게도 우주에 대한 꿈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한국 우주인 배출 사업을 진두지휘한 백홍열(白鴻悅·55)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20일 "이소연씨가 마지막 우주인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또 다른 도전을 예고했다.
올 12월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첫 국산 우주발사체 KSLV 1호가 과학위성을 싣고 성공적으로 발사되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9번째로 위성 발사국가가 된다. 백 원장은 "지금부터 딱 10년만 기다려 달라. 10년 후면 우리나라가 세계 7대 우주강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연씨와 관련, 국가가 거액을 들여 한 개인에게 우주관광을 시켜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미항공우주국도 이씨를 우주인이 아닌 단순 '우주비행참가자'로 분류했다.
"우주비행 참가자란 말은 우리가 국제우주정거장 건설에 참여한 16개국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쓴 말이다. 러시아 유인우주국장도 지금까지 우주관광객이 실험장비를 50㎏이나 가져간 적은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만난 아주머니까지 국제우주정거장이니, 무중력이니 하며 우주를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 우리 국민에게 우주에 대한 관심을 심어준 것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다."
올 12월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첫 국산 우주발사체 KSLV 1호가 과학위성을 싣고 성공적으로 발사되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9번째로 위성 발사국가가 된다. 백 원장은 "지금부터 딱 10년만 기다려 달라. 10년 후면 우리나라가 세계 7대 우주강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연씨와 관련, 국가가 거액을 들여 한 개인에게 우주관광을 시켜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미항공우주국도 이씨를 우주인이 아닌 단순 '우주비행참가자'로 분류했다.
"우주비행 참가자란 말은 우리가 국제우주정거장 건설에 참여한 16개국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쓴 말이다. 러시아 유인우주국장도 지금까지 우주관광객이 실험장비를 50㎏이나 가져간 적은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만난 아주머니까지 국제우주정거장이니, 무중력이니 하며 우주를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 우리 국민에게 우주에 대한 관심을 심어준 것은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다."
- ▲ 백홍열 항공우주연구원장이 내년 6월 발사 예정인 통신해양기상위성 모형을 들고 우리나라 위성 개발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대덕=전재홍 기자 jhjun@chosun.com
"개인적으로는 정부가 주도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래 연구원은 중·장기 계획으로 우주실험을 할 우주인을 배출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나 국회가 국민이 우주에 관심을 가져줄지 믿음이 없었다. 다만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란 점만 알아줬으면 한다. 연구원이 계획했던 대로 우주개발을 추진하면 제2, 제3의 한국 우주인이 나올 것이다."
―한국 우주인 탄생에 이어 올 12월엔 KSLV 1호 발사라는 또 다른 대형 우주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 준비는 잘되고 있는가.
"연구원이 10년 동안 준비한 가장 중요한 사업이다. 우리 땅에서 우리 위성을 우리 로켓으로 쏘아 올리는 일이다. 전 세계에서 위성을 스스로의 힘으로 발사한 나라는 8개국밖에 없다. 1호는 작은 과학위성을 싣고 가지만 2017년 KSLV 2호는 1.5t급 실용 위성을 쏘아 올릴 것이다. 달 탐사 위성 개발도 계획돼 있다. 그때가 되면 세계 7위권 우주강국이 될 것이다."
―KSLV 1호 준비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러시아에 개발 외주를 준 로켓의 하단부는 10월 들어온다. 우리가 맡은 상단부는 이미 개발이 끝났다. 가장 큰 난관은 발사대다. 한·러 기술보호협정이 늦게 체결돼 작년 말에야 관련 자료를 받았다. 러시아는 발사대 건설에 2년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우리는 1년 앞당겨 올 9월 완공할 것이다. 하단 로켓 개발사인 흐루니체프사 사장이 '우주기술 개발 분야에 올림픽이 있다면 한국이 1등을 할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빨리 가고 있다. 정부 승인 과정이 남아 있지만, 연구원 자체로는 12월 21일 발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호 개발도 러시아와 함께 하는가.
