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간단한 영어 단어만 물어봐도 식은땀이 흐른다는 엄마들. 학교 다닐 때는 그리 영어 성적이 나쁘지도 않았는데, 외국인 앞에만 서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자신이 미워진다는 엄마들. 더 이상 그런 굴욕은 없다고 영어 공부의 기치를 높이 건 엄마들이 여기 있다.
엄마들은 답답하다. 아이들에게 ‘영어 공부하라!’고 닦달하면서도 사실은 속이 뜨끔뜨끔하다. 엄마도 영어를 못하기 때문이다. 엄마보다 영어를 더 잘하는 아이들이 ‘엄마 발음 이상해!’‘엄마는 이것도 몰라!’할 때마다 자존심이 와장창 무너진다. 그래! 엄마도 영어 공부한다! 해! 그런데 영어 공부해본 지 벌써 10년이 넘게 지났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
어디서 어떻게 공부할지를 정하기 전에 두 가지를 먼저 생각해보아야 한다. 일단, 자신의 영어 공부 목적이 무엇인지를 정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엄마표 영어’ 공부를 시키고 싶은지, 해외여행 등 외국인을 만났을 때 기본적으로 회화가 가능한 사람이 되고 싶은지 등. 무엇이든 목적이 있어야 동기가 생기고, 하는 재미가 있다. 조금씩 향상되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기쁨도 느낄 수 있다.
두 번째는 자신의 상황과 여유를 정확히 측정해야 한다. 일단 영어 공부를 위해서 내가 낼 수 있는 시간과 경제적 여유에 대해 생각해본다. 한달에 아이들 교육비 아닌 내 공부에 얼마나 투자를 할 수 있는지, 학원에 다닐 시간은 낼 수 있는지 등이다.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사람이라면 혼자서 할 수 있는 인터넷 강좌나 일대일 영어 강습을 받고, 적극적인 사람이라면 영어 카페나 그룹 스터디를 이용하는 것이 즐겁게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영어 공부하기 좋은 곳
1 온라인 영어학습 사이트
일정하게 긴 시간을 내기도 부담스럽고 비용에 여유도 없는 주부들이 가장 많이 시작하는 영어 공부 방법이 바로 온라인 학습 사이트 이용이다. 시간이 날 때 짬짬이 인터넷에만 접속하면 이용할 수 있고, 무료 학습 자료가 많아 알뜰한 공부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체계적으로 공부하기 어렵고 의지가 약한 ‘의지박약파’라면 꾸준히 공부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자신의 향상된 정도를 알기 힘들다는 점도 약점이다.
온라인 영어학습 중 회화 표현을 공부하는 법은, 일단 네이버나 다음 등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개설되어 있는 카페에서 ‘왕초보 영어’‘초보 영어’ 등으로 검색해 활동이 활발하고 자료가 풍부한 카페에 가입한 후 꾸준히 활동하는 것이다. 네이버의 WCB English Cafe 등이 대표적인 곳이다. 회원들끼리 영어 공부 노하우를 공유하며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온라인 영어학습 카페 이용의 장점이다.
또 한 가지 방법은 비교적 쉬운 미드와 애니메이션을 다운받아 보며 귀를 틔우는 것이다. 초보일 경우는 드라마보다는 애니메이션이 훨씬 듣기 수월하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영어판 대본을 구할 수도 있다.
쓰기 실력 향상을 위해선 ‘정경욱 임경현의 걸음마 영작문’(www.iwrite.co.kr) 등의 작문 학습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2 주민자치센터나 문화센터
주민자치센터나 문화센터의 주부대상 영어 강좌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이때도 영어 공부를 하는 목적에 따라 찾아가야 할 곳이 다르다. 백화점이나 마트의 문화센터에는 일반 회화 강습도 있지만, 아이들에게 영어 독서 지도를 하거나 엄마표 영어를 가르치고 싶은 엄마들을 위한 강좌가 충실히 마련되어 있다.
반면 주민자치센터의 영어 강좌는 일반 회화 중심 강좌가 많은 편. 저렴한 수강료와 낮 강좌가 많아 여유 시간을 활용하기 쉽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반면, 각 자치단체별로 강좌의 수나 질의 차이가 크고 수준별로 세부적인 강좌 개설이 된 곳이 많지 않아 레벨 업그레이드가 쉽지 않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강좌 목록은 거주하고 있는 구청의 홈페이지에서 쉽게 검색이 가능하다.
3 친한 엄마들끼리 그룹 과외
회화 위주로 공부하고 싶은 적극적인 주부들은 원어민이나 이중언어 선생님을 모시고 그룹 과외를 하기도 한다. 수준이 비슷한 사람 서넛이 모여 공부를 하므로 자신의 수준에 따른 학습을 하기 쉽고,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과 경쟁이 되므로 더욱 열심히 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받는다. 인터랙티브한 학습으로 궁금증이나 부족한 부분을 빨리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수업 횟수나 함께 공부하는 인원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나 다른 공부방법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선생님의 실력에 따라 학습의 질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도 유의해야 한다. 보통 원어민 선생님의 1회 1시간 수업비용은 10만원대.
