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말하고 듣고 읽고 써보는 기본 원칙에 출실하라!
영훈이는 교실에 허겁지겁 8시 10분에 들어온다. 들어오자마자 가방 또는 사물함에 있는 문제집을 꺼내어 어제 풀던 이후부터 문제를 푼다. 적당한 양의 문제를 풀고, 뒤에 있는 답을 보고 맞고 틀림을 확인한다. 이렇게 아침 학습 시간은 지나간다. 물론 엎드려 잠을 자는 여러 친구를 보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1교시가 시작되었다. 선생님은 열심히 무엇인가를 설명하며, 눈을 마주치고, 영훈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듣는다. 물론 아침에 엎드려 잠을 자던 친구는 1교시에도 선생님의 눈을 피해 계속 잠을 자거나 기술적으로(?) 졸고 있다.
3학년의 경우, 정규 수업시간에 문제집을 다루기 때문에 선생님은 열심히 문제를 풀며 설명하고 영훈이는 이를 들으며 문제 유형을 익힌다. 보충 수업에서도 선생님은 문제를 풀고, 영훈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듣는다.
밥을 먹고 야간 자습시간에도 영훈이는 아침 자습시간과 똑같이 문제집을 꺼내놓고 ‘답 확인하기’를 계속한다. 자습이 끝난 영훈이는 학원이나 과외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러 간다. 거기에서도 또 ‘고개 끄덕이기’를 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한다. 부족하다 싶어 졸린 눈을 씻고, 책상에 앉아 문제집을 꺼내어 또다시 ‘답 확인하기’를 계속하다 잠이 든다.
이것은 반에서 1,2등하는 범생이 영훈이의 하루 일과이다. 이 시나리오의 주인공 영훈이의 학습방법에는 무엇이 문제일까? 누구보다 잠도 덜 자고, 문제집도 많이 보고, 수업시간에 딴 짓도 하지 않았는데, 성적은 변함없다. 변함없는 성적표를 받아들고, ‘내가 조금 더 열심히 했어야 했는데’라고 철저하게 자기반성을 하고 잠을 줄인다. 자기 자신의 학습방법을 이렇게 막연하게 평가하고 지나칠 일일까? 아니다. 어떤 프로그램이든지 실행했다면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문제점을 찾아내야 한다.
Why? No!
영훈이의 문제점은 어처구니없어 보이겠지만, 어느 한순간도 학습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능동적인 사고에 기초하지 않은 정보는 원시성을 벗어날 수 없다. 다시 말해 그렇게 수동적으로 저장된 지식은 새로운 맥락에서 효율적으로 작용하지 못한다. 많은 양의 지식과 정보를 암기하기도 어렵지만 설사 기억하고 있다고 해도 그러한 지식은 조금 다른 유형의 문제를 접하거나, 낯선 맥락에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된다. 따라서 누구의 말을 듣든, 어떤 책을 읽든, 왜? 라고 물어야 하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야만 한다. 생각하면서 고개를 끄덕이자!
Learning by doing
영어를 잘하려는 사람이 영어를 잘하는 사람의 말을 열심히 듣고 있으면 영어를 잘할 수 있는가? 영어를 잘하는 사람을 감상해서 영어를 잘할 수는 없다. 영어를 잘하려면 영어를 크게 말하고, 듣고, 읽고, 써보아야 한다. 당연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렇게 당연한 일을 행하고 있는 학생은 거의 없다. 하지만 쉽게 시작할 수 있다. 영어 수업 시간에 큰 소리로 읽으라고 할 때, 큰 소리로 읽고, 말하라고 할 때 쑥스러워하지 말고 잘못된 말이라도 큰 소리로 말해보았는가? 생각해 보자.
도대체 하루에 몇 개의 영어 문장을 ‘베껴 쓰기’라도 해보는가? 듣기는 말할 필요도 없이 더 심각하다. 더도 말고 영어 공책을 당장 준비해서 하루에 한 문장씩만 만들고, 그 문장을 친구에게 말하고, 들은 문장을 받아쓰고, 멋있는 영어 문장을 해석해보자! 가상의 원어민을 설정해서 실성한 사람처럼 혼자서 영어로 말하기 어렵다면, 옆의 짝꿍, 동생, 엄마 등을 선생님으로 초빙할 수도 있다. 영화 ‘Akeelah and the Bee’ 주인공의 방법이 영화에서만 가능하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 하루에 한 문장씩, 한 걸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면 점차 양을 늘려가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스스로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No test! 영훈이는 계속해서 ‘답 확인하기를’ 했다. 정답과 자신의 성적만 계속 확인한다고 해서 성적이 올라가는가? 모의고사만 계속 보면 성적이 올라가는가? 영훈이를 포함해서 학생들은 문제집을 너무 좋아한다. 참고서·문제집 출판사만 좋아할 일이다. 영어 시험에는 TOEFL과 TOEIC이라는 유명한 것이 있다. 이 시험을 주관하는 ETS는 한국인 응시자 때문에 떼돈을 번다고 한다. 영어를 많이 읽고, 듣고, 쓰고, 말하고 난 후 다시 말해 충분하게 영어를 공부한 후, 자신의 영어실력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그리고 어떤 점이 부족한지를 알아내기 위해 검사(test)해 보아야 한다. 우리 영어 학습 풍토는 영어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형만을 익히기 위해 문제를 푼다. 문제를 풀어도 왜 틀렸는지, 왜 맞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밝혀내지 않고, 무작정 답만 혹은 점수만 확인한다. 그러면서 문제 유형을 알아야 한다고 나름대로 주장한다. 문제 유형은 재미없지만, 쉽게 영어를 포기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금부터라도 좋으니, 자기 수준에 맞는 영어 책이나 교과서를 들고 자신의 능력만큼 학습을 계획하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 사험만 계속 보고 답만 확인해서는 절대로 영어 사용능력은 향상되지 않는다. 이것은 다른 과목 또한 다르지 않다. 문제집을 버리고, 생각하며 행동으로 진짜 공부를 하자! 영어는 자리에 따라 달라요! 영어는 자리다툼 언어다. 영어는 크게 다섯 개의 자리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이 다섯 자리만 익히면, 영어를 다 배운 것이다. 영어 문장을 보고, 다음 표의 질문을 크게 외치며, 그에 해당하는 말을 찾아 의미를 구성해야 한다.
ex) The old man plants the plants in his garden.
예를 들어 위의 문장을 보고, [누가?] 그 나이 든 남자가, [합니다] 심습니다. [무엇을?] 그 식물들을, [어디?] 그의 정원에. 와 같이 큰 소리로 자기 스스로 묻고, 문장을 보며 그에 해당하는 말을 찾아가면서 해석한다. 또한 영어 문장의 배열은 주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순서대로 단어가 놓인다는 것을 명심하고, 머릿속에 형상화해서 영어의 뉘앙스(nuance)를 느껴야 한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⑴ 주어(Topic)에서 문장 전체의 의미가 시작되고 확장된다.
⑵ 동사는 다음에 이어질 말을 결정한다.
⑶ 다섯 자리에 해당하는 말을 스스로 물어야 이어질 말을 추측한다.
여성조선
글=박추원 박사(학습전략연구가·교육과정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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