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교육과정

사회+과학··· 지리+역사+예술··· '융합형 교과 교육'이 뜬다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11. 6. 13. 21:49

 

사회+과학··· 지리+역사+예술··· '융합형 교과 교육'이 뜬다

조선일보 | 조찬호 맛있는공부 기자

2011.06.12 15:45

 

◆2개 이상 교과 융합이 교육계 '이슈'

지난 3월 고교 1학년 과정에 '융합형 과학 교과서'가 도입됐다. 이 교과서는 기존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의 구분을 없앤 대신 1부 우주와 생명, 2부 과학과 문명이라는 큰 주제 안에서 과학의 각 분야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움직이는지를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풀어냈다. 경기도교육청이 지난 10일 도내 중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첫 창의·서술형 평가에서는 지리와 역사, 사회와 과학처럼 여러 과목의 지식을 두루 묻는 '교과목 융합형' 문제가 출제됐다.

최근 교육계 화두 중 하나는 '융합 교과 교육'이다. 대학에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융합학부·융합전공을 개설해 운영해왔다. 입시에서도 점차 융합형 사고를 중시하고 있다. 주요 대학에서 실시하는 통합교과형 논술은 2개 이상 교과를 융합해 출제하는 방식으로, 상위권 대학으로 갈수록 교과 융합의 범위가 넓다. '융합'이 교육계 이슈가 된 지는 이미 오래지만, 올해는 특히 새로운 패러다임이 속속 제시되고 있어 학생과 학부모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역사를 활용한 융합 교과 프로그램이다.

2012년부터 한국사가 고교 필수 교과로 지정된 것과 함께 7차 교육과정 개정안에 따라 기존 6학년 1학기에 배우던 한국사가 올해부터는 5학년에, 세계지리는 중1, 세계사는 중 2·3학년에 편제되면서 초등 3~4학년 때부터 이를 준비하려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 여기에 '융합형 교육'에 대한 관심이 맞물려 평생교육원이나 방과후 학교, 학원 등에서 학생·학부모 대상의 다양한 역사 강좌가 속속 개설되고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A씨(서울 마포구 거주)는 "역사를 통해 경제·사회·지리·문학·예술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과외를 원하는 학부모가 많아진 데 반해 이런 커리큘럼을 가진 선생님이 적다 보니 특정 과외 선생에게 몰려 대기자로 등록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중학교 3학년인 아들과 초등학교 6학년인 딸의 교육을 위해 독서 및 역사논술 자격증을 취득해 가르쳐 온 김란희 씨는 "교과 위주인 학교 수업으로는 융합적 사고를 키우기 어렵기 때문에 직접 자격증을 따거나 프로그램을 이수해 아이를 가르치려는 엄마가 점점 늘고 있다. 중학교에 올라가면서부터는 입시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특히 3~4학년 자녀를 둔 엄마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기사 이미지 일러스트=오어진 기자 polpm@chosun.com

◆융합형 교육 초등학교에 학생들 몰려

융합형 교육을 통해 전교생 6학급 98명이던 학교를 4년 만에 11학급 280명으로 성장시킨 경기 양평 조현초등학교 이중현 교장은 "초·중등 교육의 가장 큰 문제가 철저한 분과 학문 식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지식을 갖추고도 이를 연계 융합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역사는 동시적인 분야와 통시적인 분야를 아우를 수 있기 때문에 융합 교과 교육에 적합하다"라고 말했다. 조현초는 대통령제에 대해 배울 때 조선과 고려의 정치제도를 함께 살펴보고 삼국의 문화에 대해 배울 때는 문화재 감상, 박물관 견학, 연극 등과 연계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문 사회를 과학과 연계한 수업도 눈에 띈다. '환경'에 대해 공부할 때는 환경의 사회적 영향, 실험을 통한 환경오염의 원인 분석, 환경 윤리 등을 프로젝트 수업으로 엮어 과학·도덕·사회를 아우르는 방식이다. 이 교장은 "재학생을 대상으로 다중지능검사를 실시한 결과 2학년 때 93이었던 학급 평균이 4학년에는 101으로 성장하는 등 유의미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융합 교과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융합형 과학 교과서' 개발을 이끈 서강대 이덕환 교수(화학과)는 "현재의 교과별로 파편화된 교육은 모든 학생을 김연아·박태환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실에서 접하는 과학 현상은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등 다양한 요소가 융화되어 나타난다. 일상에서 언어생활을 할 때 문법, 말하기·듣기·쓰기를 따로 생각하고 사용하지 않지만, 현재 교육과정에서는 이를 각각 분리하고 게다가 선택해 배우도록 하기 때문에 융합적인 사고는커녕 조각 지식을 습득하는 데 그친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대학에서 교과 지식 외에 논술·구술 등을 통해 융합적 사고를 가진 학생을 선발하려는 것도 이런 맹점 때문이다. 융합 교과 교육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초·중등 교육으로 확대해 커리큘럼은 물론 평가 방식 등에도 변화를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