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40%가 영어… 공교육 안으로 흡수해야"
조선일보 | 기사입력 2008.04.27 23:04 | 최종수정 2008.04.28 06:37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영어교육 목표는 국제사회 소통 가능하게 하는 것 자격시험 도입으로 사교육비 부담 경감시킬 것 폐쇄적인 교육 개방… 학교·교사 경쟁하게 해야 자율형사립高2010년 개교, 영재학교 4곳으로"
25일 세종로 정부 청사 집무실에서 만난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학교도 교사도 이제는 경쟁이란 단어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최근 교육당국이 발표한 '학교 자율화' 정책을 놓고 만난 자리였다. 정부는 그동안 틀어쥐고 있던 교육 정책 권한을 일선 학교와 교육청으로 대폭 넘겨버렸다.
앞으로 방과 후 '학원 강사'가 학교에 들어와 보충수업을 진행할 수 있고, 영어·수학·과학 등 주요과목의 수준별 수업이 확대된다. 지난 정권들에서 10년 동안 이뤄진 '평등주의' 교육 방식의 청산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김 장관은, 자신의 철학이 그렇든 아니든, 이 모든 교육 정책 변화를 이끌어가는 전면에 서게 된 셈이다.
―학교 자율화 정책이 도입되면 학교 현장이 어떻게 달라지나.
"(정부) 밖에서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 우리 교육을 볼 때 답답했다. 이번에 발표한 자율화는 그동안 폐쇄적이던 학교를 개방하자는 것이다. 스포츠에서 공격이 최상의 수비이듯, 공교육의 입지를 지키겠다고만 하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학교를 개방하고 학교·교사 간 경쟁체제로 가자는 것이 학교자율화 취지다."
―학교가 학원화된다는 비판도 있다.
"그런 우려가 있으나 교육 수요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사교육의 역할과 영향력을 현실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사교육은 우리사회의 독특한 교육 시스템 중 하나다. 박태환 , 김연아 모두 사교육의 결과 아니냐는 농담도 있다. 문제는 사교육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공교육이 힘이 없다는 데 있다."
―사교육 규모를 5년 안에 반으로 줄이겠다는 이명박 대통령 공약은 가능한가.
"영어교육을 공교육 안으로 끌어들이는 게 관건이다. 사교육비 중 40%가 영어교육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래도 학부모들은 이 정부의 영어공교육 개선방안을 보면서 영어사교육비가 더 늘 것이라고 우려한다.
"솔직히 영어가 큰 숙제다. 영어교육은 국제사회에서 의사소통할 수 있는 학생들을 길러내는 게 목표다. 영어교육을 대학 입시와 지나치게 연계하지 않을 방침이다."
―그게 무슨 의미인가.
"2013학년도(2012년) 대입부터 수능에서 영어과목이 빠지고 국가에서 주관하는 영어능력평가시험으로 대체된다. 그 시험을 점수제가 아닌 어느 정도 수준을 넘으면 합격 자격을 주는 통과여부(Pass or Fail) 시험으로 만들려고 한다. 그렇게 되면 (토플이나 토익처럼) 영어평가시험이 무한정 잘하기 경쟁시험이 되지 않을 것이다."
―중학생들 가운데는 특목고냐, 새로 도입되는 자율형사립고(기존 자립형사립고에 비해 교과·학사 운영에 있어 자율성을 늘린 학교 형태)냐를 놓고 고민하기도 한다.
"정부는 학교의 유형을 다양화하는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 중 기숙형 공립고(150개)와 직업계 고교인 마이스터고(50개)는 조만간 추진계획을 발표한다. 하지만 자사고(100개)는 신중히 추진하려고 한다. 학생 선발방법, 재단 전입금 등 논의할 게 많다. 빠르면 2010년 개교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중2학생이 해당된다. "
―교수 시절 수학·과학에 대한 엘리트 교육을 강조했다.
"실제로 다급하다. 이는 10~20년 후의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교육이다. 학교별로 수준별 수업을 광범위하게 도입하겠다."
