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3·4학년이 되는 초등학생부터 영어 수업 때 읽기와 쓰기 교육이 강화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10년 초등 3·4학년, 2011년 초등 5·6학년 영어 교육 과정에 문자언어(읽기·쓰기) 교육을 도입하기로 했다. 그동안 음성언어(듣기·말하기) 위주였던 초등영어 교육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다. 수업 시간도 지금보다 한 시간씩 더 늘어난다. 이에 따라 학생들에게는 단어나 글을 소리 내어 읽는 발음 및 억양과 함께 뜻을 이해하는 독해력도 요구된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문법과 논리력도 길러야 한다. 영어 교육 과정 개정에 참여한 이완기(사진·서울교대 영어교육과 교수) 한국초등영어교육학회장을 만나 영어 읽기와 쓰기의 중요성과 학습법에 대해 들었다.
-초등영어 교육에 문자언어가 도입되고 수업 시간도 늘어났다.
“학생들은 TV·인터넷 등 미디어나 길거리에서 영어 문자의 홍수에 노출돼 있다. 그러나 정작 학교에서는 글자를 가르치지 않는 모순이 이어져 왔다. 그 결과 학생들이 중학교에 진학했을 때 지필시험·수행평가 등 읽기와 쓰기 비중이 커지는 중등영어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학년 간 영어 학습의 연계성과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해 수업 시간도 초등 3·4학년은 주 2시간, 5·6학년은 주 3시간으로 늘어난다.”
-초등영어 교육에서 문자언어가 중요한 이유는.
“초등 과정에선 읽기가 중요하다. 읽기는 향후 말하기와 쓰기로 이어지는 디딤돌이다. 소리보다 글을 통해 배우는 게 지식의 활용도나 기억력 면에서 더 유용하다. 영어 교육은 ‘노출’과 ‘사용’ 두 조건을 갖춰야 한다. 지금까진 노출만 하고 사용이 적어 학생들이 영어를 실제로 활용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읽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필요한 학습은.
“개정된 새 교육 과정에선 소리와 철자의 관계를 배우는 파닉스(phonics·음철법)를 강조하고 있다. 알파벳의 발음 변화를 배우는 학습법이다. 한글은 문자와 소리가 일대일 대응언어여서 자·모음이 발음에서 거의 변화가 없다. 반면 알파벳 26자가 만드는 소리는 44개로 변화무쌍하다. 예를 들어 같은 ‘a’라도 cat(캣)·cake(케이크)·father(파더)·fall(폴)로 소리가 제각각이다. 영어를 처음 배울 때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파닉스는 의사소통 능력 향상에 효과가 적다며 한때 배척했는데.
“그렇다. 하지만 기초 단계에선 필요하다. 글 읽는 법을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영어는 강세와 음의 높낮이가 발달한 언어다. 이를 빠르게 익히도록 돕는 게 파닉스다. 다만 발음 규칙을 익히는 내용이 딱딱하고 지루해 학생들이 배우기를 꺼릴 뿐이다.”
-파닉스를 재미있게 배우는 방법은.
“노래와 율동을 따라 하며 즐겁게 배우는 교재들이 나오고 있다. 영어 억양과 리듬을 멜로디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반복되는 문장 유형을 노래 가사로 익힐 수 있어 아이들이 싫증 내지 않는다. 다채로운 그림과 함께 문장이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된 교재를 고르는 것도 한 방법이다.”
-파닉스로 읽기 능력을 갖출 수 있나.
“그렇진 않다. 가령 발음이 똑같은 ear와 year, 발음은 다르지만 철자가 같은 tear(눈물)와 tear(찢다) 등은 파닉스로 터득하기 어렵다. 이는 글의 맥락 속에서 배워야 한다. 글 읽는 법을 배운 뒤엔 동화책 같은 스토리북을 읽는 게 효과적이다. 독서는 말하기와 쓰기 때 써먹을 수 있는 이야깃거리와 문장 유형에 대한 지식을 제공해 준다. 파닉스는 책을 읽기까지 도우미로 활용하면 된다.”
-쓰기가 4학년에선 낱말, 5학년 때는 문장, 6학년 땐 짧은 글로 확대된다.
“쓰기는 문법·단어·내용을 갖추고 앞뒤 논리도 맞아야 한다. 그러려면 영어로 쓰기에 앞서 한글로 글 쓰는 능력부터 배워야 한다.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글 쓰는 법을 훈련하기 위해서다. 스토리북을 활용한 영어 글쓰기 연습을 하면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글의 일부에 괄호를 씌워 낱말과 문장 채우기, 책의 문장 따라 쓰기, 표현과 결말 바꿔 쓰기 등을 해 본다. 점차 통제를 줄이고 자기 생각을 쓰는 비중을 늘려 가는 순으로 훈련하면 된다. 이는 중학교 과정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글=박정식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