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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가 1987년에 설립한 세인트 존스 혁신센터(St. John's Innovation Centre)는 지난해 9월 '가까운 미래에 주목할 만한 5가지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그중 하나가 '고속 인쇄 시스템(Like a bullet from a gun)'이다.
산학 연구단지인 이곳에 입주한 기업의 성공률은 88%로 케임브리지 지역의 평균 성공률인 50%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이곳에 진출한다는 것이 곧 벤처 대박의 보증수표로 인정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
이런 세인트 존스 혁신센터가 말 그대로 총알처럼 빠른 시간 내에 인쇄 작업 수행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주목할 만한 기술로 선정한 것이다.
그런데, 빠르고 선명한 인쇄를 위해선 고품질의 색소 입자가 필요하다. '중합(重合) 토너(polymerized toner)'가 주목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쇄 기술의 꽃, 토너
토너란 레이저 프린터에서 잉크 대신 색소로 사용하는 검은색 탄소 가루를 말한다. 레이저 프린터에는 드럼(drum)이라 불리는 금속 원통이 있다. 레이저 프린터는 토너와 드럼에 각각 다른 전기를 흘려줘 서로 달라붙게 한다.
산학 연구단지인 이곳에 입주한 기업의 성공률은 88%로 케임브리지 지역의 평균 성공률인 50%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이곳에 진출한다는 것이 곧 벤처 대박의 보증수표로 인정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
이런 세인트 존스 혁신센터가 말 그대로 총알처럼 빠른 시간 내에 인쇄 작업 수행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주목할 만한 기술로 선정한 것이다.
그런데, 빠르고 선명한 인쇄를 위해선 고품질의 색소 입자가 필요하다. '중합(重合) 토너(polymerized toner)'가 주목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인쇄 기술의 꽃, 토너
토너란 레이저 프린터에서 잉크 대신 색소로 사용하는 검은색 탄소 가루를 말한다. 레이저 프린터에는 드럼(drum)이라 불리는 금속 원통이 있다. 레이저 프린터는 토너와 드럼에 각각 다른 전기를 흘려줘 서로 달라붙게 한다.
- ▲ 제록스사의 연구원이 인쇄 화질을 분석하고 있다. 최근 고속?고화질 인쇄를 위해 모양이 균일하고 매끈한 중합토너가 인기를 끌고 있다. /Xerox 제공
따라서 레이저 프린터의 기술적 핵심은 토너와 드럼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드럼은 한국이 이미 세계적인 기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토너인 것이다.
토너는 제작 방법에 따라 분쇄식 토너(pulverized toner)와 중합식 토너(polymerized toner)로 구분된다. 분쇄식 토너는 합성수지와 착색제, 첨가제를 녹여 혼합한 덩어리를 분쇄해 원하는 크기로 만든 것이다. 말하자면 원재료를 물리적으로 부숴 작은 입자로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암석을 망치로 부수면 조각들이 같은 크기나 모양이 되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분쇄식 토너는 사전적 의미 그대로 고체덩어리를 갈아서 입자를 얻는다는 것이어서 입자크기가 크며, 표면이 거칠다. 울퉁불퉁한 돌 조각들을 나열하면 선이 바르지 않게 된다. 같은 이유로 분쇄식 토너는 인쇄 상태가 선명하지 않게 된다.
분쇄식 토너가 물리적으로 만들어졌다면, 중합식 토너는 화학 합성을 통해 제작돼 입자들의 크기와 모양을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 또 중합식 토너의 입자는 크기도 분쇄식 토너보다 작고 균일한데다 표면도 매끈하다. 모양이 같은 조약돌을 늘어놓으면 선이 고르게 된다. 당연히 중합식 토너의 인쇄가 분쇄식보다 훨씬 선명해진다.
- ▲ 다양한 토너들. 모양이 균일하고 매끈한 중합 토너가 기존 분쇄토너를 대체하고 있다. /Xerox 제공
중합식 토너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제작된다. 첫째 현탁 중합(suspension polymerization) 방법이다. 원료를 기름 방울로 분산시킨 상태에서 합성하는 방법이다. 캐논(Canon)과 제온(Zeon)사의 제품이 이 방식이다.
둘째 유화 중합 또는 유화 응집(emulsion aggregation)법은 수용성 촉매나 유화제를 섞은 물에 단(單)분자 상태의 원료 입자를 녹인 후 이들을 서로 응집(중합)시키는 방법이다. 후지 제록스(Fuji Xerox)와 코니카 미놀타(Konica Minolta)는 이 방식을 이용한다.
