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까?

우리 아이 유치원 보내기 프로젝트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8. 12. 7. 17:24
우리 아이 유치원 보내기 프로젝트

 

벌써부터 신학기 전쟁이다. 11월부터 개최되는 유명 유치원의 ‘입학 설명회’는 아이 손을 붙들고 간 엄마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요즘은 유치원 종류가 너무 많아서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초등학교 입학 전 마지막 관문인 유치원 선택 가이드.

다섯 살 된 딸 태양이를 키우는 엄마 이인정(34세·서울시 노원구 중계동) 씨는 요즘 혼란스럽다. 초등학교 입학 전 2년 동안은 영어유치원에 보내겠다고 야심차게 결심한 지 오래. 심혈을 기울여 선택한 명문 영어유치원 입학원서에 도장만 찍으면 되는 찰나, 사건이 터졌다. 영어유치원 입학 전의 준비 단계로 보낸 영어요리학교에서 문제가 생긴 것. 난생 처음 보는 노랑머리 선생님이 괴물처럼 느껴졌는지 울며불며 등원을 거부하는 아이 때문에 진땀을 뺐다. 결국 치마에 실례를 하는 등 퇴행현상까지 보여 괜한 돈만 버리게 됐다.

지역에 따라 배정을 받거나 추첨을 통해 입학하는 초등학교와 달리 유치원은 철저히 부모의 선택일 수밖에 없다. 아이가 원하건 원치 않건 결국 판단은 엄마 몫이다. 내 아이의 성격과 적성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부모지만, 현명하게 선택하지 않으면 아이의 1년을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어떤 유치원의 커리큘럼이 잘 되어 있는지, 1년 전에 번호표를 구하지 않으면 입학이 불가능한 유치원은 어딘지까지 엄마의 정보 레이더망에 입력되어 있어야 한다. 나날이 특성화되는 유치원의 홍수 속에서 내 아이에게 어떤 유치원이 맞는지 미리 점검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몇 년 전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영어유치원뿐 아니라 예능을 강화한 특기유치원, 체험학습을 중요시하는 자연유치원, 통합교육에 힘쓰는 일반 유치원 등 선택의 폭이 지나칠 정도로 넓어졌기 때문이다.

선배 엄마들의 경험 한마디 … 

“취학 전 2년을 계획 있게 짜줘야 해요”

일반적으로 다섯 살까지 어린이집이나 유아학교에 보내다가 여섯 살부터 유치원에 보내잖아요. 큰아이가 여섯 살 때 영어유치원을 보냈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다음해는 일반 유치원에 보냈어요. 그리고 영어 학원을 보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주려고 했는데 하루 종일 원어민과 생활할 때와 비교해서 많이 불만족스럽더군요. 실제로 초등학교에 가서도 특별한 효과를 보지 못했어요. 차라리 입학 직전 1년이라도 영어유치원만 보낼 걸 하고 후회했어요.

“혼자 한글을 몰라서 아이가 상처받았어요”

어릴 때는 마음껏 뛰어놀도록 해주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 자연학교를 보냈어요. 아이에게 많은 체험의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거든요. 일곱 살 때 아직 한글도 깨우치지 않은 아이를 일반 유치원에 보냈는데, 어느 날 딸이 자기만 한글을 못 읽는다고 시무룩하게 말하더군요. 수학도 마찬가지예요. 그때 벌써 곱셈을 배우기에 선생님께 문의를 했더니 “어머님 다른 애들은 덧셈은 다 떼고 왔어요.”라고 하시더군요. 제가 너무 방치한 건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했어요.

“유치원은 되도록 학교 배정받는 지역으로 보내세요”

입소문난 사립 유치원을 2년 정도 보냈어요. 좀 무리를 해서 40분 거리를 직접 등원시켰죠. 초등학교는 배정을 받아 공립으로 보냈는데 아이가 학교 가기 싫다고 볼멘소리를 하더라고요. 입학식 날 보니까 내리 3년 동안 같은 유치원을 다닌 아이들도 꽤 있더라고요. 서로 너무 친해서 우리 아이가 끼어들 틈이 없었던 거죠. 커리큘럼만 보고 큰 것은 챙기지 못한 것 같아 후회됐어요.  

유치원 고를 때 꼭 확인할 점!

1 집과 가까울수록 좋다

아무리 최상의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해도 집에서 너무 멀면 다니는 아이도 고되고 엄마도 힘들다. 가급적 집 근처 유치원을 알아보고 통학버스가 있는지 확인한다.

2 교사 대 아이 비율을 체크한다

영어유치원은 보통 정원 10명 내외의 소규모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일반 유치원은 학생 수 대비 교사 수가 턱없이 모자란 곳도 많다. 돌보는 아이 수가 너무 많으면 선생님이 아이의 발달이나 생활에 대해 놓치는 부분이 생기기도 한다. 선생님 1명당 학생 수가 25명을 넘지 않는 곳을 선택한다.

