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육(중등,고등)

아시아청소년모의국회(Asia Youth Parliament) 참가해보니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9. 1. 12. 20:57

"국가 대표로 누군가를 설득하는 경험에 매료됐어요"

아시아청소년모의국회(Asia Youth Parliament) 참가해보니…
전혀 다른 사고방식들을 가진 것에 신선한 충격
영어로 제한시간 내 효과적 의견 전달하는 법 배워
소심한 성격 벗어나 먼저 손 내미는 자신감 생겨

오선영 맛있는공부 기자 syoh@chosun.com

사진= 조영희 기자 remnant@chosun.com

 

“팀을 이뤄 국정현안, 사회적 이슈 등을 주제로 밤새 연구하고 토론하는 것이 좋았어요. 제 의견을 내세우면서 누군가를 설득한다는 색다른 경험에 가슴 뛰었죠. 또 흔히 하는 영어회화가 아니라 국제회의 등에서 사용되는 격식 있는 영어를 배우고 말하면서 영어 실력도 더 성숙해졌어요.”

지난 1월 2일부터 사흘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청소년모의국회(Asia Youth Parliament, 이하 AYP). 조선일보와 ㈜맛있는공부가 주최하는 AYP는 중·고생들이 모여 국내외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등의 시사이슈들을 토론하고 법안을 상정하는 등 시뮬레이션을 통해 국회를 경험해보는 회의. 모든 과정은 국제회의에 의거한 정통 영어 토론방식으로 진행됐다. 3일간 진행된 AYP에서 수상자로 선정된 백혜린(19·민사고3)양, 김현규(18·민사고2)군, 정재원(18·민사고2)양, 박성우(17·용인외고1)군은 AYP에서 빼어난 영어토론실력을 선보였다.
▲ 용인외고 1년 박성우군
이들은 AYP뿐 아니라 서울모의유엔회의(MUNOS), 국제모의유엔회의(THIMUN) 등 다양한 모의회의에 참가 경력이 있는 실력파. 특히 김현규군은 대원외고에 다니던 사촌누나의 권유로 중3 때부터 국제모의회의에 참가했다. “‘내’가 아닌 ‘국가’를 대표해 의견을 제시하는 새로운 경험에 매료됐다”고 했다.

“수백 명 앞에서 영어로 ‘연설’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저는 링컨 대통령, 킹 목사 등 명사들의 명연설을 많이 따라 외우며 연습했어요. 또 제한된 시간 내에 제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도 배우게 됐어요.”
▲ 민사고 2년 정재원양
정재원양은 고1 때 그리스에서 열린 HMCE(Harvard Model Congress Europe)에 처음 참가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해외여행’이라고만 생각했어요. 하지만 막상 참가해보니 제 생각과는 전혀 달랐죠. 같은 학년의 외국학생들이 유창한 영어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데 놀랐고, 또 저와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가졌다는 점에서 문화적 충격도 받았어요. 그런 매력 때문에 국제모의회의에 계속 참가하게 됐고,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제 스스로도 많이 성장했어요.”

청소년들이 참가하는 모의회의지만, 열기는 실제 국제회의 못지않다. 그만큼 참가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주장할 수 있는 토론실력과 리더십, 자신감을 갖춰야 한다. 네 명의 학생들도 어릴 때부터 생활 속에서 이런 능력을 키워왔다.
▲ 민사고 2년 김현규군
김현규군의 토론실력은 ‘독서’에서 나왔다. 김군의 부모는 어릴 때부터 아들이 뭔가를 물어보면 답 대신 책을 한권씩 사줬다. 먼저 책을 읽어보고 스스로 답을 찾도록 유도한 것이다. 요즘도 그는 호기심을 풀기 위해 책을 뒤지는 습관을 갖게 됐다. 과학시간에 배운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으면 서점에서 그 단원에 관련된 책을 구해 읽는다. 덕분에 독서능력도 높아졌다. “모의회의에 나갈 때는 읽어야 할 자료가 무척 많은데 굉장히 빨리 읽고 이해할 수 있어 더 유리했다”고 했다.

백혜린양은 초등학교 4학년 때 교환연구원이 된 이모 부부를 따라 캐나다에서 1년 6개월을 보냈다. 그 시기 부족한 영어실력을 키우고, 손을 내밀어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다. 어디를 갈 때도 지도를 보며 혼자 다녔다. 스스로 공부계획을 세우고 프로젝트식 수업을 준비하는 등 모든 문제를 혼자 해결하며 자립심을 키웠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소심했던 성격이 바뀌었고, 모의회의에서 의장을 맡을 정도로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국제모의회의는 전 과정이 영어로 진행된다. 열띤 토론에서 상대방에게 뒤지지 않으려면 뛰어난 영어실력은 필수다. 박성우군의 영어비법 중 하나는 바로 ‘영화’. 영화를 보면서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따라 하면서 재미있게 공부했다. 대사는 물론 억양, 말투, 행동까지 그대로 따라 하면서 영어발음과 회화실력이 몰라보게 늘었다.
▲ 민사고 3년 백혜린양
백혜린양은 좋아하는 책들을 영어버전으로 읽었다. 이미 줄거리를 아는 만큼 단어를 몰라도 멈추지 않고 계속 읽어나갔다. 모르는 단어는 다 읽은 뒤 외웠다. 또 영어뉴스와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영어잡지를 보면서 영어실력을 키웠다. 김현규군과 정재원양은 집에서 동생과 영어로 대화하는 방법을 썼다. 이들은 “한국에서는 실제로 영어를 활용할 기회가 적다”며 “집에서 하루에 몇 시간씩 영어로 대화하는 것이 학원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제모의회의에 참가해 국제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장래희망도 많이 바뀌었다. 한국이 아닌 국제세계를 바라보며 장차 자신이 인류를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됐다. 박성우군은 “한 사람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가를 깨달았다”고 했다.

“저 혼자는 약하지만, 다른 사람을 설득하면서 작은 의견이 거대한 힘이 되는 과정을 느꼈어요. 혼자서 열 걸음을 걷는 게 아니라 열 사람을 한 걸음씩 걷게 하는 힘이요. 국제기관에서 일하면서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일을 하고 싶어요.”
입력 : 2009.01.11 1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