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수는 100점인데, 사회는 49점?
세계닷컴 김현주 기자
2012.05.24 13:51:18, 수정 2012.05.25 18:22:03
#1.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주부 김정희(44)씨는 한국사만 생각하면 속이 답답해진다. 국어, 영어, 수학은 100점 받는 딸(초등 5학년)이 사회 시험에서 49점을 맞았기 때문이다.
딸아이는 ‘한국사’라는 말만 들어도 얼굴을 찡그린다. 사회 교과서가 이해 안 되고 무작정 외우는 게 너무 싫단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교과서를 펴놓고 함께 공부하자고 살살 달랜다. 그깟 5학년 사회쯤이야 쉽게 가르치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교과서를 보니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진대법, 훈요 10조, 노비안검법, 시무 28조, 무신정변, 경국대전, 북벌론, 모스크바3국외상회의, 발췌개헌, 제헌국회, 유신헌법…’이게 정말 5학년 교과서 맞아?’, ‘5학년 사회 교과서가 언제 이렇게 어려워졌지?’라며 연거푸 한숨만 내쉰다.
#2. 학교 운동장에 차들이 줄줄이 들어선다. 초등생 손을 잡은 학부모, 사설학원 강사와 삼삼오오 모인 중·고등학생, 대학생 등. 다양한 계층의 응시생들로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고사장은 금세 북적인다.
◆ 더 중요해진 ‘한국사’, 그러나 더 어려워진 ‘한국사’
기존엔 6학년 1학기 때 한국사 통사를 배웠다. 그리고 미리 4학년 때는 문화재 중심으로, 5학년 때는 생활사 중심으로 순차적으로 배운 뒤에 6학년 때 전반적으로 통사를 배우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그런데 동북공정 등 주변국의 역사 왜곡에 대응하기 위해 역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2007 개정교육과정에 따라 6학년 1학기에 배치되었던 통사가 5학년 1·2학기로 내려왔다.
4~5학년에 배치되었던 문화재·생활사 등도 모두 5학년에 통합되었다. 이제 초등학생들은 역사를 전혀 배우지 못한 채 5학년 때 통사부터 배우게 된 것이다.
게다가 학습 시간이 한 학기(51시간)에서 두 학기(102시간)로 늘어나면서 학습할 내용도 2배 이상 많아졌다. 선사 시대부터 근현대사까지 공부의 깊이가 달라진 것이다.
◆ 고등학교 필수과목이 된 ‘한국사’, 초등학교 때부터 흐름 잡아야
서울수송초등학교 배성호 교사는 “이전에 비해 역사를 다루는 학년은 내려왔는데 교과서 내용은 더욱 깊고 학습 요소가 많아지면서 5학년 아이들이 1년 안에 이걸 다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고 말했다.
학부모 조미현(43)씨는 “초등 고학년인 딸아이가 한국사를 지루하게 생각할까봐 박물관도 다니고 영화 ‘활’도 보면서 명·청나라와 조선과의 관계, 병자호란까지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아이가 한국사 통사 책을 잘 읽지 않아서 역사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며 하소연했다.
어린이책 평론가인 황경숙 교사는 최근 들어 “3~4학년 아이를 위한 한국사 통사 책을 추천해 달라”는 질문을 유독 많이 받는다고 한다. 한국사 통사가 5학년으로 내려오면서 미리 3~4학년 때부터 통사 책을 읽을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황 교사는 “얼마 전에 출간된 용선생의 시끌벅적 한국사 같이 논리적이면서도 쉽고 반복해서 볼 수 있는 글줄로 된 역사책을 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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