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교육과정

"취업·입시에 유리"… 다시 理科로 몰린다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11. 3. 28. 16:06

 

"취업·입시에 유리"… 다시 理科로 몰린다

강남·자율고서 강세 현상… 이과가 문과 2배인 곳도
양천·노원도 선호도 높아… "전국으로 확산 가능성"

서울 휘문고등학교(강남구)는 올해 초 2학년 학생들을 반(班)편성하고 교사를 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예년과는 달리 올 2학년 학생 가운데 이과(理科) 희망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이후 고등학생들은 2학년 문·이과 확정 때 문과(文科)를 선호했고, 이 학교 역시 작년까지 이런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올 들어 상황이 바뀌었다. 2년 전 문과 9개반, 이과 7개반이었던 비율이 올 2학년에선 6(문과):9(이과)로 뒤바뀌었다. 휘문고 김형권 진학부장은 "작년 2학년만 해도 문·이과생 수가 비슷했는데, 올해 2학년부턴 이과생이 문과생을 압도했다"고 말했다.

경기고등학교를 다니는 A군은 문과를 가려던 당초의 계획을 바꿔 올해 이과로 진학했다. A군이 이런 결심을 하게 된 데는 '문과로 가면 나중에 취업이 어려울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A군 어머니는 "인문계 명문대에 진학해서도 직장을 못 구해 애먹는 조카들 모습을 보니 반에서 10등 정도인 우리 아이 역시 취업난에 시달릴 게 뻔해 보였다"며 "이공계의 경우 그래도 문과보단 취업이 잘된다고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자율고와 강남 등에서 번지는 '이과 선호'

이과 선호 현상은 자율형 사립고와 입시 열기가 남다른 서울 강남구·노원구·양천구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2010년 처음 선발된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 13개 가운데 휘문고를 포함한 11곳에서 이과반 비율이 증가했다. 세화고(서초구)의 경우 2년 전 46.2%였던 이과반 비율이 올 2학년 들어서는 66.7%까지 치솟았다. 중동고(강남구) 역시 이과반 비율이 46.2%에서 58.3%로 높아졌다.

강서고(양천구)의 경우 이과반 비율이 2년 전 53.3%에서 올해 66.7%로 급증했고, 노원구에서도 이 지역 명문으로 꼽히는 서라벌고(50%→61%) 등에서 이과 선택 학생들이 늘어났다.

이 같은 급격한 변화로 학교들이 분주해졌다. 서울 단대부고의 경우 올해 초 이과반 수를 2년 전보다 1개반 늘린 7개 반으로 편성했다. 반(班)당 학생 수도 35명에서 43명으로 크게 늘렸다.

진학지도 담당 황상호 교사는 "이과 희망자가 급증했지만 교사 수급이 맞지 않아 당장 이과반을 늘리진 못했다"며 "하지만 학생 수만 놓고 보면 사실상 이과반을 한 반 더 만들어도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대부고에선 최근 이과반 비율이 늘자, 교내 모의고사에서 문·이과별 우수상 수상자 비율도 조정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학부모회의에서 몇 차례 나왔다. 중대부고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이과 문제에 예민해져 있다"고 말했다.

취업·진학 문제가 변화 일으켜

이처럼 이과 선호도가 높아지는 것은 자연과학·공학 등 이과 분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기보다는 취업에 대한 불안감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학교·학원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휘문고 관계자는 "적지 않은 학생들이 문과계열 명문대를 졸업하고도 취업을 못해 전전긍긍하는 현실에 충격을 받은 것 같다"며 "이과 계열은 중위권 대학을 가더라도 취업은 할 수 있지 않으냐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과가 대학 진학에 유리하다는 생각도 한몫하고 있다. 대성학원 이영덕 소장은 "실제 대학의 문과와 이과계열 학과 정원은 비슷하지만, 문과 대 이과 수험생 비율은 3대2 정도로 문과생에게 불리한 상황"이라며 "여기에 교육과정 개편으로 올해부터 문과생들의 수학 공부 부담이 예전보다 늘어난 것도 (이과 선호 현상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시기관 하늘교육 임성호 이사는 "아직은 이과 강세가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에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이과가 입시 등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퍼지면 (이과 선호 현상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