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교 제2외국어서 日ㆍ中 편중 심해
연합뉴스 | 김태균기자 | 입력 2011.05.08 05:36
수업 개설률 88% 달해…독일어 12%, 러시아ㆍ아랍어 0%
'실용적' 수요 많아…문화 다양성 교육 방해 지적도
서울 시내 고등학교에서 이뤄지는 제2외국어 수업이 일본어와 중국어에 지나치게 쏠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서울시교육청의 올해 고교 선택과목 편성 현황 자료에 따르면 시내 일반계 고교 222곳 중 2학년 과정에서 제2외국어로 일본어와 중국어 수업을 개설한 곳은 각각 196곳(88.3%)과 176곳(79.3%)에 달했다.
대부분 고교는 2학년 때 본격적으로 제2외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한다. 일본어와 중국어 수업을 모두 제공하는 학교는 169곳(76.1%)에 이르렀다.
반면 독일어와 프랑스어 수업을 편성한 고교는 27곳(12.2%)과 41곳(18.5%)에 그쳤고 스페인어를 배울 수 있는 학교는 6곳(2.7%)에 불과했다. 러시아어와 아랍어는 수업이 개설된 곳이 아예 없었다.
일어ㆍ중국어ㆍ불어 교과를 운영하는 한 사립고의 관계자는 "같은 한자 문화권이라 낯설지 않고 앞으로 취업에 쓸모가 많다는 생각 때문에 일어와 중국어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선 학교들이 학생들의 수요를 무시할 수가 없을 것"이라며 "우리 학교에서는 불어를 원하는 학생이 일본어 희망자의 절반도 안된다"고 덧붙였다.
많은 학계 전문가들은 균형 있는 세계화 의식을 기르려면 다양한 외국어를 접하는 것이 필요한 만큼, 교육 당국이 이런 언어의 '쏠림 현상'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화여대 불문과의 장한업 교수는 "우리 청소년은 언어ㆍ문화적 다양성에 다소 폐쇄적인 성향이 있다. 다문화 사회에 필요한 감수성을 길러 주려면 실용성만 중시하지 말고 다양한 외국어 수업을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모든 교과를 선택 과목으로 전환하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처음으로 적용되는 올해 고교 1학년에 대해 195개교(87.8%)가 자발적으로 한국사 수업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는 애초 고교 1학년의 필수 과목이었으나 새 교육과정이 도입되며 의무 수강 규정이 없어졌고 정부가 내년부터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바꾸는 방안을 지난달 말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통계는 정부의 한국사 필수조치와 상관없이 이미 고교에서는 대부분 한국사를 가르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한국사를 1학년 과정에 채택하지 않은 학교도 다 해당 교과의 교사가 있어 2∼3학년 때 수업을 편성할 것"이라며 "지금도 거의 모든 학교에서 한국사 과정이 개설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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