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외국선 인종별 성적까지 공개한다는데…
한국은 학력정보 공개 시끌
조선일보 정성진 기자
sjchung@chosun.com
최근 전국적으로 실시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에서, 시험에 드는 비용이 부당하게 조달됐다는 전교조 소속 담임 교사의 말을 듣고 서울 강남의 한 여자중학교 3학년생 수십 명이 백지 답안을 제출해 물의를 빚고 있다.
(본지 10월18일자 보도)
학업 성취도 평가 확대는 결국 학교별 학력 정보 공개로 이어진다. 정부는 내년부터 서서히 학력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다. 그러나 전교조 같은 단체들과 일부 교사들은 학생을 볼모로 잡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이를 반대하고 있다. 작년에는 주로 대입제도를 놓고 이뤄지던 교육계의 해묵은 좌우 대립이 올해는 학교의 학력 정보 공개로 옮겨가고 있다. 그러나 공개 찬성론자들은 "학교 성적 정도가 공개되는 것은 외국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가 늦었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본지 10월18일자 보도)
학업 성취도 평가 확대는 결국 학교별 학력 정보 공개로 이어진다. 정부는 내년부터 서서히 학력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다. 그러나 전교조 같은 단체들과 일부 교사들은 학생을 볼모로 잡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이를 반대하고 있다. 작년에는 주로 대입제도를 놓고 이뤄지던 교육계의 해묵은 좌우 대립이 올해는 학교의 학력 정보 공개로 옮겨가고 있다. 그러나 공개 찬성론자들은 "학교 성적 정도가 공개되는 것은 외국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가 늦었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 ▲ 초등학생의 인종별 영어 성적 추이를 보여주고 있는 미국 뉴욕주의 교육정보 공개 홈페이지.
학교 정보 공개가 정착된 선진국에선 어떤 정보가 공개되고 있을까. 미국 뉴욕주의 초중학교 정보 공개 홈페이지에는 학구나 학교별로 어떤 성적이 나왔는지는 물론이고 인종별, 소득별, 도시·농촌별 성적이 다 공개돼 있다. 영어에 문제가 있는 학생들을 뜻하는 '영어 레벨1'에 속한 학생들의 비율을 보자. 홈페이지에는 아시아나 태평양섬지역 출신 학생, 흑인, 히스패닉, 인디안·알래스카 원주민, 백인의 5가지 범주로 초등학생 중에서 최하위 영어 실력을 가진 학생들의 비율을 자세히 적어놨다. 1999년 비율을 보면 최하위 비율이 가장 높은 인종은 히스패닉(0.242)이었고 가장 낮은 인종은 백인(0.044)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성(性), 장애 여부, 소득에 따른 학력 격차도 고스란히 보여준다. 2001년 저소득층 초등학생 자녀 중 영어 실력이 최하위에 속하는 학생의 비율은 중상위 소득층 자녀의 4배라는 것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주(州)마다 규정은 다르지만 미국 교육청과 학교는 고등학생의 경우 SAT(미국의 수학능력시험) 평균 성적, 주요 과목 성적은 물론이고, 정학당한 학생수, 학교 범죄 수가 공개된다. 해당 학교에 정식 교사 자격증을 가진 교사가 몇 명인지도 나온다. 그야말로 안 나오는 게 없다.
■싱가포르는 일종의 학교 등급제까지
의미 있는 것은 공개의 목적이 달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공개의 최종 목적은 격차를 파악해 뒤떨어진 학교와 학생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교사에게 무언의 압력을 가함으로써, 세금을 내는 모든 국민들의 자녀가 최소한의 학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병을 치료하는 과정으로 비유하면 올바른 진단을 먼저 하고 처방을 하자는 의도다.
뉴욕주 초등학생 중 인종별 영어 최하위 학생의 비율을 보면, 1999년에는 히스패닉의 비율이 백인의 5.5배였으나 2005년에는 2.4배로 차이가 줄었다. 저소득층 가운데 최하위 영어 실력을 가진 학생의 비율도 2001년 0.172에서 절반 수준인 0.086으로 줄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학교 정보, 특히 학력 정보의 공개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예를 들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는지 아니면 인쇄물에만 나와 있는지, 국가가 공개하는지 학교가 공개하는지 정도의 차이만 있다. 싱가포르는 매년 시험을 볼 때마다 중등학교의 등급을 조정하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고교 등급제가 실행되고 있는 셈이다.
수원대 강인수 교수는 "그동안 한국 학교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신뢰를 잃어버리고 크게 벌어진 학교 간의 격차를 감춰온 셈"이라고 말했다.
'마음 다잡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이 왜 한국에 돈 꿔줄까? (0) | 2008.11.08 |
---|---|
환경운동가 ‘새와 생명의 터’ 대표 나일 무어스 (0) | 2008.10.28 |
특목고 진학의 그림자 특목고 입학만 하면 진학은 만사형통? (0) | 2008.10.13 |
학교 ‘멜라민 급식’ 파문 (0) | 2008.10.06 |
8살엔 '칭찬', 12살 이후엔 '꾸중'이 효과적 (0) | 2008.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