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비교과·논술로 수시 합격? No! 교과 성적이 당락 좌우
조선일보 오선영 맛있는공부 기자
2011.08.28 15:44
수시에서 내신이 미치는 영향력입사관제 취지는 '공교육 정상화'
비교과 실적 부족해도 학교생활 충실하고 성적 뛰어난 학생 선호
수시전형에 합격하려면 내신 관리가 중요하다는 말은 대입의 기본 상식이다. 하지만, 논술이나 화려한 비교과 실적으로 불리한 내신을 뒤집고 합격한 학생들의 사례를 보면서 내심 '내신은 별로 안 중요한 것 같은데?'라고 생각하는 학생, 학부모도 많을 것이다. 내신은 왜 중요한 것일까? 대학 입시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까?
대입 수시전형은 크게 학생부우수자 전형, 대학별고사(논술, 면접) 전형,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나뉜다. 세 전형에서 공통으로 반영되는 것이 바로 학생부이다. 학생부는 내신과 비교과 실적을 반영하는데, 이 중에서도 내신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
학생부우수자 전형을 보면, 우선 수도권 외 지방 소재 대학들은 학생부에서 비교과를 반영하지 않고, 내신 100%로 선발하는 경우가 많다. 비교과를 10%가량 반영하더라도 '출결' 정도만 반영하기 때문에 실제로 내신이 당락을 결정짓는다. 경희대, 동국대 등 서울 소재 일부 대학에서도 학생부에서 내신을 100% 반영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1.3~1.5등급의 최고 수준 내신을 가진 학생들이 합격한다. 전형방식이 일괄합산이 아닌 다단계 전형일 경우에는 1단계에서 내신만으로 일정 배수를 뽑기 때문에 더욱 교과 성적의 영향이 크다. 특히,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거나 낮은 경우에는 내신 합격선이 더욱 높아진다.

대학별고사 전형도 교과 성적이 1단계 통과 여부를 좌우한다. 올해 입시를 보면, 경희대와 숙명여대, 이화여대(일부 학과) 등은 논술 전형에서 학생부 반영 시 비교과를 빼고, 교과 성적만 반영한다. 지난해까지 일반(논술)전형 우선선발에서 논술 100%로 합격자를 선발했던 고려대도 올해는 논술 80%, 학생부 20%를 반영한다. 연세대 역시 일반(논술)전형 우선선발에서 학생부를 30% 반영하고 있다. 정보학원 박명자 상담부원장은 "논술문제가 까다롭지 않게 나올 경우, 언수외 1등급끼리 경쟁하는 우선선발은 학생부 20%에서 판가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연세대 글로벌리더 전형의 경우, 영어 공인성적을 상/중/하로만 평가했다. 텝스 성적 770점 이상인 지원자는 '상' 점수를 받아 사실상 공인 성적은 변별력이 없었다. 논술시험 역시 평이한 수준으로 출제돼 학생부가 당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일례로, iBT토플 성적이 118점이고 내신이 4.5등급인 특목고 출신 A 학생은 불합격했지만, 텝스 성적이 800점대 초반이고 내신이 2.7등급인 특목고 출신 B 학생은 합격했다. 또, 지난해 성균관대 글로벌리더 전형에 합격한 C 학생은 평소 모의고사 성적이 언어 1등급, 수리 3등급, 외국어 2등급, 사회탐구 3등급이었다. 정시로는 합격이 불가능한 성적이지만, 1.35등급이라는 뛰어난 내신과 텝스 성적(835점)으로 글로벌리더전형에 지원해 합격했다.
입학사정관제 역시 1단계에서 내신과 비교과를 함께 보거나, 내신만으로 2단계 응시자를 결정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용근입시전략연구소의 김용근 소장은 "뛰어난 비교과 실적으로 불리한 내신을 뒤집는 경우는 소수에 불과하다. 100명이 1단계를 통과한다면, 그중 70명가량은 합격 가능성이 매우 큰 부동층이고, 하위 30명 정도가 역전 가능성이 있을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내신이 좋지 않다면, 1단계 통과 자체가 어렵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입학사정관 전형인 연세대 진리자유 전형도 1단계에서 학생부 100%로 3배수를 선발한다. 대략 서울 상위권 대학은 1.5등급 이내, 중상위권 대학은 1.8~2등급 정도를 유지해야 합격 가능성이 크다.
올해 카이스트 입시에서도 비교과 실적이 전혀 없지만 내신 성적이 1.28등급인 C 학생은 합격한 반면, 각종 과학대회 수상 실적과 과학 관련 동아리, 영재교육원 경력이 화려한 D 학생은 불합격했다. D 학생의 내신은 1.75등급이었다. 박명자 부원장은 "D 학생은 비교과 포트폴리오가 워낙 뛰어나 당연히 합격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산이었다. 그만큼 학교 측에서 내신을 중요하게 반영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학교생활우수자전형으로 서강대 경영학과에 합격한 E 학생은 136시간의 봉사활동 외에는 비교과 실적이 전혀 없었지만, 1.2등급이라는 높은 내신 성적 덕분에 합격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분석팀장은 "입학사정관제에서 내신보다 비교과 실적이 중요하다는 말은 정말 큰 오해이다. 입학사정관제의 취지가 '공교육 정상화'이기 때문에 학교생활에 충실하고 교과 성적이 뛰어난 학생을 선발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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