3 학년별 커리큘럼을 확인한다

유치원은 1~3년 계획으로 입학을 결정해야 한다. 3년 내내 같은 유치원을 보내진 않더라도 5, 6, 7세의 프로그램이 어떻게 운영되고 차별화되는지, 꼭 사전 조사를 하도록.

 

엄마들이 열망하는 4대 유치원
내 아이 특성에 맞춰 보내기

1 통합교과과정 충실

국·공립 유치원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가장 욕심 많은 엄마들이 선택하는 곳이 바로 일반 유치원이다. 영어, 생태, 한글, 수학 등 어느 분야도 놓칠 수 없기 때문에 ‘제대로 된’ 국·공립 유치원을 선택하는 엄마들이 많다. 특히 초등학교 취학 전 단체생활에 익숙해지도록 도와주고 생활습관을 제대로 가르치고 싶다면 일반 유치원을 보내는 것이 좋다.

일반 유치원 중에서는 국·공립 유치원이 인기인데 교육비가 저렴하면서도 국가 임용고시를 통해 선발된 선생님들로 구성되어 엄마들의 선호도가 높다.

특별활동이나 체험학습 프로그램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교육부가 제안하는 유치원 교과과정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데 초점을 둔다.


check point

1. 선택했다면 미리 입학 신청한다

교육의 질도 높고 교육비가 저렴하기 때문에 전국 국·공립 유치원은 늘 대기자로 붐빈다. 대기 순번에 따라 입학이 결정되거나 공개 추첨으로 신입생을 모집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사전 조사는 필수. 아이를 입학시키고 싶은 유치원이 있다면 미리 입학 방법에 대해 알아두는 것이 좋다. 또한 엄마가 직접 참여하는 행사가 많다는 점도 염두에 두도록.


2. 안전하고 깨끗한 시설을 갖췄는지 확인한다
아이들이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는지 미리 체크해보자. 사설 유치원에 비해 국·공립 유치원은 시설이 오래된 경우가 많다. 야외 놀이터가 넓은 단독 건물인지, 바닥에도 난방을 하는지, 각종 안전시설을 잘 갖췄는지 꼼꼼하게 체크한다.


2 체험학습에 제격! 자연유치원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만이라도 내 아이가 공부 스트레스 없이 마음껏 뛰어놀기를 바라는 부모들이 많다. 실제 아이들은 제 ‘나이’에 맞는 다양한 놀이 경험을 통해 상상력과 감수성을 키우게 된다. 요즘 농촌마을체험, 지역문화축제에 관심이 높은 이유도 결국 아이의 감수성을 채워줄 ‘놀이’ 경험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도심 곳곳에도 아이가 ‘자연 속에서 뛰어놀 수’ 있도록 체험교육 환경을 마련해놓은 자연유치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고사리 손으로 직접 재배한 채소로 밥을 먹고, 넓은 앞마당에서 마음껏 뛰어놀기 때문에 감성교육에 효과적이다. 특히 자연 속에서 식물, 동물 등을 관찰하기는 과정을 통해 호기심도 커지고 넓은 시야를 키울 수 있다. 공부보다는 마음껏 놀게만 해준다는 편견과 달리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서 학습능력과 생각주머니를 키워나간다.

check point

1. 아이의 첫 유치원으로 좋다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 직접 느끼고 배워나가는 체험이 중요하다. 특히 직접 씨앗을 심고 자연을 관찰하는 것은 감수성 교육에만 좋은 것이 아니다. 떡잎이 생기고 열매를 맺는 과정을 통해 추리력과 관찰력이 키워지기 때문. 당장 눈에 보이는 인지능력의 발달보다 아이 내면의 비옥한 토양을 만들어줄 수 있기 때문에 첫 유치원으로 보내면 좋을 듯.

2. 아이가 좋아할 거라는 환상을 버린다
일 년 내내 사계절의 변화를 관찰하고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자연유치원은 엄마들의 로망. 하지만 도시 속에서 깔끔하게 자라온 아이가 무조건 좋아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말자. 실제로 흙을 만져보지 않은 아이들은 더럽다는 생각 때문에 모래놀이를 시도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아이가 자연스럽게 생태학습에 호기심을 느끼면서 스스로 시도하고 탐구할 수 있도록 차분히 지켜봐주는 지혜도 필요하다.

