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교육과정

공대생들 수학실력 형편없는 이유 있다?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7. 10. 12. 08:53

공대생들 수학실력 형편없는 이유 있다?




-올 입학생 60%가 쉬운 수리 ‘나’ 선택 합격-

올해 국내 공과대학에 입학한 학생 10명 중 6명은 대학수학능력 수학시험에서 인문계 학생들을 위해 마련한 수리 ‘나’형을 치르고 합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리 ‘나’형은 ▲미·적분 ▲확률·통계 ▲이산 수학 등 자연계열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과정에 맞춘 수리 ‘가’형보다 쉬워, 보통은 인문계열 학생들이 선택하는 과목이다.

수학실력이 탄탄해야 할 공과대학 입학생들이 합격만을 위해 어려운 수학문제를 피해 ‘쉬운 길’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공대생의 수학실력이 형편없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11일 국회 교육위원회
안민석 의원(대통합민주신당)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공학·의학계열 합격생의 수능시험 수리영역 선택현황’에 따르면 올해 전국 77개 4년제 대학의 정시모집 전형을 통해 입학한 공대생의 61.1%는 수리 ‘나’형에 응시했다. ‘미적분 기호도 모르는 공대생’ ‘2차 방정식도 못푸는 공대생’ 등 국내 공대생들의 저조한 수학실력의 원인을 실증적인 통계로 입증한 자료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ㅈ대의 경우 지난해 수리 ‘가’형을 선택한 공대생은 44명에 불과했지만 수리 ‘나’형을 선택한 학생은 1034명이나 됐다. ㄷ대 공대도 수리 ‘나’형을 선택한 학생은 264명으로 수리 ‘가’형에 응시한 65명과 대조를 이뤘다. 의대의 경우도 2006학년도에는 응시생의 23.3%만 수리 ‘나’형을 선택해 시험을 치렀지만 올해 합격한 학생들은 31.7%로 선택률이 치솟았다.

상대적으로 쉬운 수리 ‘나’형을 치르고 학생들이 공대에 입학하다보니 공대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고등학교 수학강의를 해야하는 웃지 못할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공대 응시생의 수리 ‘나’형 선호현상은 최근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57.3%였던 공대 응시생들의 수리 ‘나’형 응시율은 올해 2.8%포인트 올랐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입시 전문가들은 과목선택의 폭을 넓힌 7차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교육부와 공대생 유치에 혈안이 된 대학당국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중앙학원 김영일 원장은 “계열 구분 없이 과목선택이 가능하다보니 자연계 학생들도 공부하기가 수월한 수리 ‘나’형을 택하게 되고, 정원 채우기에 급급한 중·하위권 공대들은 수험생들의 응시 과목에 관계없이 학생들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수리 ‘나’형을 선택하는 공대생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정부와 대학의 적절한 조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안민석 의원은 “자연계열 입시에서 수리 ‘가’형 응시를 의무화해야 수리 ‘나’형 시험을 치르고 합격한 학생이 공대 강의실을 채우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며 대안을 제시했다. 안의원은 또 “어떤 이유에서인지 고대, 연대 등 상위권 대학은 자료 제출을 거부했고 교육부도 처음에는 자료 공개를 꺼렸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 선근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