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수표’ 대입전형 단순화한다는데…
경향신문 | 정유진 기자 | 입력 2011.03.07 21:10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 입시학원의 대학입시 설명회에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입시 전문가의 설명을 듣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난수표 같은 대입전형이 올해는 조금이라도 간소화될 수 있을까? 대학들이 속속 2012학년도 입시전형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복잡한 입학전형을 통합하고 논술의 비중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대입전형이 너무 복잡해 학생과 학부모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논술전형의 비중 확대가 사교육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먼저 대학들은 복잡한 수시모집 전형을 통·폐합해 전형 수를 많게는 절반까지 축소했다. 성균관대는 수시모집 전형의 종류를 14개에서 7개로 줄였다. 기존 사회봉사전형은 자기추천자전형에, 동양학인재전형은 학교생활우수자전형에 통합했다. 이에 따라 수시모집은 입학사정관전형인 학교생활우수자, 지역리더육성(농어촌학생), 리더십, 자기추천자, 나라사랑전형, 특기자전형, 일반학생(논술형)으로 단순화된다.
서강대도 알바트로스 국제화전형과 글로벌 과학인재전형을 '알바트로스 인재전형'으로, 가톨릭 지도자 추천과 가톨릭 고교장 추천을 '가톨릭 지도자 추천전형'으로 통합하기로 했다. 논술전형도 수시 2차 일반전형으로 단일화해 총 전형 수가 2011학년도 10개에서 2012학년도에는 7개로 간소화된다.
건국대는 그동안 수시·정시로 나눠 선발하던 입학사정관전형을 앞으로는 수시모집에서만 일괄 실시하기로 했다. 또 입학사정관전형도 9개에서 7개로 줄어든다. KU 리더십 전형은 KU 자기추천 전형에 통합하고, 재외국민·외국인전형과 지원자격 전형 방법이 유사한 KU 차세대 해외동포 전형은 폐지키로 했다. 또 그동안 전형 방법이 각기 달랐던 KU 기회균등 전형, KU 농어촌학생 전형, KU 사랑전형 등 정원외로 선발하는 3개 전형의 방법을 단순화하고, 전형별로 각기 달랐던 평가서류 종류도 통일했다. 중앙대도 수시 1차의 9개 전형 방식을 통합해 학업우수자전형·다빈치형인재전형·기회균등전형·예능우수자전형·특기자전형 등 총 5개로 줄였다.
논술을 폐지하거나 비중을 줄이는 대학도 늘고 있다. 서울대는 수시모집 인문계열 특기자전형에서 실시하던 논술고사를 폐지했다. 그동안 입학전형 과정에서 쌓은 노하우를 통해 서류와 면접·구술 고사만으로도 개인의 잠재력과 창의력, 논리적 글쓰기 능력을 예측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신 정시모집 논술고사는 기존대로 실시된다.
경북대는 올 입시에서 논술고사를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경북대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2012학년도 대입전형안에서 모집정원의 18%를 수시모집 논술능력우수자 전형으로 선발하기로 했으나 최근 이를 번복하고 논술고사를 아예 보지 않기로 했다.
성균관대도 수시 2차의 논술 100% 우선선발 전형을 전면 폐지하는 대신 우선선발 전형은 학생부 30%·논술 70%, 일반 선발은 학생부 50%·논술 50%를 반영해 선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논술로 선발하는 규모는 전체 인원의 25%로 축소된다. 성균관대 김윤배 입학처장은 "논술시험을 교과범위 내에서 출제해 고교현장에서 준비가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각 대학들이 전형을 간소화하고 논술 비중을 축소하고 나선 것은 입학전형이 너무 많아 학부모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는 비판에 따라 정부가 전형 축소 및 폐지를 주문했던 것이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지난 1월 주요 대학 총장과의 간담회에서 "각 대학 입장에서는 10여개 전형이 별로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학부모 입장에서는 이것들이 모아지면 너무 많아서 혼란과 어려움을 느끼는 게 사실"이라면서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논술고사도 학교에서 준비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학들이 비중을 줄여줬으면 한다"며 논술을 폐지하는 대학에 인센티브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학들이 정부 요구에 마지못해 호응하면서 일부 특기자전형을 통·폐합하는 데 그쳐 학생이 체감할 정도의 변화는 없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입학전형이 여전히 복잡한 데다 논술고사 역시 대부분의 사립대학이 비중만 축소해 준비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란 것이다.
이투스 유성룡 입시분석실장은 "통·폐합된 전형들은 입학사정관제 등 맞춤형 특별전형이라 선발인원이 워낙 적었기 때문에 수험생 입장에서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크게 줄어들지는 않았다"면서 "성균관대의 경우 논술 100%를 폐지한다 하더라도 학생부 50%·논술 50%라면 여전히 당락은 논술이 가르기 때문에 논술 준비 부담을 덜어줬다고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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