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친화적인 숲 유치원 인기
여성중앙 | 입력 2010.07.28 10:28 | 수정 2010.07.28 10:28
자연에서 배우고 뛰노는 그곳에는 지붕도 벽도 문도 없다. 이미 독일에서 신체 발달과 정서 안정에 도움을 준다고 인정된 자연 친화적인 숲 유치원이 이슈가 되고 있다.
"숲에는 재미있는 게 정말 정말 많아요. 어른이 안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은 돌부리에 넘어져도 까르르, 벌레가 날아와 콧등에 앉아도 까르르 웃었다. 바위를 의자 삼고 나뭇가지를 장난감 삼아 노는 아이들에게 나무가 우거진 숲은 교실이고 놀이터다.
지난해 8월 처음 문을 연 인천의 '청량산 숲 유치원'. 숲의 모든 곳이 교실이고 하늘이 지붕이다. 매일 산을 오르내리기 때문에 아이들이 편하도록 가방도 특별 제작했다. 가방 한쪽에는 등산의 필수품인 물 한 통과 자연 관찰에 필요한 돋보기, 바닥에 털썩 주저앉기 편한 엉덩이 쿠션이 담겨 있다. 아이들은 매일 아침 산 입구에 모여 약 한 시간가량 산 중턱으로 이동하는데, 중간 중간 쉬면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숲길에서 만난 곤충을 관찰하기도 한다. 가끔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기도 했지만 대수롭지 않은 듯 툭툭 털고 일어나는 모습이 여간 대견스러운 게 아니다. 산 중턱에 도착하면 아이들은 둥글게 둘러앉아 '대집단 수업'을 시작한다. 교사가 준비해 온 교재를 가지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인데 주로 나무, 바람, 곤충, 하늘 등의 자연 소재를 가지고 수업을 한다. 동요를 함께 부르고 그림을 그리고 곤충 흉내를 내며 오감 활동을 한다. 대집단 활동 후 간식을 먹은 뒤에는 자유 놀이 시간을 갖는데, 이때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자연의 모든 것이 놀잇감이 되고 주체적으로 놀이를 선택하고 정할 수 있다. 솔방울과 나뭇잎을 채집해 곤충 모형을 만들고 나뭇잎으로 팽이를 만들어 신나게 돌리기도 한다. 쓰러진 나무를 이용해 시소 놀이도 하고, 나뭇가지와 돌멩이를 두드리며 드럼 놀이도 한다. 자유 놀이 후에는 선생님이 들려주는 동화를 듣고, 오늘 하루 즐거웠던 일을 이야기하며 하루를 정리한다.
"처음에 입학했을 때만 해도 아이들은 서로 말도 잘 안 하고 많이 싸우기도 했어요. 자기 표현을 하지 않고 조용하기만 한 아이들도 있었고요. 하지만 탁 트인 공간에서 넘어지면 일으켜주기도 하고 무거운 짐을 함께 들어주기도 하면서 사회성이 길러지고 자기 표현력도 풍부해졌어요. 학부모들도 아이들이 말도 많아지고 밝아졌다며 정말 좋아하세요."
청량산 숲 유치원의 김은숙 원장은 처음과 달라진 아이들의 표정과 말투에서 기쁨을 느낀다고 했다.
"비가 오는 날에도 수업을 해요. 우비 입고 장화 신고요. 요즘 아이들은 비를 직접 맞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빗방울이 손바닥에 또르르 떨어지기만 해도 정말 좋아해요. 첨벙첨벙 물웅덩이를 차며 신나하는데 그렇게 놀아도 감기에 걸리는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답니다. 아이들이 자연에서 뛰어놀다 보니 몸이 더 건강해져 병원비가 줄었다며 좋아하시는 학부모도 계세요."
아직 원생 모집 기간도 아니지만 문의 전화도 많이 오고, 입학 대기자도 꽤 될 만큼 숲 유치원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김은숙 원장은 앞으로 숲 유치원의 프로그램을 일반 유치원에도 보급해 좀 더 많은 아이들이 자연친화적인 환경에서 바르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꿈을 전하기도 했다.
위치 _인천광역시 연수구 청학동 청량산 입학 연령_만 4~5세 수업료 _월 25만원 수업 시간 _오전 8시 30분~낮 12시 30분, 청량산 입구까지 학부모와 함께 등원, 간식 준비 문의 _032-835-4255
국내 숲 유치원 현황
녹색 대안 교육인 숲 유치원은 1950년대 덴마크에서 시작되어 독일, 스위스 등으로 확산되었다. 독일에는 이미 700여 개의 숲 유치원이 운영되고 있을 만큼 그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현재 국내 숲 유치원의 대부분은 지역 산림청, 국유림관리소와 연계하여 운영되고 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자체적으로 신청해 일주일에 몇 회씩 숲을 방문해 숲 체험 활동을 하는 형태에서 시작해, 지금은 산림청과 국유림관리소가 지역 유아 교육 시설과 협약을 맺어 전문 숲 해설가와 함께 자연을 체험하는 형태가 가장 많다. 숲 유치원 입학을 희망하는 경우 지역 산림청, 국유림관리소에 문의하면 된다. 외국처럼 교실이 따로 없이 숲에서 일반 유치원과 같은 교육 과정을 진행하며 원아를 직접 모집하는 자체적인 숲 유치원은 인천 청량산 숲 유치원이 유일하다.
문의 _서울국유림관리소(02-3299-4523), 수원국유림관리소(031-240-8922), 북부지방산림청(033-738-6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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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자유 놀이 시간, 아이들은 멧돼지를 잡겠다며 함정 만들기에 열중이다. 2 _대집단 수업 시간, 아이들이 선생님을 따라 콩벌레가 몸을 쭉 펴는 동작을 하고 있다. 3 _곤충의 다리 개수 맞히기 게임이 진행 중. 아이들은 모르는 곤충이 없는 '곤충 박사'다. 4 _나무 오르기를 시도하고 있는 아이. 위험하다고 말리기보다 아이들의 활동을 격려하고 뒤에서 도와주는 것이 숲 유치원 교사의 역할이다.
기획 박해나 | 포토그래퍼 이민희 | 여성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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