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준비

신(新)관광산업 '마이스'의 힘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9. 3. 3. 08:27

 

 

 

[신(新)관광산업 '마이스'의 힘]

덜 알려진게 오히려 '기회'

상당수 외국인들 "한국은 가난하고 불안"
DMZ탐방 연계 등 '먹히는 상품' 개발을

 

곽수근 기자 topgun@chosun.com 

 

"한국서울에 대해 알고 싶다고 몰려드는 인파에 반가우면서도 마음은 무거웠어요."

서울관광마케팅㈜ 이혜진 대리는 작년 10월 태국에서 열린 MICE 박람회에 참가했다가 외국인들의 뜻밖의 반응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전 세계 MICE 관계자 500여명이 모인 환영 만찬에서 서울에 대해 알리는 설명회가 열렸는데, "낙후되고 위험한 도시인 줄 알았던 서울이 이렇게 안전하고, 훌륭한 컨벤션 시설도 갖추고 있는지 처음 알았다"며 놀라는 이들이 매우 많았기 때문이다. 설명회 이후 서울시 부스에는 예약된 상담자의 3배 이상이 몰렸고, 다른 도시들을 제치고 상도 탔다. 하지만 MICE 시장에서 한국의 인지도가 얼마나 낮은지를 보여준 예이기도 했다.

유명 휴양지는 식상 분위기

한국은 국제협회연합(UIA) 기준 국제회의를 한 해 268건(2007년 기준) 유치해 국가순위 15위에 올라 있다. 그런데도 전 세계 MICE 시장에서 한국 인지도는 높지 않다. 심지어 '가난한 나라'나 '북한 위협이 여전한 전쟁의 나라' 등 왜곡된 정보가 여전해 한국을 MICE 장소로 선뜻 고르지 못하는 경우도 꽤 있다. 경희대 관광대학원 안경모 교수 연구팀이 MICE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36.7%가 '한국 인지도 부족'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호주 멜버른처럼 MICE 박람회를 열어 한국의 도시를 알리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 작년 10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MICE 박람회‘IT&CMA’의 서울설명회에 참여한 외국인들이‘서울’이라 적힌 부채를 들어 보이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관광마케팅㈜ 제공

국내에서도 해마다 대도시를 돌아가며 열리는 한국컨벤션산업전이 있지만, 도시마케팅과 연계되지 못하고 내국인 위주 동네 행사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와 서울시는 이 행사를 내년부터 '(가칭) MICE WEEK'라는 전문 박람회로 개선할 계획이다. 매년 서울에서 고정적으로 열어 MICE 국제 박람회 효과를 도시브랜드 상승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MICE 산업에서 덜 알려진 것이 오히려 경쟁력이라는 시각도 있다. 기존에는 MICE 바이어들이 포상관광이나 회의 장소로 휴양지를 선호했는데, 이제는 '질린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새로운 장소를 찾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어서다. 서울컨벤션뷰로 김동기 대리는 "지난달 멜버른 MICE 박람회에서 만난 외국인들이 '알고 보니 경제도 발전하고 역사·문화도 독특한 신비한 도시'라며 계속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전문인력과 시설 확충으로 일자리 늘려야

MICE 관련 대규모 시설 신축으로 7만개가 넘는 일자리와 관광수익을 챙긴다는 싱가포르의 예는 우리가 참고할 만하다. 한국은 컨벤션산업에서 최근 10년간 300%가 넘는 성장률을 보였지만, 서울의 경우 코엑스(COEX)가 실가동률 100%에 육박하는 등 시설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MICE 행사 장소가 대개 5년 전에 결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부터 부지런히 시설을 확충해도 2014년 이전 행사를 잡기에는 역부족인 상태다. 유재룡 서울시 경쟁력정책담당관은 "전시·컨벤션과 숙박이 어우러진 복합센터가 많이 필요한데 아직 MICE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적은 편이어서 추진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국제회의기획사(PCO)나 국제전시기획사(PEO) 등 MICE 관련 인력 육성 프로그램이 경쟁국에 비해 미흡한 점도 문제다. 국제컨벤션기구 MPI의 아시아 최초 지부를 한국에 설립하고, 아·태 지역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구삼열 서울관광마케팅 대표는 "중국은 320만명, 인도는 170만명, 싱가포르는 10만명 등 각국이 2015년까지 MICE 관련 요원을 키워낸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며 "전문인력의 커리어를 관리해주는 체계와 교육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면, MICE 유치는 물론이고 관련된 일자리도 대폭 늘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 특유의 MICE 상품 개발해야

축구장 30개가 넘는 부지에 전시장을 계속 확장해가는 중국 상하이처럼 한국이 MICE 시장에서 물량으로 승부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구삼열 대표는 "DMZ 생태탐방 등 외국인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과 MICE를 연계하면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글로벌 대기업의 사무실이나 공장 견학, 서울시의 청계천 복원이나 교통체계개편 소개 등 지자체의 행정 노하우 전수 등도 MICE 상품에 활용할 수 있다.


마이스 산업


'MICE' 산업은 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컨벤션(Convention)·전시회(Exhibition)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BT (Business Travel) 산업으로 불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