아이들의 유치원이나 학원의 학부모들끼리 그룹을 만들 수도 있고, 영어학습 사이트나 EBS 영어 강좌 사이트의 오프라인 스터디 모임을 활용할 수도 있다.
영어 카페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청담 잉글리시카페는 주부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커피나 음료를 마시면서 편안한 분위기에서 회화나 문법 지도를 받을 수 있다. 강남역 파고다타워 11층에 있는 영어 카페 ‘Huh’와 분당구 정자동에 있는 ‘모자이크 잉글리시 카페(Mosaic English Cafe)’ 등도 한번 들러볼 만한 곳. 인천에는 시민들을 위해 인천시에서 만든 회원제 영어 카페 ‘토크하우스(Talk House)’가 있다.
4 어린이 영어서점 강좌
아이에게 엄마표 영어를 더욱 잘 가르치고 싶어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엄마들은 어린이 서점의 강좌를 듣는 것이 효율적이다. 유명한 어린이 영어서점 ‘잉글리쉬플러스’, ‘킴앤존슨’, JY북스의 ‘영어와’, 일산의 ‘북츄리’ 등에는 아이들을 위한 강좌뿐 아니라 엄마들을 위한 알찬 강좌도 마련되어 있다.
5 교육방송 & 전화 영어
영어를 다시 시작하는 왕초보 주부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EBS의 영어 강좌들. 양질의 강좌를 언제든 시간이 날 때 저렴한 비용으로 수강할 수 있다. 홈페이지에서는 이미 방송이 끝난 강좌도 들을 수 있으므로 참고할 것.
최근에는 전화로 영어를 가르치는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다. 자신이 편리한 시간에 저렴한 비용으로 회화 연습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영어 실력이 왕초보라면 심사숙고해야 한다. 얼굴을 마주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화로 영어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이용할 경우에는 업체마다 제공하는 교재와 서비스, 강사의 수준이 현격히 차이가 나므로 홈페이지의 후기 등을 꼼꼼히 읽어보는 것이 좋다.
case interview 1
온라인 사이트 이용으로 왕초보 탈출한 김은숙 주부
초등학교 3학년, 5학년 형제를 키우면서 수원에 살고 있는 김은숙(38) 씨. 그녀가 영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한 것은 지난해 5월부터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방명록 파도타기를 하다가 우연히 태국인의 미니홈피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그룹 노라조와 슈퍼주니어 팬클럽에 가입할 만큼 한류에 관심이 많은 신방과 대학생이었죠. 그 친구 방명록에 글을 남겼다가 쪽지가 오가고 급기야는 1촌이 되었어요. 메신저로 대화도 나누게 되었죠. 그 친구는 영어를 굉장히 잘하는데 저는 전자사전을 찾아가며 단어로만 대화를 나누려니 너무 답답하더라고요. 또 그 친구가 한국에 오면 안내를 해주겠다고 했는데 영어를 못하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영어 공부를 시작했죠.”
짬짬이 공부하기에는 인터넷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오랜 검색 끝에 네이버의 WCB(왕초보) English Cafe를 발견했고 마침내 공부를 시작했다. 모 회사의 경리직으로 일하던 그녀는 점심시간 등 틈이 날 때마다 사이트에 들어가서 공부를 했다. 그녀가 정한 원칙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공부하기. 매일 1단어, 1문장, 1표현을 외우고 영어 끝말잇기에 참여했다. 영어공부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었지만, 영어 공부는 회사 다닐 때와 똑같이 했다고 한다.
“기왕 시작한 것, 열심히 하려고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활용했어요. 회사를 그만두기 전에는 출근할 땐 EBS 라디오의 ‘모닝스페셜’을, 퇴근할 땐 ‘잉글리쉬 고고’를 들었죠. 지금도 아침 7시면 EBS 라디오를 틀어놓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요. 처음엔 단어도 어렵고 하나도 못 알아듣겠더니 어느 순간 들리기 시작하더라고요.”
별다른 취미가 없었기에 영어 공부를 취미처럼 즐기며 했다는 김은숙 씨. 그녀는 인터넷 카페 외에도 다양한 인터넷 자료를 백분 활용하며 실력을 키웠다.
“YBM시사어학원에서 운영하는 ‘e4u’라는 사이버 어학원 사이트가 있어요. 이곳의 영어 강좌는 거의 유료지만, 저는 무료 회원 가입 후 매일 하나씩 보내주는 무료 학습 메일만 공부해도 충분하더라고요. 또 신문에도 영어 회화 표현이 나오잖아요, 저는 그것도 그냥 눈으로만 보지 않고 신문 빈 공간에 몇 번씩 쓰면서 입으로 웅얼거려봤어요.”
