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도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연휴가 이어져 가족 이벤트를 가졌습니다.
토요일 날씨가 어찌나 좋던지 집에 있기에는 아깝다며 간단하게 마실 것을 준비해서 남산으로 갔습니다. 남산을 찾아 온 사람들이 어찌나 많던지... 모두 제 마음 같았나 봅니다. 가끔 남산 산책로를 걸어보지만 이 날만큼 푸르름이 마음에 촉촉히 적셔진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남산 산책로의 인연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됩니다. 그 당시 대구에서 살던 저는 서울 가기가 하늘에 별따기 만큼 어려웠지요. 가끔 수업시간에 서울 가 본 적이 있는지 손들어 보기까지 하던 시절이었으니 서울은 저에게 '꿈의 도시'였어요. 고2 여름방학때인가 아버지 서울 출장가시는데 따라 붙었네요. 핑계는 서울 나들이가 서울 유학을 결심하는데 좋은 동기가 된다는 것이였지요. 제법 그럴 듯한 핑계였는지 데리고 가 주셨습니다.
아버지께서 회사일 보시는 동안 서울에 있는 당숙댁에서 저만 묵기로 했습니다. 당숙에게는 동갑 육촌 여자아이가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 아이는 FM라디오 방송도 즐길 줄 아는 멋쟁이이더군요. 촌스럽게 공부만 하던 저는 방송프로그램을 들은 적이 있냐는 말에 그렇다고 거짓말까지 했다니까요. 아뭏튼 하루를 꿈같이 지내고 서울스러운(?) 토스트와 우유 한잔 아침 식사를 마치고 당숙모의 권유로 서울나들이를 나섰습니다. 집이 필동이라 자주 다니는 모양이었는데 몹시 귀찮은 표정이더군요.
어쨋든 남산산책로를 열심히 걷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남산공원이 보였고 케이블카는 타보지 못하고 구경했습니다. 이것이 첫 인연..
드디어 대학을 입학하고 대학1학년 때 다시 남산 산책로를 걸어보았어요. 친구들 서울로 대학 들어갈 때 안타깝게도 재수를 했던 저는 서울에서 이미 1년을 공부한 친구와 만나 남산산책로를 걸어보기로 했지요. 마치 '작은아씨들'에서 나오는 셋째가 된 기분이었어요. 친구의 남자 친구였던 이 친구와 무언가 사연이 이루어질 것 같은 느낌으로 산책로를 들뜬 채 걸었지요. 하지만 너무 멋을 부리느라 신고 온 구두 때문에 다리가 너무 아팠어요. 결국 남산 공원까지 올라가 보자던 그 사람의 권유를 뿌리치고 집에 돌아왔지요. 물론 그 다음에 만날 일이 없었겠지요. 끝!!
그 이후로 캠퍼스 커플인 남편과 수시로 다녔답니다. 지금도 아이들 데리고 다니니 남산 산책로 사랑이 대단하지요. 운좋게 걷다가 당숙댁 둘째를 만났답니다. 8년만에 만났네요. 처음에는 눈을 의심했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당숙을 빼닮아가네요. 다시 연락해서 보기로 하고 헤어졌습니다.
아이들도 이젠 잘 걷습니다. 어릴 때는 걷기 힘들어 업어서 걷다가 어느 순간에는 킥보드와 인라인 스케이트에 의지했었는데 이젠 아무 소리 않고 끝까지 걷는 것을 보니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젠 제가 걷기 힘든 날이 다가오겠지요.
녹색 바닥은 폭신폭신하게 탄성이 좋아 많이 걸어도 힘들지 않았어요.
하늘이 맑고 깨끗했답니다.
'사는 재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질랜드 구경 (0) | 2008.06.23 |
---|---|
기분좋은 소식 (0) | 2008.06.10 |
서울 온 알렌 박사의 두 증손녀 할아버지와 '1세기 만의 대화' (0) | 2008.05.10 |
어린이날 이벤트 (0) | 2008.05.07 |
[스크랩] 그림으로 보는 인사동-역사의 향기를 찾아서 (0) | 2008.0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