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票心 놓칠수 없다"… 유명 사립학원 유치 열풍
입력 : 2011.03.02 03:00
박영석 기자 yspark@chosun.com
70여곳서 공립형태 운영… 스타강사와 개별 계약도
인재유출 막아 만족 높아… 공교육 실패 인정 지적도
"이 지역 고교생 학력 수준은 파악했나요? 성적을 얼마큼 높일 자신이 있죠?"
28일 충남 서천군청에서 진행된 '인재스쿨' 위탁운영 입찰에 참여한 5개 업체 관계자들이 심사진의 예리한 질문 속에 진땀 나는 겨루기를 펼쳤다. 인재스쿨은 서천군이 지역 학생을 위해 연 예산 8억원을 두고 운영하는 '공립학원'. 서천군은 "다른 농어촌처럼 '지역 인재 이탈'에 대한 고민 때문에 2008년 개설했다"고 말했다.
◆"인재 유출 막고 주민 만족"
공립학원은 국어·영어·수학·논술 중심의 방과 후 수업을 진행하지만 수업 장소에 따라 공립학원형(지자체가 별도 학사 또는 기숙사에서 운영)·거점학교형(지역 대표 학교를 정해 운영), 수업시간에 따라 주일(통학)학원·주말학원 등 다른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지자체 공교육의 효시는 2003년부터 운영 중인 전북 순창의 '옥천인재숙'. 중3~고3 학생 200명에게 2주에 한 번 주말 귀가를 허용하는 기숙사형 학교(연 예산 12억원)다. 올해까지 245명 수료생 중 90여명이 서울·수도권 대학에 진학했고, 서울대에 6명이 합격했다.
입시 성적이 알려지자 서울·경기 거주 학생들까지 찾아왔다고 한다. 서울서 하던 사업을 접고 2005년 순창에 온 김모(51·축산업)씨는 "교육환경이 좋다는 것을 확인한 뒤 귀향했다"면서 "인재숙 덕에 두 아들이 서울대·건국대에 각각 2008·2009년 입학했다"고 말했다.
정보에 목마른 지방 학생·학부모들은 '사교육과의 접목'을 더욱 반기는 실정이다. 올해 서울대 공대 신입생 아들을 둔 이모(47)씨는 "지방 국립대만 염두에 뒀던 아이가 장학금제도를 포함한 입시 정보 때문에 시야를 넓혔다"고 했다.
고교생 대상 '종합교육회관'을 운영 중인 경남 합천군 관계자는 "학생들 호응 때문에 평일만 했던 수업을 올해 둘째·넷째 토요일까지 연장했다"고 말했다.
◆학원 "입찰경쟁에 피 말라"
전국 228개 기초자치단체 중 현재 약 70곳에 운영 중인 지자체 공립학원은 더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각 지자체들의 공립학원 투자 경쟁은 수주(受注)를 원하는 업체 간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자체들은 유명 학원에 연(年) 단위로 운영을 맡기거나 저명 강사와 개별 계약해 강좌를 진행한다.
개별 계약하는 강사들의 대우는 천차만별이지만 월 250만원부터 스타 강사의 경우 월 최고 700만원에 숙소·교통비까지 보장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학원 관계자(47)는 "위탁 운영자로 선정되면 수익도 높고 대외 홍보효과도 매우 크다"면서 "대형 학원들의 과점(寡占), 지자체의 모호한 선정 기준 때문에 후발업체들이 비집고 들 틈이 없다"고 말했다.
◆"소수 우수학생 위한 예산 專用" 비판도
이런 지자체의 '교육 실험'은 '소수를 위한 예산 전용(專用)' '교육 평등권 침해' '공교육 실패의 또 다른 예'란 비판을 받아왔다. 경북 고령군 관계자는 "2006년 중·고생 대상 '영재교육원'을 도입하기 전 '지자체마저 입시 경쟁에 동참하느냐'는 시민·교육 단체 반발이 입시 성적이 확연히 향상되자 사라졌다"고 말했다.
한 공립학원 관계자는 "원죄를 따지자면 모든 것이 대입 성적으로 귀결되는 교육 현실에 있다"며 "주민 만족도와 표심(票心) 때문에 지자체 선거에 나선 어떤 당(黨)도 '공립학원 폐기'를 공표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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