망치로 내려치는 것보다 원료들이 알아서 화학 합성되는 게 훨씬 쉽다. 따라서 중합토너는 분쇄 방식에 의해 만들어진 일반 토너보다 생산 과정 중에 필요한 에너지가 적게 소모된다. 덕분에 지구 온난화와 산성비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이산화질소·아황산 가스 등의 배출량을 40% 이상 감소시켜 환경 보호에도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합토너 생산방법은 이미 30년 전부터 연구돼 왔다. 제록스, 캐논, 제온 등 여러 기업이 다양한 종류의 중합토너 관련 기술 개발에 참여하였으나, 1995년 제온사가 가장 먼저 원형 중합토너(spherical chemically prepared toner) 기술로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했다.
2000년은 중합토너 시장에 매우 중요한 해였다. 후지 제록스가 일본 카바이드(Nippon Carbide)의 중합토너 생산 라인을 인수, 중합토너 시장 참여를 선언한 것이다. 이 시기부터 중합토너는 본격적인 시장의 검증을 받기 시작하며 성장기에 진입했다. 프린터 기기 업체들도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프린터 설계에서 중합토너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중합토너 시장은 2001년 이후 2006년까지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53%에 이를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2006년 전 세계 프린터 시장 규모는 1310억 달러(한화 약 124조15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 세계 휴대폰 시장보다도 큰 규모이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2배가 넘는다. 이 중에서 토너 시장은 2007년 매출액 기준으로 최대 215억 달러(한화 약 20조3000억원·Lyra Research 추정)에서 최소 166억 달러(한화 약 15조7000억원·InfoTrends 추정) 규모로 추정된다.
생산량을 기준으로 할 때 토너시장에서 중합토너가 차지하는 비중은 6.7%에 불과하지만, 연평균 50%가 넘는 성장을 보여 왔다.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2007년 세계 중합토너 시장규모는 2만3000t으로 전체 토너 시장의 16.2~22.4% 규모인 31억 달러(약 3조원)에서 43억 달러(4조원) 규모를 형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 ▲ 중합토너(왼쪽)와 분쇄토너 입자의 전자현미경 사진. 중합토너는 모양이 균일하고 매끈하지만 분쇄토너는 모양과 크기가 들쭉날쭉하다. /Zeon 제공
프린터 사업은 IT산업의 마지막 황금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필름의 대명사였던 코닥은 필름사업을 매각, 분사해 정리하고 프린터 사업에 새로 진출했으며, 3년 안에 전 세계 프린터 시장 3위를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내세웠다. 삼성전자는 프린터 사업을 신(新)수종사업으로 선정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 상태이며, 리코(Ricoh)사는 IBM 프린팅 사업부를 사실상 인수해 합작 법인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렇게 주요 기업들이 프린터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시장 규모 때문이다. 전 세계 프린터 시장 규모는 2010년에는 1488억 달러(141조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규모가 이렇게 큰 것은 잉크를 계속 갈아야 하는 프린터의 속성 때문이다. 즉 프린터 업계는 완제품 시장에서는 적자를 보더라도 한번 제품을 판매하면 토너는 계속 사서 써야 하는 시장의 속성 상 소모품에서 이익을 낼 수 있다. 프린터업계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을 통한 저가 완제품으로 고객을 유인하고, 대신 소모품 교체 비용을 높여 수익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프린터 시장에서 토너 등 소모품은 그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IDC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54.9%를 차지했던 소모품 시장 비중은 2010년에는 61.4%로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프린터 시장에서 실제 수익은 소모품 시장에서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중합토너는 바로 이 소모품 시장의 미래인 것이다.
중합토너 기술은 단연 일본이 최고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전문가 면접을 통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의 기술을 100으로 치면 우리나라 중합토너 기술력은 80 정도로 일본에 3년 정도 뒤져 있다.
국내 관련 기업을 보면 디피아이솔루션스가 중합토너를 생산해 HP 등에 OEM으로 납품하고 있으며, LG화학, 삼성전자, CIT 등이 연구·개발을 진행하면서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인하대 미래소재연구원은 중합토너 생산 방식의 하나인 유화 중합 방식에서 원천기술 특허를 갖고 있어 기업들의 구애를 받고 있다.
최근 들어 프린터기기 업체에 OEM을 하지 않고 독자적인 브랜드로 토너를 판매하는 업체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업체들은 독자적인 토너 기술을 토대로 자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을 뿐 아니라, 프린터 기기 업체들에 기술을 판매해 별도의 로열티 수입도 올리고 있다. 후지 제록스가 일본 카바이드에 이어 또 다른 토너업체인 아베시아(Avecia)를 인수한 것도 토너 전문업체의 인기를 반영한다.
입력 : 2008.02.02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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