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육의 목표

이젠 정통 영어보다 ‘글로비시’!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7. 11. 10. 13:35
이젠 정통 영어보다 ‘글로비시’!
 
원어민·非원어민 비율 1대 3 문법 파괴, 편한 口語가 대세
 
이용수 기자 hejsue@chosun.com 
 
바야흐로 영어 사용 인구가 15억명인 시대다. 영어가 모국어인 미국·영국인이나 호주·뉴질랜드인 같은 사람들에겐 참 편리해진 세상이라고 부러워할 법도 하다. 하지만 영국의 저명 언어학자 데이비드 그래돌(Graddol)은 그런 생각이 “잘못됐다”고 단언한다. 실제 생활에서는 “비(非)원어민이 쓰는 ‘글로벌 영어(글로비시·global+English)’가 정통 영어보다 대접받는 세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9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영어 원어민과 영어를 외국어로 배운 비원어민 비율은 1대 3. 영어로 진행되는 많은 국제회의나 국제 비즈니스 협상에서 원어민은 없는 경우가 허다하고, 원어민이 있을 때보단 없을 때 회의나 협상도 더 매끄럽게 진행된다. 호주의 한 은행 간부는 “그리스, 러시아, 덴마크 사람들과 영어로 얘기하면 일하기가 수월한데, 정작 영어가 모국어인 아일랜드인과의 대화는 부담된다”고 말했다. 또 최근 네덜란드에서 열린 한 학술회의에서 한 영국인 참석자는 “다른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관용적인 표현을 빼고 ‘덜 영어스럽게’ 말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한다.

‘글로비시’의 특징은 정통 문법에 얽매이지 않고 비원어민들끼리 알아듣기 편한 방향으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특히 구어(口語)에서 두드러지는데, 3인칭 단수 주어 뒤의 동사 현재형에 붙는 ‘s’를 빼먹거나 관계대명사 ‘who’와 ‘which’를 혼용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또 정관사 ‘the’와 부정관사 ‘a(n)’를 내키는 대로 쓰고 ‘information(정보)’ ‘knowledge(지식)’ 같은 불가산(不可算)명사에 복수(複數)를 뜻하는 ‘s’를 붙이기도 한다.
 
글로비시가 득세하면서 심지어 원어민들마저 ‘알아서’ 문법을 파괴하는 사례도 많이 보고된다. 또 영어 사용자는 계속 늘겠지만 세계 인구 중 영어 원어민의 비율은 계속 줄어 금세기 중반이면 중국어, 스페인어, 힌두·우르두어, 아랍어에 이어 5위로 처질 전망이다.
입력 : 2007.11.10 0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