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까?

산만한 아이라면 그림책으로 교감하라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10. 1. 30. 10:15
산만한 아이라면 그림책으로 교감하라
 
김명교 맛있는공부 기자 | 2010-01-25
 

'엄마, 관심을 가져 주세요.'(아이)

"자꾸 그러면 혼내줄 거야!"(엄마)


아이가 산만하거나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등 문제 행동을 할 때 부모는 우리 아이가 유별나기 때문이라 단정 짓기 쉽다. 훈육을 통해 어떻게 해서든 아이의 문제 행동을 고쳐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떠올린다. 맑은숲 아동청소년 상담센터 이임숙<사진> 소장은 "아이들의 문제 행동은 일종의 구조 신호다. 이런 문제 행동은 심리적인 부분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아이와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면서 해결해야 한다. 자녀와의 교감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것이 독서"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문제 행동을 하는 이유는 많은 부분이 부모가 제공한 양육 환경에 의해 발생합니다. 부모는 종종 내 아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아이를 혼내고 다그칩니다. 하지만 부모가 무심결에 한 행동은 아이에게 큰 상처가 되고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아이와 교감하기 위해서는 매개물이 정말 중요합니다. 특히 어린 아이들의 경우, 자신의 문제점을 스스로 드러내기 어렵기 때문에 독서를 통해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이 소장은 20여년 전,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이 있다. 수학, 영어를 가르쳤지만 아무리 열심히 가르치고 지도해도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가 있었다. 평소 책읽기를 좋아했던 이 소장은 독서 지도를 병행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림책을 보여주면서 아이의 생각과 고민이 무엇인지를 읽어내려 노력했다. 이 소장은 "그림책의 주인공이 자신인 양 이야기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는 위로를 받기도 하고, 성격이 한층 밝아지기도 했다. 이 모습을 보고 독서치료를 본격적으로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독서치료와 독서교육의 의미는 조금 다르다. 독서교육은 책을 읽고 글의 주제, 줄거리 등 학습과 연관된 지식을 얻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독서치료는 책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그림책을 보면서 던지는 질문도 '어떤 장면이 마음에 드니?' '네가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하겠니?'처럼 아이의 생각과 반응을 묻는 것이 주가 된다. 이 소장의 말이다.

"독서치료는 그림책을 매개로 아이에게 말을 거는 겁니다. 아이가 어떤 장면에 의미를 부여하는지,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엿볼 수 있죠. 독서치료를 처음 시작하는 어머니들이 많이 하는 질문은 '우리 아이는 이런데, 어떤 책이 좋을까요?'입니다. 감기에 걸리면 감기약을 먹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도식처럼 규격화된 책의 선택은 아이가 거부감을 느끼기도 해요. 우선 아이가 책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가졌는지 알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어떤 장르의 책을 선호하는지' '어떤 소재의 책을 읽고 싶어하는지' '하루 중 언제 책을 읽고 싶어하는지' 등을 알아봐야 한다. 책을 싫어하는 아이일 경우, '언제부터 책을 멀리하게 됐는지' '싫어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엄마가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지는 않았는지'를 대화를 통해 파악한다. 그래도 책을 선택하기가 어렵다면,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을 선택해야 한다. 아이가 만화책을 선택하더라도, '왜 만화책이 재미있는지' '등장인물 중에 누가 가장 좋은지' 등을 질문하면서 시작하면 된다.

독서치료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아이가 있는지를 물었다.


"유난히 화를 참지 못하던 중3 남학생이었어요. 학교 폭력 서클에서 활동했고, 친구가 이름만 불러도 싸움이 붙기 일쑤였죠. 왜 그렇게 화가 나느냐고 물었더니, 자신에게 시비를 거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겁니다. 그림책 '늑대가 들려준 아기 돼지 삼형제 이야기'를 이용해 친구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것을 권했어요. 독서치료를 진행하면서 어릴 때부터 뚱뚱하다는 놀림을 당해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 6개월 후에는 폭력 서클에서 나왔고 친구들과도 곧잘 어울리게 됐습니다. 독서치료로 마음의 안정을 찾은 아이라도 부모의 말 한마디에 또다시 상처를 받을 수 있어요. 아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그 어떤 심리치료보다 큰 효과를 나타내죠."


맑은숲 아동청소년 상담센터 이임숙 소장./정복남 기자 bnchu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