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까?

"국제적 인재 되려면… 토론은 선택 아닌 필수죠"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10. 1. 26. 23:13
"국제적 인재 되려면… 토론은 선택 아닌 필수죠"
김명교 맛있는공부 기자, 방종임 맛있는공부 기자 | 2010-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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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lieve cloning is beneficial in many ways. and that is why cloning should be allowed."(박정후)

"I don't agree. I say that human cloning should be banned even for experimental reasons."(우현성)



지난 1월 20일 대학로의 모임전용 카페. 영훈국제중 1학년 재학생 8명이 모여 '인간 복제(Human cloning)'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씩 주제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인다. 보편적인 주제는 영어로,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사회 이슈는 우리말로 나눠 진행한다. 일주일에 한 차례지만 준비하는 시간은 일주일이 모자랄 지경이다. 일단 주제가 정해지면 인터넷 커뮤니티에 각자 관련 자료를 올리는 것은 물론 의견을 담은 요약문을 써서 올리고 채팅을 통해 주제를 구체화한다. 토론이 끝나면 미흡한 부분은 없었는지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참가자 서주연양은 "국제적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토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 생각해 여유가 있는 방학기간을 이용해 연습하고 있다. 토론에 관심있는 친구들이 많아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모임을 기획한 학부모 이현경씨는 "관심과 노력만 있으면 사교육에 의지하지 않고도 토론수업을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높아지는 토론 열기

토론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사교육에 의지해 토론에 참가하려는 움직임은 물론, 삼삼오오 모여 연습하는 학생들이 많아질 만큼 토론을 향한 열기가 뜨겁다.

이미 국제중·고나 외고에서는 방과 후 시간이나 정규 수업 시간을 활용해 토론수업을 진행하고 있고 일반학교에서도 토론 방식이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최근 교과부에서도 학교 수업에서 토론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7차 교육과정에서도 토론 학습을 강조하고 있다. '토론하는아이들' 교육마케팅본부 김현선 이사는 "요즘 아이들이 온라인에 익숙하다 보니 오프라인에서의 대화능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일찍부터 토론을 준비하지 않으면 따라갈 수 없을 것 같다는 불안감 때문에 토론을 연습하려는 현상이 빚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인교대 초등교육과 정문성 교수는 "창의적·주체적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한 인재상으로 떠오르면서 앞으로 점점 더 토론 수업이 활기를 띨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기주도적 학습이 주목을 받으면서 부각된 측면도 있다. 서울국제고 토론담당 정순미 교사는 "토론은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을 신장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생 스스로 토론 주제에 대해 능동적으로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토론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일찍부터 토론을 생활화하는 것이 관건

토론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토론을 준비하는 연령 또한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독서토론프로그램인 주니어플라톤을 운영하는 한솔교육 최은하 책임연구원은 "일찍부터 자녀에게 토론을 접하게 해주려는 학부모들이 요구가 많아지고 있고 회원수도 증가 추세다. 어느 정도 인지능력이 형성된 7세경부터 토론을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인데, 미취학 또는 초등 저학년의 경우 배경지식은 물론 토론하는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독서를 접목해 연습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 "책을 읽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거나 비판적인 글을 통해 토론을 맛보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아이가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토론의 형식을 강요하기보다는 아이의 관심사, 수준을 고려해 토론 내용을 정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과목 수업에 토론 방식을 접목시키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국어나 사회에 한정짓지 않고 수학이나 과학 등에도 토론을 연계하는 방식이다. 또한 영어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영어로 토론을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창의적수학토론수업을 운영하는 시매쓰 수학연구소의 조경희 소장은 "토론을 활용하면 단순히 문제 푸는 것에서 머물지 않고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예컨대 서술형 수학 문제의 경우 단순히 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직접 문제 푸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왜 자신이 그렇게 풀어나갔는지 근거를 설명하는 형태로 수업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토론 방식에도 유행이 있다. 요즘 가장 주목받는 방식은 CEDA(Cross Examination Debate Association).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참가자들이 교차로 서로의 의견을 내놓으면서 토론하는 방식이다. 해외 대학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방식일 뿐 아니라 최근 서울시 교육청 주최 중·고등학생 토론 대회를 비롯해 각종 대회에서 채택하고 있어 인기가 높다. 서울국제고 정순미 교사는 "예전에는 단순한 찬반토론이 주를 이뤘으나, 요즘은 논리적 사고력을 요구하는 CEDA가 대세를 이룬다. 상대편 논리를 반박하기 위해서는 양측의 논리를 꿰뚫어야 하기 때문에 치열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토론을 가장 효과적으로 준비하는 방법으로 일상생활에서 토론을 생활화할 것을 꼽았다. 와이즈만 영재교육연구소 전윤주 선임연구원은 "사교육에 의지하지 않고서도 어릴 때부터 연습을 충분히 하면 누구나 실력을 쌓을 수 있다. 이때 부모는 아이와 대화를 많이 나누고 어떤 대화도 허용할 수 있는 개방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