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육의 목표

수준별로 반 편성해야 효과있을 것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8. 1. 26. 14:03
"수준별로 반 편성해야 효과있을 것"
'영어로 수업' 정책, 전문가들 의견은?


현재 시스템에서는 사교육 부추길 위험
영어 듣기·말하기 실력 향상에 큰 도움
영어로 수학·과학 배운 학생들 성적 좋아
김남인 기자 kni@chosun.com 
 

2010년부터 전국의 모든 고교에서 영어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겠다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발표에 대해 전문가들은 "목표 설정 자체는 바람직하다"고 반겼다. 25일 출범한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도 "인수위의 영어 공교육 강화정책을 환영한다"며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세부 일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영어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정책은 교사의 영어 능력 향상과 함께 학생들도 수준에 맞게 배울 수 있도록 맞춤형으로 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어로 영어 수업, "바람직하나 교육 환경 개선이 우선"

전문가들은 일단 "학교에서 영어를 10년이나 배우고도 외국인 앞에선 입을 벙긋조차 못하는 한심한 영어회화 능력을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며 환영했다.

서울대 영어교육과 권오량 교수는 "수업 자체를 영어로 하면 아이들의 영어 듣기·말하기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경북대 영어교육학과 최인철 교수는 "영어교육을 하려면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영어 주입(input)을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그럴 기회가 없었다"며 "영어로 수업하면 학생들이 영어를 들을 기회도 많이 생기고, 학생과 교사가 영어로만 대화할 수 있어 긍정적일 것이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현재 교육 여건 등을 고려할 때 당장 2010년부터 실시가 가능하겠느냐는 회의론도 제기됐다. 서울지역만 하더라도 중학교 378개, 고등학교 297개 중 한 학교당 3~4명씩 영어 교사가 배치되어 있다. 영어회화 수업은 10~20명씩 배우는 것이 적당하므로 현재의 영어 교사 수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영어 실력이 각기 다른 30~4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꺼번에 영어 수업을 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효율적인 영어 수업을 위해선 수준별로 반을 편성하고, 분반 수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려대 영어교육학과 최석무 교수는 "영어시간엔 학생들을 나눠 소규모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 조치가 따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영어 교사 양성체제부터 바꿔야 한다는 주문도 많았다. 교사들을 위한 지도 교재와 메뉴얼 개발도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몰입교육, "초등학생 효과 좋아. 중·고교는 시간 두고 실시를"

영어 이외의 과목을 영어로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도 단계적으로 실시된다. 현재 이런 영어몰입수업은 서울 영훈·매원·우촌(모두 사립) 초등학교와 경기 고양시의 일부 학교가 실시하고 있다. 영훈초 등은 한국인 교사가 먼저 수학·과학 과목을 가르친 후 원어민 교사가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에 의해 이 과목들을 영어로 다시 수업한다. 서울 광남초등학교는 오는 3월부터 외국인과 한국인 교사가 한 팀이 되어 가르치게 된다. 고양시에선 '초등영어교과연구회' 소속 30여명의 교사들이 자신이 속한 학교에서 수학·과학·사회·미술을 영어로 가르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과 내용이 쉽고, 흡수력이 빠른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영어몰입교육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고양시교육청 김성희 장학사는 "영어로 수학·과학을 배운 아이들은 영어와 해당 과목 성적이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어몰입교육을 중·고교에까지 적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수준별 수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재의 시스템에서 심화된 교과 내용을 영어로 가르치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다는 얘기다. 영어몰입수업을 위한 또 다른 형태의 사교육이 생길 가능성도 우려된다.

한국영어교육학회 고경석 회장(경인교대 교수)은 "일단 특목고 등 아이들의 수준이 비슷한 곳에서 수학·과학 과목에 한해 시범 실시해본 후 확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숭실대 박준언 교수는 "기존 교사들도 재교육을 시키고, 영어권 국가에서 수학·과학 교사들도 초빙하는 방법도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러기 아빠·펭귄 아빠 

기러기 아빠는 조기 교육을 위해 자녀와 아내를 외국에 내보낸 후 국내에 남아 뒷바라지를 하는 남성을 뜻한다. 펭귄 아빠는 기러기 아빠의 파생어로 돈과 시간적 여유가 없어 가족들을 보러 해외에 나가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아빠를 뜻하는 말이다. 이와 반대로 언제든 가족을 보러 해외로 날아갈 수 있는 경우는 '독수리 아빠'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