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까?

세계 아이들은 '맛' 공부 중-프랑스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7. 6. 24. 12:32
세계 아이들은 '맛' 공부 중-프랑스
  2007/06/21 19:07
구름에      조회 711  추천 1

프랑스 투르에 있는 ‘프랑시스 풀랭(Francis Poulenc) 초등학교’. 도미니크 몽투(Montoux) 선생님이 빨간색 사과를 들고 학생들 앞에 섰다. 몽투씨가 담임을 맡고 있는 3학년 어린이들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반짝 빛난다.

 

 

 

 

“사과가 어떻게 생겼어요?” 아이들이 “동그래요!”라고 한 목소리로 외친다.

 

몽투씨가 학생들에게 사과를 만지게 한다. “만져보니 어때요?” 이번에는 여러 대답이 쏟아진다. “매끄러워요.” “차가워요.” 몽투씨가 다시 아이들에게 묻는다. “‘toucher(만지다)’ 말고 다른 표현은 뭐가 있을까? 그래요, ‘palper’가 있어요. Palper는 ‘주의를 집중해서 감촉을 느끼다’로, 단순히 만지는 toucher와 차이가 나지요. 그럼 toucher가 영어로는 뭐지요? 그렇지, touch예요.”

 

이어 몽투씨는 투명한 액체가 담긴 플라스틱 잔을 자신의 반 학생들에게 하나씩 나눠줬다. “모두 한 모금씩 마셔보세요. 어떤 맛이 나지요?” “단맛이요!” 아이들이 일제히 외쳤다.

 

“맞아요. 컵에 담긴 물에는 설탕이 녹아있어요. 그런데 얼마나 달지?” 몽투씨가 학생들에게 ‘1 2 3 4 5 6 7’이라고 순서대로 인쇄된 종이를 한 장씩 나눠줬다.

 

“종이에 숫자가 적혀있지요? 1번부터 7번까지 놓고 봤을 때, 얼마나 단맛이 강한지를 자신이 느끼는대로 숫자에 ‘X’자로 표시해보세요. 1번에 표시한 사람? 3명이네. 그럼 2번? 10명....”

 

몽투씨가 다시 투명한 액체가 담긴 플라스틱 잔을 학생들에게 돌린다. “이번에는 맛이 어떻지요?” 아이들이 맛을 보더니 얼굴을 찌푸린다. “짠맛이 나요.”

 

“맞아요, 이번에는 소금을 탄 물이에요.” 학생 둘이 “쓴맛이 난다”고 말한다. “괜찮아요. 그런 맛이 난다고 느낄 수도 있어요. 그럼 잠깐 쓴맛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요? 어린이들, 쓴맛은 어때요?” 학생들, 여기저기서 “싫어요!”라고 외친다.

 

“하지만 쓴맛을 안다는 건 중요해요. 몸에 해로운 물질은 대개 쓴맛이 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몸이 본능적으로 쓴맛을 싫어하는 거랍니다. 하지만 알아차려야만 위험에 처하지 않게 되지요? 그래서 쓴맛이 중요하고, 우리가 알아야 하는 거랍니다.”

 

몽투씨는 매년 자신이 담임을 맡는 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미각교육’을 실시한다. 프랑스에서는 현재 아동을 대상으로 한 미각교육이 의무는 아니다. 하지만 몽투씨처럼 어려서 맛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믿는 교사들이 미각교육을 프랑스어나 수학, 과학 수업의 일부로 진행하고 있다.

 

매년 프랑스 전국 초등학교에서 4학년과 5학년(10세~12세) 어린이 10만여명이 미각교육을 받는다. 몽투씨는 “사춘기 전에 교육이 실시되어야 더욱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미각교육에 사용되는, 다양한 맛과 향을 내는 용액.

 

몽투씨를 비롯한 많은 초등학교 교사들은 왜 미각교육이 아이들에게 필요하다고 믿는걸까. 몽투씨는 “음식과 음료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무엇을 먹고 마시는지에 대해 신경쓰지 않고 단순히 삼키지 않게 되지요. 처음 본 음식을 겁내지 않고 흥미를 갖고 맛보려는 태도가 생깁니다. 영양소 등 음식에 무엇이 들어가는지 궁금해지고, 알고싶어하지요. 이런 어린이가 자라면 몸에 좋은 음식을 가려서 쇼핑하는 ‘똑똑한 소비자(informed consumer)’가 됩니다.”

 

미각교육은 단지 음식과 맛에 대한 관심과 지식만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몽투씨는 “미각교육을 받은 어린이는 ‘수퍼 학생(super student)’가 된다”고 말했다. “미각교육을 통해 아이들은 감각적으로 더 풍부해지고 예민해진다”고 설명했다. 맛을 구분하다보면 어휘가 늘어납니다. 더 많이 생각하고, 논리적이 됩니다. 어학은 물론 수학, 물리 심지어 외국어 실력까지 향상되는 건 당연하죠.”

 

미각교육이 프랑스 학교에서 의무화되지 않았으므로, 미각교육에 관심 있는 교사들은 개인적으로 미각교육을 가르치는 방법을 ‘프랑스미각연구소(Institut Francais du Gout)’에서 교육 받는다. 연구소에서는 2개월 강의를 들으면 미각교육을 가르쳐도 된다는 인증서를 발급해준다.

 

미각연구소는 프랑스 국립 요리자문회(Conseil National des Arts Culinaires) 부회장(vice president)인 자크 퓌세(Puisais)씨가 1976년 설립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각학자이자 양조학자인 퓌세씨는 음식의 맛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접근하는 시도를 최초로 시도한 인물로 인정받는다. 미각연구소는 어린이를 위한 미각교육을 1971년 처음 시험적으로 실시했고, 이후 1983년부터는 전국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투르에서 만난 퓌세씨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아이들에게 미각을 가르쳐야 한다는 인식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과 일본에서는 나의 책 ‘어린이들의 맛(le Gout de l’Enfant)’이 번역 출간됐고, 미각교육이 초등학교 교육과정의 일부로 의무화했습니다. 특히 일본에서는 제가 개발한 미각교육 방식을 자국 사정에 맞게 변형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매년 일본을 서너 차례 방문해 자문해주고 있습니다.”

 

미각연구소에서 개발한 어린이 미각교육 프로그램은 10개의 레슨으로 구성된다. 맨 처음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의 오감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두 번째 레슨에서는 다야한 맛과 그 맛을 인지하는 혀의 부위들 등을 배운다. 시각, 미각, 청각, 후각 등 각 감각기능에 대한 교육이 이어진다.

 

그런 다음 음식을 배운다. 프랑스 지역별 토속음식을 배운다. 마지막으로 음식의 재료와 양념을 맛보고 평가하는 방법을 배운다. 몽투씨는 “아이들이 점차 프랑스 전통음식과 멀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지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맛도 배워야 하는 시대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필요한 교육 같습니다. 구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