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치거나 또는 빠지거나
과학 '산과 염기', 실과 3곳 1년 전 배운 것과 거의 비슷
사회·과학 등 빠진 부분은 뒤늦게 보충 교재 만들기도
현재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들이 5학년 때 배운 내용을 또 그대로 배워야 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 반면에 국사처럼 아예 배우지 못하는 단원도 여럿이다.
새로운 교육과정에 따라 교과서가 바뀌었는데, 지난해 5학년 교과서에 실렸던 내용이 6학년 교과서에 다시 나오는 것이다. 게다가 옛 교육과정 6학년에 있던 내용이 다른 학년으로 옮겨진 국사의 경우엔 전혀 배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6학년 1학기 과학 과목의 2단원은 '산과 염기'. 지시약으로 여러 가지 용액을 분류하고 산성ㆍ염기성 용액의 성질과 일상 생활에서 이용되는 예를 살펴보는 이 단원의 대부분은 이미 5학년 과학의 '용액의 성질 알아보기'와 '용액의 변화' 단원에서 배운 것들이다.
실과의 경우는 중복(重複)되는 단원이 무려 3개나 된다. 새 교과서의 2단원 '간단한 생활 용품 만들기', 3단원 '생활 자원과 소비', 4단원 '생활 속의 전기ㆍ전자'가 지난 5학년 때 공부한 '바느질과 실로 용품 만들기', '용돈 아껴쓰기', '우리 생활과 전기ㆍ전자'와 같거나 거의 비슷하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면, 6학년 간단한 생활 용품 만들기 단원에 나오는 선택 활동의 80%가 5학년에서 배운 것과 같다. '손바느질로 주머니 만들기', '대바늘로 목도리 뜨기'는 그대로다. '부직포로 열쇠고리 만들기', '코바늘로 수세미 만들기'는 주머니가 열쇠고리로, 손가방이 수세미로만 바뀌었다.
이렇게 겹치는 단원이 있는 반면에, 6학년 어린이들이 전혀 배우지 못하는 내용도 적지 않다. 과학은 몸의 근육, 뼈, 소화ㆍ호흡 기관 등에 대해 배우는 '우리 몸의 생김새'와 지진 발생의 원인, 지진 피해를 줄이는 방법 등을 학습하는 '지진' 단원이 각각 5학년과 4학년으로 내려가면서 6학년 과정에서 빠졌다. 일본 대지진으로 지진에 대한 어린이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6학년은 이를 정규 과정에서 전혀 배우지 못하고 졸업을 하게 되는 것이다.
옛 교과서에서 새 교과서로의 이행(移行)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전혀 예상ㆍ검토하지 아니한 탓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뒤늦게 이같은 문제를 깨닫고 사회ㆍ과학 보충 교재를 만들었지만, 일선 학교에는 국사 보충 교재와 교사용 보충 교재만 보냈고, 과학 보충 교재는 한국과학창의재단 누리집에 올려 놓았을 뿐이다. 이를 제외한 다른 과목에서는 거의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고 있다.
최근 6학년 어린이들의 문의가 빗발치자, 서울ㆍ경기ㆍ인천교육청에서는 서둘러 학교에 공문을 내려 보내 중복된 내용은 줄여 가르치고, 빠진 부분은 보충해 수업할 것을 안내했다. 하지만 교사들에게 짐만 지웠지 시간 확보나 평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없다.
서울 신성초등학교 남미애 교장은 "어린이들은 보충 교재를 꼼꼼히 보며 잘 모르는 것은 선생님에게 반드시 묻고, 교사는 해당 과목의 지도 내용을 다시 구성해 학습 결손이 생기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입력시간 : 2011/04/25 16:18: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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