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인구 1억명 "상류·지식층의 상징"…
英·美·캐나다식 '억양' 특화 교육도
내년부터 국내 초·중·고교에서 인도 출신의 영어 보조교사가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칠 수 있게 된다.
(본지 12월 29일자 보도)
인도인의 영어 실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2000년대 초 미국발(發) IT 호황으로 유수의 글로벌 IT기업들이 인도에다 앞다퉈 콜센터, 연구개발(R&D)센터를 세웠을 무렵 인도인의 영어는 글로벌 차원의 화제였다. 1억명의 영어 인구 덕분에 21세기 세계화의 최대 수혜 국가로 일약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인도 영어가 글로벌 수준과 차이가 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인도인은 과연 영어를 잘 하는지, 인도 영어를 배워도 문제는 없는지 몇 가지 궁금증을 풀어봤다.
(본지 12월 29일자 보도)
인도인의 영어 실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2000년대 초 미국발(發) IT 호황으로 유수의 글로벌 IT기업들이 인도에다 앞다퉈 콜센터, 연구개발(R&D)센터를 세웠을 무렵 인도인의 영어는 글로벌 차원의 화제였다. 1억명의 영어 인구 덕분에 21세기 세계화의 최대 수혜 국가로 일약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인도 영어가 글로벌 수준과 차이가 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인도인은 과연 영어를 잘 하는지, 인도 영어를 배워도 문제는 없는지 몇 가지 궁금증을 풀어봤다.
- ▲ 인도의 한 콜센터에서 인도인 직원들이 외국에서 걸려온 상담전화를 받고 있다. / 로이터 연합뉴스
인도 수도 뉴델리 남쪽 부촌 바산트비하르 인근의 델리퍼브릭스쿨(DPS).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 들어서면 우리 1970년대 수준의 나무 책·걸상에 분필조차 잘 묻지 않는 낡은 칠판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겉보기와 달리 수업은 100% 영어로만 진행된다. 인도에서는 공립학교(government school)를 제외한 대부분 사립학교에서는 이처럼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영어로 수업을 하다 보니 대학생 정도면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한다.
인도 유력 신문과 잡지는 영어로 발행되는 것이 대부분이고 TV 방송 역시 ND-TV 등 영어 방송의 권위가 가장 높다. 힌디어 등으로 발행되는 신문·잡지 등은 서민을 위한 소식지 역할을 한다. 특히 인도의 상류층은 가족끼리도 영어로 대화할 정도이다.
◆미국식 영어가 확산된다
최근 인도가 '달리는 코끼리'로 급부상하자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인도 영어의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도 최대 IT도시 벵갈루루의 대형 콜센터인 24/7 커스터머(Customer). 이곳에 입사하면 신입 직원들은 영어 교육을 다시 받아야 한다.
영어를 못해서가 아니다. 신입 직원들은 '영국팀' '캐나다팀' '미국팀'으로 나뉘어지고 미국팀은 또다시 '중부팀' '서부팀' '뉴욕팀' 등으로 세분화된다. 힝글리시(Hindi+English)로 불리는 인도 특유의 억양과 발음을 직원들이 서비스할 지역에 특화시켜 집중 교정하는 과정이다.
"삐가 아니라 피"(영어 알파벳 P의 힌디어식 발음인 삐에 대한 교정) "우리는 페트롤(Petrol), 디젤(Diesel)로 나눠 부르지만 미국인은 그냥 가스(Gas)라고 하죠." 수업을 지켜보던 기자에게 담당 강사는 "전화를 걸어온 고객 입장에서 접수원이 인도 사람인지 미국 사람인지 모를 정도로 교정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같은 영어 교육은 인도 영어를 한층 고급화하고 있다. 델리대학 동아시아과 김도영 교수는 "최근 인도 젊은이의 영어 발음이 좋아지고 있으며 영어 인구 비율이 1970년대 2%대에서 지금은 10%에 육박할 수준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세계 두 번째 큰 영어 사용국가
국어 개념이 없는 인도에서 영어의 위상은 힌디어 다음의 제2공용어(secondary language)이다. 다(多)언어 국가인 인도에는 화폐에도 17가지 서로 다른 지방 언어로 단위가 적혀 있고 의회에도 지방 출신 의원을 위해 통역을 둘 정도다.
그렇다면 인도인들은 언제 처음으로 영어를 접했을까. 영국이 인도 동부 콜카타(옛 캘커타)에 동인도회사를 만든 16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어는 인도인에게 지배자의 언어로 등장한 셈이다. 특히 영국 총독부가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공무원으로 우대 채용하기 시작한 1844년 이후 영어는 인도 지식인들의 상징처럼 돼 버렸다.
독립운동가인 간디는 물론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타고르 등도 모두 영어에 능통했다. 영어 인구는 점점 늘어 최근엔 전체 11억명 중 1억명 수준. 미국 다음의 세계 두 번째 영어 국가인 셈이다. 식민지의 유산인 영어가 새로운 '인도'와 '인도인'의 상징이 돼 버린 아이러니 속에 살고 있다.
◆왜 인도 영어는 엉망이란 소리가 나올까
영문학계에서 인도 영어는 호주 영어와 함께 가장 대표적인 영어 방언으로 공식 인정받지만 우리 시각은 그렇지만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우선 '이상한 발음'이다.
인도인들의 발음을 들으면 미국식 발음에 익숙한 우리를 아주 당혹스럽게 한다. K는 께이, P는 삐이 등으로 발음한다. 게다가 표현도 다소 다르다. "그 사람 괜찮죠. 그렇죠"란 부가의문문은 "He is a nice guy, isn't he?"가 정답이지만 인도인들은 흔히 마지막에 "isn't it?"이라고 한다. 힌디어에서 3인칭에서 남성, 여성, 중성의 구분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도인들은 영어로 부탁할 때도 'please'를 쓰는 법이 없어 다소 수준이 낮다는 인상을 받기 쉽다. 이 역시 힌디어의 영향으로 동사 자체에 공손함을 반영하지, '제발' 등의 부사를 쓰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도 영어를 우습게 보면 큰 코 다친다. 인도의 '더 힌두' 등 영자 신문은 웬만한 영어 실력으로는 독해가 어렵다. 현학적인 인도인들이 아주 어려운 표현을 즐기기 때문이다.
입력 : 2009.01.03 03:02 / 수정 : 2009.01.0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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