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글로벌 금융 전공·의약과학과… 떠오르는 유망학과로 경쟁력 키운다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10. 12. 2. 18:02

 

글로벌 금융 전공·의약과학과… 떠오르는 유망학과로 경쟁력 키운다

조선일보 | 방종임 맛있는공부 기자 2010.12.02 03:06

 

대학교 학과 개편 '붐'

최근 동국대는 1994년 북한 및 통일 관련 전문가 양성을 위해 국내 최초로 개설한 북한학과의 정원을 줄이는 대신 약대에 배정했다. 3년 전부터 대학 내에서 실시한 ‘입학정원관리시스템’에 따른 결정이다. 입학관리정원시스템은 입학성적과 경쟁률 등으로 평가해 하위학과의 입학정원을 떼어 ‘전략학과’에 재배정하는 운영체제다. 동국대 관계자는 “사회의 변화상에 대응하기 위해 탄력적으로 학과 개편을 한 것이다. 앞으로도 비실용학과보다는 유망한 학과를 육성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변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망학과 개설하고 기초학문은 통합… 사립대 학과 개편 열풍

과거 한국 대학에서 학과는 한 번 생겼다 하면 절대 죽지 않는 불사조였다. 교수와 재학생, 동문이 똘똘 뭉쳐 학과 지키기에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비인기 학과가 통폐합되고 사회적 수요를 예측해 신설학과가 개설되는 등 학문 단위 구조조정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최근 청년 실업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면서 취업률이 낮은 비인기 학과를 개편하는 방향에서 학제 개편을 통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국립대와 달리 상대적으로 탄력적으로 운영이 가능한 사립대의 경우 이런 움직임이 더욱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모사립대 관계자는 "저출산 시대에 대학의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기사 이미지 일러스트=오어진 기자 polpm@chosun.com

두산그룹이 인수한 중앙대는 이런 변화의 흐름에 앞장서고 있다. 인수한 직후부터 학문 단위 구조조정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세상이 원하는 학과를 만들고, 시대에 뒤처지거나 경쟁력이 떨어지는 학과는 과감하게 정리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기존 18개 단과 대학, 77개 학과를 10개 대학, 46개 학과(부)로 선택 집중해 개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비인기 기초학문 중 몇 개의 학과는 사라졌고, 독어학과와 불문학과 등이 합쳐져 유럽문화학부로 통합되는 등 학과 개편이 이뤄졌다. 중앙대 윤경현 기획처장은 "전공 하나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다양한 전공을 배울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혀주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대신 앞으로 비전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는 학과는 새롭게 신설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글로벌 금융 전공이다. 앞으로 금융 분야의 수요가 높을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조처이다. 금융전문가와 재무회계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4년 장학금, 해외 연수 기회, 기숙사 우선 제공 등의 파격적인 혜택까지 내걸었다. 윤 기획처장은 "경영학 분야에서 특화된 전문 금융인재를 길러내 대학의 입지도 높일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삼성그룹에 인수된 이후 대학 개혁에 불을 지폈던 성균관대 역시 학과 개편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문과대·사회과학부·경제학부·자연과학부 등을 문리과대학으로 통합하는 내용의 대규모 대학 변화를 논의 중이다. 또한 2011학년도에 정원 30명의 '소프트웨어학과'도 신설했다. 지난 2006년에는 반도체시스템학과, 2007학년도 대학원과정 휴대폰학과에 이어 2011학년도 소프트웨어학과를 신설함으로써 IT 트라이앵글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최근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지배하는 추세로 급격히 변화하는 전자산업에 소프트웨어 연구 전문 인력을 양성하겠다. 앞으로는 응용학문을 접목시키는 학과 위주로 융복합형 학과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숙명여대 역시 올해 초 19개 학부 6개 학과 구조를 15개 학부 31개 학과로 전환하고 60명 이상의 전공 단위는 학부로 설치하는 등 변화를 추진했다. 이번 학기부터는 3년마다 종합평가를 통해 전체 정원 중 일부를 학과별로 재배정할 계획이다. 학과평가는 연구 업적, 강의 평가, 봉사 실적 등 학과 교수진의 성과와 학생역량 성취도 등을 반영한다. 비실용학과는 대폭 줄이는 대신 유망한 분야의 인재를 집중 육성할 계획으로 3개의 학과를 내년에 새롭게 신설한다. 사회문제를 분석하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사회심리학과, 영어교육 분야에서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전문가를 양성하는 영어영문학부-테슬(TESL)전공, 의약과학, 생명과학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의약과학과 등을 만들었다.

◆사립대 컨설팅 바람도 한 몫

이런 사립대의 학과 개혁 변화에는 컨설팅 열풍도 한 몫 했다. 개혁의 칼을 뽑아들기 위해 대학교 자체 내에서 TF팀을 운영해 자발적으로 평가를 하는가 하면 외부 컨설팅 회사와 민간 경제 연구소에 의뢰해 평가를 받는 경우도 많이 생겼다. 성과 측정을 객관적으로 해서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도다. 올해 초 정부가 사립대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돕기 위해 실시한 경영컨설팅 지원 사업에서도 전국 38개 대학이 참여 신청을 해 정부의 물질적 지원을 받게 됨으로써 앞으로 컨설팅 붐은 계속될 예정이다. 중앙대 관계자는 "교수와 학교 운영진이 주축을 이룬 TF 팀과 외부 컨설팅 업체의 의견을 합해 개혁을 추진했다. 해외 유망 전공 분야에 대한 정보나 학과 변화 트랜드 등을 알기 위해 외부 업체의 의견을 부분적으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물론 대학 내 새로운 변화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학에 시장논리를 일방적으로 적용한다는 걱정이다. 모사립대 교수는 "대학의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학생과 교수, 학교측과 함께 논의하는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