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삶의 리듬을 선택하자... 미각의 권리와 음식이 주는 쾌락을 되찾자.”(슬로푸드 선언문 중)
‘잘 먹고 잘 살자’는 선언, 슬로푸드(Slow Food) 운동 출범시킨 나라답게 이탈리아에서는 1998년부터 초등학교에서 미각교육을 의무화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슬로푸드 이탈리아 본부를 미각교육 담당 기관으로 공식 승인했다.

이탈리아 북서부 피에몬테주(州) 브라에 있는 슬로푸드 본부에서 미각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발레리아 코메티(Cometti)씨는 “음식을 먹고 맛보는 법을 더이상 가정에서 배우지 못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음식이 어떤 맛이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늘고있어요. 아이들은 특히 심각합니다. 인공조미료가 몸에 좋지 않다고들 하죠? 하지만 인공조미료가 어떤 맛인지 모른다면, 모르고 먹다가 건강을 해칠 수 있겠죠. 또한 음식과 식사는 내가 속한 사회를 이해하고, 사회 구성원들과 어울리는 방편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각교육이 중요합니다.”
1998년 이후 이탈리아 전역의 초등학교 교사 900여명이 슬로푸드에서 진행하는 미각교육 지도과정을 수강했다.
‘말하다, 행동하다, 맛보다(Dire, fare, gustare)’라는 책자와 ‘맛의 마술로의 여행(Viaggio nella magia del gusto)’라는 CD롬을 만들어 교사들이 직접 미각교육을 배울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그러나 슬로푸드의 미각교육 프로그램의 가장 핵심은 역시 ‘스쿨 가든(School Garden)’이다.
2001년 슬로푸드 미국지부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로, 학교 내 운동장 한켠을 정원으로 만든다. 아이들이 각종 채소를 키우고 맛보면서 음식 그리고 자연과 자연스레 친근해지도록 한다.
“요즘 아이들은 채소라고 하면 비닐에 포장된 상태로 수퍼마켓에서 판매하는 것으로만 알죠. 스쿨 가든을 통해 아이들은 음식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을 하게 됩니다. 식물이 어떻게 자라는지 직접 봅니다. 물이나 살충제, 비료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배웁니다. 채소가 생명체라는 생각을 갖게 되면서 생물에 대한 존경심이 싹틉니다.”
스쿨 가든은 단지 교사와 아이들이 꾸려가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학교가 있는 마을 채소가게나 과일가게, 푸줏간을 운영하는 주민들이 찾아와 키우는 법이나 먹는 방법을 말해준다. 노인들이 찾아와 아이들이 키운 채소로 만들 수 있는 지역 전통음식에 대해 알려주기도 한다. “이런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사회의 일원임을 자연스레 알게 됩니다. 자신이 살고 있는 땅은 물론 지역사회, 문화와 강한 연결고리를 형성합니다.”(발레리아 코메티씨)
지역이나 학교, 아동 특성에 따라 교사가 슬로푸드에서 배운 미각교육 내용을 다양하게 적용하고 변형시켜 진행한다. 나이는 상관 없지만, 초등학교 아동이 미각교육을 실시하기 가장 적당하다.
코메티씨는 “초등학교 이상 올라가면 공부 양이 많아져 제대로 미각교육을 실시하거나 학사일정이 포함시키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어린이 미각교육 현장을 취재하고 왔습니다. 우리는 아직 식품 안전, 위생, 영양 등을 말하는 수준인데, 이들은 한 차원 높은 맛을 가르치고 있더군요. 부럽더군요. 그리고 우리도 어서 미각교육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사진은 이탈리아 브라에서 2년마다 열리는 치즈행사 사진입니다. 구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