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론] 위험투성이 대학 실험실
- 이공계 기피의 또다른 이유
法 강화해 안전 서둘러야 - 이공계 기피의 또다른 이유
- ▲ 박정임 순천향대 환경보건학과 교수
가끔 TV에서 보는 실험실은 하얀 가운을 멋지게 차려 입은 연구자가 최첨단 장비를 우아하게 조작하며 화려한 그래픽을 만들어내는 매력적인 장소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연구자들에게 실험실은 온갖 독성물질과 위험한 장비들로 가득 차 있는 불안한 공간이다. 지난 4월 서울대학교 학생 2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가 직접 실험실 사고를 겪었거나 목격하였고, 63%가 대형 안전사고가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고 응답하였다.
실제로 1999년 4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폭발사고, 2003년 한국과학기술원 항공우주실험실에서 한 명이 숨지고 한 명이 중상을 입은 사고, 최근의 연세대학교 실험실 화재사고 등 실험실 사고소식은 끊이지 않고 있다.
실험실이 위험한 것은 화재나 폭발 때문만이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화학실험실 연구자들은 일반인보다 암에 걸릴 확률이 1.3배 높고, 실험실 근무 여성이 선천성 기형아를 출산할 확률은 일반 여성보다 1.7배 높았다. 미생물을 다루는 연구자는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엔 연구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2006년 만들어진 '연구실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이 있다. 이 법으로 인해 그동안 연구실 안전에 무관심했던 기관장들이 안전규정을 만들고, 하루라도 빨리 성과를 만들기에 정신이 팔려 자신의 안전 따위는 거들떠보지 않는 학생들도 안전교육을 받았다. 법이 제정된 지 2년 반 만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얼마 전 보도된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올해 8월까지 대학 실험실 안전사고는 34건이었다. 현행법에는 안전사고를 보고할 의무가 없으므로 실제로 발생한 사고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노동재해가 발생하는 과정에 중상자 한 명이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경상자가 29명 생기고, 또 운 좋게 재난은 피했지만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 상해자가 300명에 달한다는 '하인리히 법칙'을 적용하면 대학 연구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는 한 해 1만 건이 넘는다. 우리나라 이공계 연구 인력이 16만 명 정도이므로 연구자 16명 중에 한 명은 매년 연구실에서 사고를 겪게 된다고 추정할 수 있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연구자가 16년 동안 연구에 종사할 경우 적어도 한 번쯤은 사고를 겪게 되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연구실안전법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정부가 연구실 안전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정기 실태조사를 벌일 것이라 한다. 대학마다 연구실 안전관리 담당자를 두어야 하고, 일어난 안전사고는 지체없이 보고해야 할 의무도 부과된다. 그러나 이것만 갖고는 부족하다.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사고 방지대책, 예컨대 화학물질이나 미생물에 장기간 노출됨으로써 생길 수 있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 등이 미흡하다. 연구자가 조심하면 괜찮은 정도에서 나아가, 사고가 나려야 날 수 없도록 만들어야 진짜 제대로 된 안전관리이다.
입력 : 2008.12.11 23:21
'과학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가올 로봇시대에 로봇은 없다. 로봇화된 세상이 있을 뿐” (0) | 2009.05.05 |
---|---|
腦연구 세계최고 권위자' (0) | 2009.02.14 |
뉴욕 초밥집의 '가짜 회' 소녀 탐정들이 파헤쳤다 (0) | 2008.08.23 |
금요일에 과학터치 www.ScienceTouch.net (0) | 2008.08.09 |
‘무선인식’으로 한우·수입소 관리한다 (0) | 2008.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