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왜 한국에 돈 꿔줄까?
- 입력시간 : 2008.10.30 20:16
300억달러 한-미 '통화 스와프' 협정체결로 한국 언론이 들썩거린다. 사퇴압박으로 위기에 몰렸던 경제사령탑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하루 아침에 영웅이 된 분위기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조치는 한국의 외환 사정을 개선하고 신뢰도를 높이는데 그만큼의 효과는 없다. 며칠전 로이터통신이 이명박 대통령과 강장관을 한데묶어 '리만 브러더스'로 부르는 시중의 조롱을 직설적으로 전했던 외국의 시각이 방향을 틀 여지는 없단 말이다.
300억달러.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고를 2400억달러로 잡을 때 10% 정도 여유가 더 생겼다. 이만큼의 달러가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한국의 1일 외환 거래액 400~600억달러임을 놓고보면 의미있는 액수는 결코 아니다. 하루치도 안 된다는 얘기다. 다시말해, 누군가 마음먹고 투기를 시작하면 어림도 없는 액수다.
세계 외환 거래액은 하루 2조 달러다. 외환보유고가 가장 많다는 중국이 그 정도밖에 안된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중국도 하루면 넘어간다. 그 규모에 비하면 이번 조치는 너무나 작아서, 단기적으로 잠시 급할 때 쓰는 정도는 될지 모르겠지만 근본적으로 이게 한국의 사정을 개선할 수는 없다.
통화 스왑은 한국입장에서 볼때 원화유동성 감소를 의미한다. 미국이 괜히 한국에 돈을 꿔주는게 아니다. 스와핑은 양측이 서로 재미보는 것 아닌가. 한국 돈을 저당잡히고 미국 돈 빌려오는 일에 다름 아니다. 4월까지 한국은행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로부터 300억 달러를 빌리려면 원화를 그만큼 미국에 줘야 한다. 한국내 유동성이 그만큼 줄어든다. 그 달러를 단순히 외채 상환으로 쓴다면 600억 달러 자금이 한국시장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시중 유동성이 사라지고, 그만큼 주식· 부동산 시장에 투입할 수 있는 돈이 없어진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어도 결국 다시 상향조정할 수 밖에 없게된다.
달러 유동성이 일시적으로 개선되는 것처럼 보여 증시가 조금 회복했으니 그동안 시점을 놓쳐 팔지 못한 주식을 정리할 좋은 기회인 것 같다. 앞으로 몇주동안 주식을 정리 못하면 다시 이런 기회는 당분간 오지 않는다. 한국 주식시장은 마지막 여름이 될 확률이 높다.
지금 한국 경제에 닥친 위기는 외화가 부족해져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외국 자본들이 시장에서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새는 바가지를 막으려고 달러를 다시 미국으로 불러들이는 과정이다. 미국이 금융위기를 겪고 있어도 멀쩡한 나라들이 있는데 왜 한국이 타겟일까?
한국 증시가 매력적이라면 한국에서 달러를 빼는 흐름은 결코 생기지 않는다. 한국의 부동산 거품과 시장의 신뢰하락 등으로 인한 투자 이탈이 주원인으로 지속적으로 외국자본이 한국에서 발을 빼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들의 걱정을 누그러뜨려 줄 수 있는 정책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단기 급등이 예상되는 주식시장에서 매도한 뒤 당분간 안정될 여지가 있는 환율시장에서 열심히 환전해서 탈출할 것이다.
이런 원인들이 하나도 제거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우선 '카드 돌려막기식'으로 몇개월 임기응변해보겠다는 식의 대처로는 절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미국 경제가 몰락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얼마나 허세를 부리며 버틸지 궁금하다. 지금이라도 효과적인 해결책들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조금 힘들더라도 문제를 정면으로 대응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대한다. 조지 W. 부시 정권이야 임기 말년이니 잠깐 버티다가 다음 정권으로 넘기면 되지만, 이명박 정부는 앞으로 갈길이 너무 멀지 않은가?
■ '미국정보 포털' 유코피아(ukopia.com)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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