―최근 지자체별로 영재학교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영재교육은 계속 확대한다. 현재 부산에 영재학교가 있는데 이번 주 중 영재학교 한 곳을 추가로 발표한다. 2012년까지 4개교로 늘리겠다."
―대교협 손병두 신임 회장은 대학 재정이 너무 부족하다고 했다.
"선진국 대학들은 대학운영비의 70~80%를 국가가 부담하지만, 우리는 70~80%를 학생들 등록금에 의지한다. 국가가 대학에 지원을 늘려줘야 한다는 의견에 동감한다."
―대학들 스스로 개선하고 체질을 바꿀 것도 있지 않나.
"물론이다. 대학 스스로 폐쇄성을 벗고 개방하고 경쟁해야 한다. 그 변화는 시작됐다. KAIST가 대학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지 않은가."
―교육정책을 이끌고 있는 것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아니라 청와대라는 말이 있다.
"근본적으로 학교자율화, 고교 다양화 등의 정책은 대통령 공약사항이다. 청와대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교과부가 추진한다. 청와대 대통령실과 교과부는 좋은 파트너이다. 교육에 대한 방향과 시각이 일치한다."
―우리사회 교육문제는 초·중·고·대학 중 어느 단계가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나?
"대학입시다. 너무 획일화되어 있다. 입시가 다양화되면 초·중등 교육도 다양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입에서 3불(고교등급제, 본고사, 기여입학제 금지) 제도가 논란이다.
"전국의 고교를 성적에 따라 줄 세우는 고교등급제는 안 된다. 다만 대학이 고교의 프로그램을 각각 평가해 그 학교 학생들에게 가중치를 두는 것은 찬성한다. 그게 대입 자율화다."
―본고사는 어떤가.
"예전처럼 국·영·수 시험은 (대학이) 안 봤으면 좋겠다. 하지만 A대학에서는 논술 시험을 보고, B대학에서는 수학 시험(대학별 고사)을 보고 학생을 선발할 수 있을 것이다. KAIST는 하루 종일 면접을 보고 학생을 선발한다. 앞으로 대학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기여입학제는 반대다."
―서울대 공대 학장으로 대학 개혁을 이끌었다. 이제 대한민국의 교육개혁을 지휘해야 한다. 교수와 관료 중 누구와 일하는 것이 더 힘드나.
"어느 쪽이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우려는 없다."
―부친이 교직에 있었다. 교사에 대한 애정이 많을 것이다.
"한문교사로 35년간 재직하셨다. 교사들은 우리 사회의 우수한 집단이다. 그분들의 역량에 대해 신뢰를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 미래를 결정하는 게 교사들이다."
―그 좋은 교사들이지만 공교육이 무너졌다고 난리 아닌가.
"동기유발이 안 된 것 같다. 획일적인 교육체제가 문제였다. 잘 가르쳐도 빛이 안 나니까 교사들이 움직이지 않은 것이다."
―교사 평가는 추진하나.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 못하는 교사를 가리기보다는 잘하는 교사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도입할 것이다."
―현 정부의 교육 정책을 학부모들에게 한마디로 요약하면.
"다양화와 경쟁이다. 획일화된 교육을 바꿔야 한다. 잘 가르치기 위해 학교와 교사가 서로 경쟁하는 분위기를 만들 것이다."
김도연 장관은
서울대에서는 '공대를 바꾼 사람'으로 통한다. 2005년 9월부터 2년간 서울대 공대 학장으로 있으면서 영어 강의 확대, 학장 직선제 폐지, 교수평가제 강화를 밀어붙이는 등 개혁을 이끌었다. "소리 없이 일하지만 할 일을 다하는 사람"이라고 주변에서 말한다. 교수 시절에는 초·중·고교의 엘리트 교육을 강조했다. 학교에서 평준화 교육만 강조해 이공계 대학생들의 실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한국공학한림원의 젊은 공학인상 등 각종 상을 받은 한국 재료공학의 대표적 학자이기도 하다.
