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다잡기

학원가에 자기 주도형 학습 '드릴타임' 바람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10. 2. 5. 23:48

학원가에 자기 주도형 학습 '드릴타임' 바람

2010-02-04
 

◆'50분 수업, 10분 휴식'을 '40분 강의수업, 30분 자기주도수업'으로 바꿔보자

'50분 수업, 10분 휴식',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0여 년 동안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된 학교의 일상이다. 주입식 교육에 맞게 설계된 수업 시간표는 세월이 지나고, 교과 과정이 바뀌어도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강의가 8~9교시까지 이어진다. 학생들 머릿속은 폭발 직전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수동적으로 강의만 들을 경우 '공부한 것 같은 느낌'만 가질 뿐, 정작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학교 문을 나서면 무엇을 배웠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학생들이 상당수다.

학교 수업에 만족하지 못한 학생들은 학원에 매달린다. 또다시 강의 위주의 주입식 교육이 이어진다. 더구나 '학교 공부 따로, 학원 공부 따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시간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이유다. 2008년 PISA(학업성취도 국제비교)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성적은 2위지만, 학습 효율성 성적은 24위에 머물렀다. 소위 '엉덩이로 공부'했다는 의미다.

◆강사에서 학생으로 수업주도권 이동

이번 대입 정시모집 결과가 속속 나오면서 일부 수험생들은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재수를 결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입시학원들도 재수반을 개설하고 설명회를 여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학원가에 따르면 2011학년도 수능시험은 '수능 역사상 최다 수험생을 기록할 것'이라고 한다. 출산율에 따른 고3 수험생 증가와 2010학년도 수능 응시생들의 증가에 따른 재수생의 합류로 수험생수가 확연히 늘었기 때문이다.

입시학원들은 이색 프로그램들을 내놓으며 재수생 모시기에 나섰다. 대입전문학원 비상에듀 학원의 경우 새로운 학습 시스템을 도입했다. 강사에서 학생으로 이동한 '수업 주도권'이 가장 눈에 띈다.

올해 2월부터 실시될 이 수업 방식은 기존 관행을 뒤엎었다. 우선 50분 수업이 70분으로 늘어났다. 70분 수업은 40분 강의와 30분 '드릴형 수업'으로 나뉜다. 드릴형 수업은 자기주도로 문제를 해결하는 시간이다. 이때 강사는 문제 해결 과정을 꼼꼼히 코치한다. 강의 내용을 30분 동안 자기 것으로 만들라는 것. 자율 학습 시간에 하는 예습, 복습도 별도의 워크북을 통해 당일 강의 내용과 연계되도록 설계했다.

◆자기애 바탕으로 수험생 자존감 지켜야

이 시스템을 설계한 비상교육 공부연구소 박재원 소장은 "PISA 총점 순위와 학습효율화지수에서 1등을 달리고 있는 핀란드의 학교 시스템과 강의, 일반수업과 예·복습 수업이 결합된 일본 학원 모델을 우리 실정에 맞게 재설계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강의 중심이 아닌 학생 주도적 학습 중심이다. 학생들이 학원 안에서 배운 것들을 그 자리에서 모두 익히고 문을 나설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또 기존 학원 강의에서 접하기 어려운 '자존감 향상' '마음건강' '기억력 향상' 수업 등 시험과 관련 없는 비교과 강의도 개설했다. 사교육 첨병인 재수학원에서 공교육도 버거워하는 '마음 관리'까지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박 소장은 "재수에 실패하는 학생 상당수가 '마음이 무너져' 실패한다"고 했다. 그는 "자기애를 바탕으로 자존감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줘야 1년이라는 장기 레이스를 무사히 소화할 수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학생들 반응도 호의적이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스터디 테라피 캠프'를 통해 STS 수업을 경험한 명덕여고 남선영 학생은 "70분 수업이 길지 않았던 것 같다. 선생님 설명을 듣고, STS 학습을 통해 복습했더니 수업을 완벽하게 익힐 수 있었다"고 경험담을 밝혔다.

집중력 향상을 내세운 기숙학원들도 일주일간 학원시설을 무료로 체험한 뒤 입소를 결정하도록 하는 이벤트나 대규모 설명회를 통해 학생들을 모집하고 있다. 이들 학원은 과거처럼 빽빽한 책상 속에 학생들을 가둬두기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웬만한 고급 호텔에 버금가는 시설을 완비해 '집보다 좋은 학습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드릴형 수업'이란

공부의 기본은 '예습-수업-복습'이다. 이는 누구나 아는 상식. 그러나 지금까지 이를 실천하는 일은 학생들에게만 맡겨졌다. 모든 학교, 학원 측은 수업만 담당할 뿐 예습과 복습은 학생의 몫이었다.

박재원 소장은 "동일한 시간을 공부하고도 실력 차가 발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를 많은 교육자들이 명백히 알면서도 실제로 시스템화하지 못했다. 복잡한 문제가 이리저리 얽혀 감히 시도조차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용어는 당연히 '드릴(drill)'이다. '반복 연습(훈련)'이란 뜻을 갖고 있다. 그래서 드릴형 수업은 강의 내용을 '드릴타임'과 복습을 통해 반복 학습해 온전히 자기 것으로 익히는 수업이다. 도표로 개관하면 다음과 같다. [표1] 참조


드릴형 수업의 큰 특징은 70분 수업이라는 점. 그리고 이 중 30분은 학생 스스로 정리하고 익히는 과정(드릴타임)으로 구성됐다. 기존 학원들의 50분 수업시간(학원)은 40분으로 요약, 진행한다.

수업시간 내내 강사가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그래서 학생 입장에서는 수업을 일방적으로 받는 '수동적인 존재'가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뒤바꾼 것이다.

'학생 스스로의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과 문제풀이'가 중점 요소인 '드릴타임'은 '예습+본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 수준에 따라 다시 세 그룹으로 나눠 진행된다. 첫째 그룹은 '예습+본강의'의 내용을 스스로 정리·해결 가능한 학생이다. 둘째 그룹은 정리·해결을 위한 팁과 코칭이 필요한 학생이다. 마지막 그룹은 스스로 정리·해결이 불가능한 학생이다. 보다 상세한 내용을 도표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표2 참조]

드릴타임은 '예습+본강의'에 대한 이해 수준에 따라 진행되는 학생 주도적 학습시간이다.

드릴타임과 복습을 통해 이중으로 점검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드릴형 수업'은 말 그대로 '그날 배운 것을 그날 100% 익히는' 최신 학습모델이다. 수업의 복습은 기존의 일반적인 복습 형태와 달리 운영된다. '예습+본강의+드릴타임' 과정을 통해 습득한 내용을 확실히 '자기 것'으로 익히는 과정은 비슷하다.

그러나 2그룹과 3그룹, 특히 스스로 정리·해결이 불가능한 3그룹 학생들의 취약점을 1:1 질의응답을 통해 수업시간 내에 해결한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그 결과 단 한 명의 학생도 그날 수업을 100% 소화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일이 발생하지 않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