3. 통합 예술 프로그램이 있는지 확인한다
자연유치원을 선택한 엄마라면 감수성&창의성 교육에 초점을 맞췄을 터. 생태교육 프로그램 외에도 다양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유치원인지 체크해보자. 기본 3개 영역은 물론 ‘자연을 담는 소리’ 교육 등 음악&미술 커리큘럼은 초등학교 교육과정에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3 식지 않는 인기! 영어유치원

요즘은 영어 교육이 선택이 아닌 필수. 가능하면 좀 더 어릴 때 영어 환경에 노출시켜주고 싶어하는 엄마들이 많다. 보통 엄마들의 고민은 ‘영어유치원은 영어만 가르치기 때문에 일반 유치원의 교육과정을 모두 아우를 수 없다’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요즘 영어유치원에서는 영어뿐 아니라 수학, 미술 등을 총체적으로 가르치고, 인성교육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일단 영어유치원에 보내기로 결심했다면 영어뿐 아니라 언어, 신체, 사회를 고려한 전인교육 프로그램을 갖춘 곳인지 살핀다. 무엇보다 기본 적응기를 지나 영어로만 대화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을 때 아이가 낯선 언어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정확한 의사표현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언어 능력은 물론 아이들의 수업태도, 성취도를 정기 보고서로 학부모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이 있어 교사-아이-엄마 간에 의사소통이 되는지를 사전에 확인하자.

check point

1. 아이의 언어 능력을 살핀다
아이를 일반 유치원이 아닌 영어 사교육기관에 보내려면 먼저 아이가 언어를 습득하기 위한 준비가 충분히 됐는지 살펴야 한다. 만약 ‘말’을 배우는 능력이 다른 아이보다 많이 느리다면 다른 언어에 쉽게 적응하지 못할 수 있고 너무 이른 시기에 아이를 두 가지 언어에 노출시키면 혼란을 줄 수 있다.

2. 소심한 아이는 적응이 힘들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영어가 낯설어 입학 초기에는 소심해졌다가 시간이 지나면 금방 적응하게 된다. 하지만 지나치게 내성적인 아이의 경우 자신과 외모부터 다른 원어민의 모습에 두려움을 느끼거나 영어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3. 학습 연차를 고려한 프로그램인지 체크한다
아이들은 연령에 따라 학습&인지 능력에 큰 차이를 보인다. 영어교육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다섯 살 영어유치원 입학이 일반적인 추세. 즉, 다섯 살부터 일곱 살까지가 영어 유치원의 교육 대상이라는 의미다. 3년째 영어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일곱 살인지, 2년째 영어 공부를 하는 일곱 살인지, 처음부터 영어 학습을 시작한 일곱 살인지 고려해서 개발된 프로그램인지 꼼꼼하게 체크한다. 커리큘럼은 연령보다 언어 구사력에 따라 세분화되어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4 특성교육에 효과적!

유아놀이학교 & 유아체능단 영유아를 위한 감성 & 두뇌계발 유아학교의 인기가 여전히 강세. 일주일에 한 번, 50분 내외로 진행되는 영재, 유아음악, 체험미술 프로그램들이 유치원처럼 정규교육으로 점차 넓혀지고 있는 것. 종일반은 아니지만 일반 유치원과 같은 교육과정으로 특성교육을 실시하는 놀이학교도 인기를 끌고 있다. 통합 감성교육을 중심으로 요리, 미술, 음악, 체육 등 예체능 수업이 진행된다. 5~7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영이나 체조 등 체육교육을 진행하는 유아체능단도 여전히 인기다. 유아의 신체발달을 길러주는 활동을 통해 기초체력을 길러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check point

1. 눈에 띄는 강점 지능에 따라 선택한다

아이의 타고난 영재성을 포착하고 그 싹을 키워주는 것 또한 부모의 능력. 천식 때문에 수영을 시작했다는 박태환처럼 아이의 단점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꿔주고 장점은 시너지 효과를 내줄 적절한 대안을 찾아준다. 표현력이 풍부한 아이에게는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체험식 미술로 상상력과 창의성을 키워주는 미술학교를 골라주자.


2. 다른 학습과 병행해 밸런스를 맞춰준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절대 공부를 시키지 않겠다” 는 생각은 금물. 유치원에서 배우는 학습과정은 지적 능력 향상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가족이 아닌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 등 다양한 사회적 경험도 배우게 되는 것. 특성교육을 시키고 싶다고 해도 기초생활습관은 제대로 길들여줘야 한다. 또한 한글, 영어, 수학 등 기초 분야는 학습지, 학원 등으로 보충해주는 것이 종요하다. 요즘은 음악, 미술, 컴퓨터뿐만 아니라 특기교육까지 병행하므로 제대로 알아보도록 한다.


/ 여성조선
  진행 이미종 기자 | 사진 안호성 | 모델 이은재, 배효빈 | 도움말 이영옥(서강 SLP영어교육연구소 소장)


입력 : 2008.12.04 13:22 / 수정 : 2008.12.04 1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