국무위원 중 최장신(188㎝). 장관으로 임명된 직후 "제가 유난히 키가 큽니다. (장관으로 임명된 것은) 교육을 멀리 내다보라는 의미로 알겠습니다"고 말했다.
2008년4월25일 오후5시쯤 서울 정부중앙청사에서 김도연 교육과학부 장관이 새 정부의 교육과학 정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채승우 기자 [안석배 기자 sbahn@chosun.com ]
25일 세종로 정부 청사 집무실에서 만난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학교도 교사도 이제는 경쟁이란 단어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최근 교육당국이 발표한 '학교 자율화' 정책을 놓고 만난 자리였다. 정부는 그동안 틀어쥐고 있던 교육 정책 권한을 일선 학교와 교육청으로 대폭 넘겨버렸다.
↑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새 정부의 교육정책은 개방과 경쟁의 개념을 학교사회에 도입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김 장관은, 자신의 철학이 그렇든 아니든, 이 모든 교육 정책 변화를 이끌어가는 전면에 서게 된 셈이다.
―학교 자율화 정책이 도입되면 학교 현장이 어떻게 달라지나.
"(정부) 밖에서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 우리 교육을 볼 때 답답했다. 이번에 발표한 자율화는 그동안 폐쇄적이던 학교를 개방하자는 것이다. 스포츠에서 공격이 최상의 수비이듯, 공교육의 입지를 지키겠다고만 하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학교를 개방하고 학교·교사 간 경쟁체제로 가자는 것이 학교자율화 취지다."
―학교가 학원화된다는 비판도 있다.
"그런 우려가 있으나 교육 수요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사교육의 역할과 영향력을 현실로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사교육은 우리사회의 독특한 교육 시스템 중 하나다. 박태환 , 김연아 모두 사교육의 결과 아니냐는 농담도 있다. 문제는 사교육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공교육이 힘이 없다는 데 있다."
―사교육 규모를 5년 안에 반으로 줄이겠다는 이명박 대통령 공약은 가능한가.
"영어교육을 공교육 안으로 끌어들이는 게 관건이다. 사교육비 중 40%가 영어교육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래도 학부모들은 이 정부의 영어공교육 개선방안을 보면서 영어사교육비가 더 늘 것이라고 우려한다.
"솔직히 영어가 큰 숙제다. 영어교육은 국제사회에서 의사소통할 수 있는 학생들을 길러내는 게 목표다. 영어교육을 대학 입시와 지나치게 연계하지 않을 방침이다."
―그게 무슨 의미인가.
"2013학년도(2012년) 대입부터 수능에서 영어과목이 빠지고 국가에서 주관하는 영어능력평가시험으로 대체된다. 그 시험을 점수제가 아닌 어느 정도 수준을 넘으면 합격 자격을 주는 통과여부(Pass or Fail) 시험으로 만들려고 한다. 그렇게 되면 (토플이나 토익처럼) 영어평가시험이 무한정 잘하기 경쟁시험이 되지 않을 것이다."
―중학생들 가운데는 특목고냐, 새로 도입되는 자율형사립고(기존 자립형사립고에 비해 교과·학사 운영에 있어 자율성을 늘린 학교 형태)냐를 놓고 고민하기도 한다.
"정부는 학교의 유형을 다양화하는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 중 기숙형 공립고(150개)와 직업계 고교인 마이스터고(50개)는 조만간 추진계획을 발표한다. 하지만 자사고(100개)는 신중히 추진하려고 한다. 학생 선발방법, 재단 전입금 등 논의할 게 많다. 빠르면 2010년 개교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중2학생이 해당된다. "
―교수 시절 수학·과학에 대한 엘리트 교육을 강조했다.
"실제로 다급하다. 이는 10~20년 후의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교육이다. 학교별로 수준별 수업을 광범위하게 도입하겠다."
―최근 지자체별로 영재학교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영재교육은 계속 확대한다. 현재 부산에 영재학교가 있는데 이번 주 중 영재학교 한 곳을 추가로 발표한다. 2012년까지 4개교로 늘리겠다."
