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쌓아뒀다가 엉뚱한 데 쓰는 대학들
유석재 기자 karma@chosun.com
2011.06.08 03:01
4년제 사립대 적립금 7조원… 46%가 건축 용도
A사립대는 부속병원의 이전 신축을 위해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금 6억3000만원을 냈다. 그런데 이 예산을 부속병원의 회계가 아니라 등록금 비중이 큰 학교의 교비(校費) 회계에서 지출했다. 이후에도 3회에 걸쳐 이 병원의 신축비용 46억9000만원이 교비에서 빠져나갔다.(교육과학기술부의 '2009 사립대학 감사백서')
학생과 학부모가 어렵게 낸 비싼 등록금이 교육여건 개선이나 장학사업과 무관하게 엉뚱한 곳으로 새 나가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고(高) 등록금' 구조의 큰 이유 중 하나는 돈을 쌓아놓고 학생 교육과 직접적인 관련이 적은 곳에 쓰는 일부 대학들의 행태다. 특히 1건당 평균 공사비 125억원의 막대한 비용이 드는 건물 신축 등 학교의 부동산으로 등록금의 상당 부분이 빠져나가고 있다. 등록금을 내는 학생들 입장에선 졸업할 무렵에야 완공될 건물을 위해서 돈을 더 내야 하는 셈이다.
지난 2월 교육과학기술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결산 기준으로 전국 149개 4년제 사립대의 적립금은 모두 6조9493억원이었다. 전문대·산업대·대학원대학까지 모두 합산하면 10조원이라는 통계도 있다. 적립금 용도 중에서는 건축이 46%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반면 연구(9.2%)와 장학(8.6%)의 비중은 적었다.
일부 사립대에서는 교비의 지출을 둘러싼 비리도 발생하고 있다. B대학은 학교법인 이사장의 전용 승용차를 '업무용 차량' 명목으로 구입한 뒤 운전사 인건비 8800만원과 휘발유 값 1500만원 등 모두 1억8000만원을 교비 회계에서 꺼내 썼다.
학교와는 무관한 단체로 교비가 흘러가는 일도 잇따르고 있다. C대학은 같은 학교법인이 경영하는 유치원 등에 소속된 사무직원 10명의 인건비 2억5000만원을 교비 예산에서 꺼내 지급했다가 적발됐다. 대학 총무관리과장이 학교 통학버스 이용료 9400만원을 교비 회계에 편입하지 않고 다른 계좌로 관리하다가 자녀 결혼비용으로 유용한 사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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