알뜰한 주부답게 그녀가 공부한 방법은 대부분 무료다. 어느 날 문법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낀 김은숙 씨는 또 하나의 알짜 문법학습 자료를 찾았다. 조남욱영어교육원(http://ceei.co.kr)에 있는 ‘다섯 시간 만에 배우는 영문법’ 동영상 강의. 핵심 문법 사항만 콕콕 짚어주는 이 강의 역시 무료였다.
이외에 그녀가 추천하는 영어학습 사이트는 수잔의튜즈데이잉글리시 블로그(http://blog.naver.com/ susantuesday). 비즈니스 영어 중심이지만, 재미있고 친절한 설명이 있는 Vocabulary 자료는 활용하기 좋다. 샤이니 선생님이 강의하는 총 60회의 EBS 중학영어 강좌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유튜브도 영어 공부에 활용할 수 있어요. 유튜브에는 원어민 영어 선생님들이 자신들의 샘플 강의를 올려놓거든요. 발음이나 내용 면에서 훌륭한 무료 영어 교재죠. 국제적인 뉴스를 제공하는 USABriefing에는 영문으로 된 뉴스와 동영상뿐 아니라 한글 해석도 있어서 쉽게 공부할 수 있어요. 영화를 좋아해서 할리우드닷컴(www.hollywood.com)의 영화 예고편을 보기도 하죠.
처음엔 태국인 친구와 편하게 대화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영어 공부였지만 지금은 다른 목적이 생겼다. 토익 시험에서 700점 이상을 받아 관광가이드로 일하고 싶다는 것. 일주일 전부터는 영어학원에도 등록했다.
그동안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김은숙 씨. 외국인을 만나도 두려움 없이 말을 걸 수 있는 영어 실력을 갖추게 된 것은 물론이고, 초등학교 다니는 두 아이의 공부 습관도 바뀌었다고. ‘영어 공부하라’는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한단다.
“주부라서 시간을 낼 수 없다는 것은 핑계인 것 같아요. 우선순위의 문제지요. 저는 아이들 학교 가면 조금이라도 공부할 시간을 더 내려고 집안일도 부지런히 해치우고, 조그만 자투리 시간만 남아도 영어 단어장을 봐요. 하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못할 일은 없는 것 같아요.”
case interview 2
지역 문화센터 영어 강좌 수강 중인 신수정 주부
서울 압구정동에 사는 신수정(42) 씨는 매주 월요일, 목요일 아침이면 다른 날보다 더욱 바빠진다. 일곱 살 난 딸을 유치원에 보내놓고 집 안을 후딱 치우고는 가야 할 곳이 있기 때문이다. 신씨는 6개월 전부터 신사문화센터에서 ‘비기너 영어(beginner English)’를 수강하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 10~12시까지 수강하는 비용은 한달 3만5000원. 적은 비용에 실생활 위주의 회화로 이루어지는 강의 내용도 무척 만족스런 편이다.
“아이를 어떻게 키울까 고민하면서 영어를 전혀 못하는 엄마가 아이에게 영어 공부를 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이제 영어는 상식이 되었잖아요. 아이가 다니던 문화센터에 영어 강좌도 있기에 수강하게 되었죠. 학생들은 거의 주부들이지만 주부들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은 강좌이기에 더욱 좋은 것 같아요. 여행 등 실생활에서 쓰기 위해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이니까 다양한 주제와 상황에 맞는 회화를 배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요.”
신수정 씨는 영어를 배우면서 아이가 영어 공부를 하며 힘들어할 때 이해를 하고 다독여줄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아이도 엄마가 영어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단다. 비단 영어를 잘해서가 아니라 엄마도 무언가를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는 점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학교 졸업하고 나서 다시 시작한 영어 공부인데, 3개월 정도 배우니까 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영어 대사가 자꾸 귀에 들어오더라고요. 조금씩 향상되는 모습에 더욱 열심히 공부하게 돼요.”
신수정 씨는 이 강좌를 수강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으로 영어 공부를 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강의를 듣기 시작한 이후 한 번도 지각이나 결석을 하지 않고 성실하게 공부하고 있다. 자기 전에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어 교재를 한번 더 들여다보고, 아이가 수영을 배우는 동안 휴게실에서도 교재를 반복 학습하고 있다고.
신사문화센터 ‘비기너 영어’의 강사 유상은 씨는 말한다.
“영어 초보자의 영어 공부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관심과 꾸준함입니다. 영어 공부를 내일모레 고시 보려고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자신이 매일매일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꾸준히 해야만 해요. 혼자 있을 때 크게 한번 읽어보고 아이나 남편에게도 수시로 연습해보세요. 반응이 없어도 무안해하지 말고 ‘이건 내 연습이다’라고 생각하고 포기하지 마세요. 영어를 잘하려면 두 가지만 기억하세요. Speak up! and Speak out!(크게 말하라! 입 밖으로 내어 말하라!)”
/ 여성조선
취재 박혜전 기자 | 사진 안호성·여성조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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