―대교협 손병두 신임 회장은 대학 재정이 너무 부족하다고 했다.
"선진국 대학들은 대학운영비의 70~80%를 국가가 부담하지만, 우리는 70~80%를 학생들 등록금에 의지한다. 국가가 대학에 지원을 늘려줘야 한다는 의견에 동감한다."
―대학들 스스로 개선하고 체질을 바꿀 것도 있지 않나.
"물론이다. 대학 스스로 폐쇄성을 벗고 개방하고 경쟁해야 한다. 그 변화는 시작됐다. KAIST가 대학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지 않은가."
―교육정책을 이끌고 있는 것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아니라 청와대라는 말이 있다.
"근본적으로 학교자율화, 고교 다양화 등의 정책은 대통령 공약사항이다. 청와대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교과부가 추진한다. 청와대 대통령실과 교과부는 좋은 파트너이다. 교육에 대한 방향과 시각이 일치한다."
―우리사회 교육문제는 초·중·고·대학 중 어느 단계가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나?
"대학입시다. 너무 획일화되어 있다. 입시가 다양화되면 초·중등 교육도 다양화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입에서 3불(고교등급제, 본고사, 기여입학제 금지) 제도가 논란이다.
"전국의 고교를 성적에 따라 줄 세우는 고교등급제는 안 된다. 다만 대학이 고교의 프로그램을 각각 평가해 그 학교 학생들에게 가중치를 두는 것은 찬성한다. 그게 대입 자율화다."
―본고사는 어떤가.
"예전처럼 국·영·수 시험은 (대학이) 안 봤으면 좋겠다. 하지만 A대학에서는 논술 시험을 보고, B대학에서는 수학 시험(대학별 고사)을 보고 학생을 선발할 수 있을 것이다. KAIST는 하루 종일 면접을 보고 학생을 선발한다. 앞으로 대학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기여입학제는 반대다."
―서울대 공대 학장으로 대학 개혁을 이끌었다. 이제 대한민국의 교육개혁을 지휘해야 한다. 교수와 관료 중 누구와 일하는 것이 더 힘드나.
"어느 쪽이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우려는 없다."
―부친이 교직에 있었다. 교사에 대한 애정이 많을 것이다.
"한문교사로 35년간 재직하셨다. 교사들은 우리 사회의 우수한 집단이다. 그분들의 역량에 대해 신뢰를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 미래를 결정하는 게 교사들이다."
―그 좋은 교사들이지만 공교육이 무너졌다고 난리 아닌가.
"동기유발이 안 된 것 같다. 획일적인 교육체제가 문제였다. 잘 가르쳐도 빛이 안 나니까 교사들이 움직이지 않은 것이다."
―교사 평가는 추진하나.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 못하는 교사를 가리기보다는 잘하는 교사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도입할 것이다."
―현 정부의 교육 정책을 학부모들에게 한마디로 요약하면.
"다양화와 경쟁이다. 획일화된 교육을 바꿔야 한다. 잘 가르치기 위해 학교와 교사가 서로 경쟁하는 분위기를 만들 것이다."
김도연 장관은
서울대에서는 '공대를 바꾼 사람'으로 통한다. 2005년 9월부터 2년간 서울대 공대 학장으로 있으면서 영어 강의 확대, 학장 직선제 폐지, 교수평가제 강화를 밀어붙이는 등 개혁을 이끌었다. "소리 없이 일하지만 할 일을 다하는 사람"이라고 주변에서 말한다. 교수 시절에는 초·중·고교의 엘리트 교육을 강조했다. 학교에서 평준화 교육만 강조해 이공계 대학생들의 실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한국공학한림원의 젊은 공학인상 등 각종 상을 받은 한국 재료공학의 대표적 학자이기도 하다.
국무위원 중 최장신(188㎝). 장관으로 임명된 직후 "제가 유난히 키가 큽니다. (장관으로 임명된 것은) 교육을 멀리 내다보라는 의미로 알겠습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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