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학부모는 걱정이 많다. 출범할 이명박 정부가 "자율형 사립고(자율고) 100개를 만든다, 대입 본고사를 대학에 맡긴다, 학교별 학업성취도를 공개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당장 특목고를 준비하는 중1, 중2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예비 고3 수험생은 달라질 대입제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 자율고 세워지면 특목고 경쟁도 줄까요?
중1 딸을 둔 서울 목동 김민정씨는 이명박 당선자가 자율고 100개를 설립한다고 하자 귀가 번쩍 뜨였다. "자율고가 많아지면 사교육비 부담은 어떻게 되나요?, 특목고 입학은 쉬워질까요?"
영재사관학원 박교선 입시총괄원장은 "자율고가 세워진다고 기존 특목고 경쟁률이 눈에 띄게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율고를 한꺼번에 100개씩 세우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와 학생, 사학의 수요를 보고 차차 설립하겠다는 뜻을 인수위측이 밝혔기 때문이다. 국회 교육위 소속 한나라당 이영숙 의원은 "학부모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되지만 특목고나 자사고 경쟁률이 당장 낮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지금 특목고를 준비하는 중1, 중2 학생들과 자율고에 관심있는 학생들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박 원장은 "고교 입시는 기본적으로 중학교 교과과정 내에서 이뤄지는 것이기에 특목고 입시 준비 내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내신을 철저히 관리하고 국·영·수 주요 과목을 충실히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입시 전문가들은 학교 특성에 따라 민사고처럼 영어 실력에 가중치를 두거나 서울과학고처럼 뛰어난 과학 실력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자율고나 자사고, 특목고가 서로 경쟁할 경우 차별화를 위해 특정 과목에 가중치를 둘 수도 있다"고 말했다.
▨ 학업성취도 공개하면 뭐가 좋을까요?
경기 남양주 연세중학교 김태운 교무부장(과학 담당)은 인수위가 중·고교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향후 학교별로 공개하겠다고 하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학교가 서열화되고 점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학교 간 경쟁이 상승 작용해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 교사는 "자칫 학업성취도 공개는 사교육 혜택을 받은 학생과 농·어촌지역 학생간 교육 격차만 극대화시킬 가능성이 높고, 학교가 학력 향상에만 치중하면 인성교육을 등한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걱정했다.
학부모도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초등 3학년, 5학년 남매를 둔 대전 탐방동 주부 박순애씨의 말이다. "어느 말이 맞는지 모르겠어요. 문제는 학업성취도 공개로 학교간 선의의 경쟁이 이루어지느냐인데 그게 가능할까요?"
이에 대해 대선 공약을 만든 한나라당 정책위는 "학교별 학력 정보를 공시한다는 뜻은 지역과 학교간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학생의 학업성취 수준, 국민기초생활 보장 수급권자 현황 등을 반영해 저소득, 저학력 지역과 학교에 행·재정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교육 격차 현황을 주기적으로 점검, 그 결과를 학부모에게 공개하고 성과가 부진한 곳은 원인 진단과 함께 대처 방안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 예비 고3은 어떻게 하나요?
올해 고3이 되는 딸을 둔 서울 대치동 박희정씨는 대학 입시가 또 바뀔 것이라는 보도에 신경이 곤두선다. 대입제도가 바뀌면 시험 부담, 학습 부담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박씨는 "당장 수능등급제가 폐지되고 본고사가 부활된다고 하는데, 어떻게 대입을 준비해야 할지 벌써부터 막막해진다"고 말했다.
종로학원 김용근 평가이사는 "수능등급제가 사실상 점수제로 바뀌기 때문에 수능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며 "예비 고3은 국·영·수를 중심으로 지원할 대학과 학과에 따라 심화선택 과목을 정해 공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다만 대학 입시가 완전 자율화되면 사실상 대학별 본고사가 부활될 수도 있다. 현재 서울대와 연세대는 2009년도 입시부터 논술 유형을 바꾸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고려대, 서강대, 중앙대, 이화여대 등은 본고사는 안본다면서도 시험방식을 바꾸는 쪽으로 검토 중이다.
대학교육협의회는 예비 고3의 혼란을 의식해서인지 "과거처럼 국·영·수 지식을 묻는 본고사 방식은 아닐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김용근 이사는 "과거 70년대식 본고사 형태가 출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대학별 논술 출제 방향이 학과·전공에 따라 영어 논술과 수학·과학 논술 형식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영어 논술은 어려운 어휘의 지문이 나올 가능성이 커 평소 어휘력을 충분히 키워야 하고, 수학과 과학 논술은 문제풀이식의 문제가 나올 확률도 배제할 수 없다.
대학별 고사가 어렵게 출제될 것이라고 해서 학교 수업을 제쳐두고 본고사 준비에 몰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평소 심화학습 형태로 내신 및 수능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대학 입시 자율화가 단행돼 각 대학별 입시요강이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수시로 자기가 원하는 대학의 홈페이지 등을 방문해 새로운 정보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아이 교육과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입 3단계 자율화 방안 (0) | 2008.01.22 |
---|---|
인수위, ‘기러기 대책'-일반과목도 영어수업 추진 (0) | 2008.01.22 |
자립형과 자율형 사립고의 차이 (0) | 2008.01.11 |
내 아이 영재교육, 지금부터 시작하자! (0) | 2008.01.06 |
“싱가포르에 한국이 늘 뒤지는 이유요? (0) | 2007.1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