"로켓 기술은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 따라 이전이 안 된다. 다만 연소시험 등에서 간접적인 협력은 가능할 것이다. MTCR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러시아와 차세대 로켓 엔진 공동개발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과거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전통적인 동맹국인 미국과 협력할 수는 없는가.
"일본은 냉전시대 미국과 구소련의 대결 덕에 미국의 협력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본도 미국에서 기술을 못 받고 있다. 새 정부 들어 한미관계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당장 로켓 분야에서는 힘들겠지만 달 탐사는 양국 간 협력이 가능할 것이다. 최근 미항공우주국(NASA)이 달 탐사 참여를 요청해와 우리 항공우주연구원과 KAIST가 대표단을 미국에 보내 협의한 바 있다. 그전에 없던 일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협력이 가능한가.
"미국은 돈만 내는 것보다 기술로 기여하는 것을 원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달 탐사 로봇을 개발하고, 이를 공동 운용하는 식이다. 또 우리가 우주실험장비를 만들면 이것으로 제2, 제3의 한국인 우주인이 직접 우주에 가서 실험할 수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선진국처럼 마냥 돈을 쏟아 부을 수는 없지 않은가.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간 가랑이 찢어진다. 개인적으로 미국의 100분의 1, 일본의 10분의 1 정도면 우리 국력에 적당하다고 본다. 연간으로 따지면 국가 R&D 투자의 5%인 약 5000억원 정도이다. 지금은 3500억원 수준이다. 얼마 전 국민 한 명이 우주개발에 얼마나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 여론 조사를 했더니 80% 이상이 1만원 이상이라고 답한 것을 봤다. 5000만 국민이 1만원씩 내면 딱 5000억원이다."
―우리의 우주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위성 본체는 선진국과 거의 동등하다. 다만 카메라처럼 위성에 실리는 탑재장비 분야에서는 좀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위성은 선진국 기술의 80%, 발사체는 60~70% 수준으로 본다."
―우주개발에서 우리의 모델이 될 수 있는 나라는?
"우리보다 앞서 세계 8번째로 자력 위성 발사에 성공한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의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다. 덩치가 큰 분야는 국제협력을 추진하고 자신들은 국내산업에 기여할만한 기술 위주로 개발하는 식이다. 이스라엘의 우주개발은 군수산업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군사위성에 들어가는 카메라는 이스라엘이 세계 1등이다. 또, 같은 성능이라면 이스라엘 위성의 무게가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도 값이 비싸면 성능을 좋게, 성능이 같으면 값을 싸게 하는 식의 실용적 접근법이 필요하다. 달 탐사 분야에서도 순수 과학 분야보다는 GPS(위성위치추적)나 통신 위성을 개발하는 데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외국의 달 탐사 바람에 편승한다는 비판도 있다. 왜 달에 가야 하나.
"지구의 에너지는 모두 태양에서 비롯된다.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주로 가야 한다. 우주에 10분의 1만 더 가까이 가면 태양에너지를 100배 더 받을 수 있다. 달에는 핵융합의 원료인 헬륨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 유럽이 식민지를 개척할 때 당시 강대국인 영국과 스페인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소국 네덜란드도 갔다. 21세기 새로운 우주 영토 경쟁에 빠져선 안 된다."
☞백홍열 원장은
백홍열 원장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로켓 맨'이다. 1975년 서울대를 졸업한 뒤 바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들어가 20년 동안 각종 국산 로켓을 개발했다. 지대지유도탄 '백곰' '현무' 와 함대함유도탄 '해룡', 지대공유도탄 '천마' 등이 모두 그의 손때가 묻은 작품이다. 연구원 신분으로 미 코넬대에 유학을 가서 응용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위성으로 진로를 틀어 항공우주연구원에서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1~2호 개발을 이끌었다. 2005년 12월 항공우주연구원장에 취임한 후 '아리랑' 2호 발사, 한국 최초 우주인 배출 사업을 성공시켰다. 나로우주센터 건설과 KSLV 1호 발사도 지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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