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청소년연구e-Partner vol. 18
어떻게 읽어주기를 잘 할 수 있을까?
유소영 (건국대학교 명예교수)
초·중등학교 도서관이나 공공도서관 어린이부서의 중요 봉사 항목으로 읽어주기나 이야기해주기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요즈음까지도 읽어주기나 이야기해주기를 이들 도서관의 중요한 업무로 여기지 않는 전통이 통하고 있다. 과거에는 학교에 도서관이 아예 없거나 공공도서관에서 어린이서비스를 하지 않거나 어린이책이 읽어주기에 좋을 만큼 다양하게 출판되지 않는 등 여러 가지 어쩔 수 없는 이유들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런 이유들이 많이 해소된 상태이다. 그런데도 읽어주기, 이야기해주기가 학교도서관이나 공공도서관 어린이부서의 당연한 업무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다. 사서들이 그 필요성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하지 않던 일을 하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 좋을지에 대한 망설임이 앞서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어린이서비스에서 이상적으로 말하면 읽어주기나 이야기해주기는 매일 매일의 일상적 일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어린이서비스를 하는 도서관에서 한 주에 한번 정도 동화구연가들을 초청하여 이야기시간을 운영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앞으로 어린이서비스를 담당하는 사서들이 스스로 즐기는 마음으로 이 일상적인 일에 임하고 도서관에서 특별 행사를 하는 경우에 정말 훌륭한 동화구연전문가를 초청하여 행사를 뜻 깊게 하면 좋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어떤 작품을 연극배우가 공연하듯이 이야기해주려면 쉽지 않다. 그러나 서양의 도서관들에서 이야기시간에 읽어주기를 하듯이 우리 도서관 사서들도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누구나 글을 읽을 수 있으니까 해 보겠다는 생각이 있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다. 단지 염두에 둘 것은 아이들이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도록 아주 열심히 잘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한 소도시 공공도서관의 어린이부서 책임자로 일하면서 시간제 대학원생으로 공부하는 사서를 만난 일이 있다. 그 사람과 스토리텔링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읽어주기를 따로 배울 게 뭐 있어요. 늘 읽고 읽어 주는데 …. 읽지 않고 이야기로 하려면 더 많이 준비 해야지요.” 이 말은 읽어주기를 위해 따로 레슨을 받을 것까지는 없다는 뜻이다. 미국의 사서들 중에는 특별히 이야기꾼으로 명성이 있어서 다른 도서관에 초청되는 사람도 있지만 대개는 읽어주기로 이야기시간(storytelling hour)에 임한다.
읽어주기는 이야기해주기도 마찬가지지만 그 시행(perform)에 앞서 대상 아이들에게 맞는 적절한 책(text)을 선택해야 한다. 동시에 읽어주는 사서도 좋아하는 책을 고르는 것이 재미있게 읽어 줄 수 있는 중요한 조건이다. 그러기 위해 일반적인 어린이 심리는 물론 도서관에 자주 오는 개개의 어린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기호, 관심사 등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한편 책을 많이 읽고 메모하여 어떤 책들이 있는지 알고 있어야 적절한 책을 고르는데 도움이 된다. 적절한 책이란 이야기가 긴 설명이 없이 단순하고 절정을 이루는 극적인 요소가 있어서 재미와 호기심을 북돋우고 결말이 행복하게 되어 듣는 아이들의 마음이 편안한 것 등이다. 그리고 교육적으로 긍정적인 내면이 풍기는 책이 좋다. 읽어줄 책이 결정된 후, 그 책을 잘 읽어주는 방법은 익숙해질 때까지 같은 책을 반복해서 연습하고 읽어줄 때 열심히 읽어주는 것이다. 아주 어린 아이들은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하지만 읽어주기를 많이 하는 것이 좋다. 이런 아이들은 이야기 내용을 듣고 즐기는 것이 목적이기보다 어른이 자기를 예뻐하며 책을 읽어주는 것이 더 마음에 흡족해서 좋아한다. 이들에게 읽어주기를 많이 하면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재미있어서 좋고 사서는 사서대로 약간의 서툰 점을 잘 넘기면서 읽어주기 연습을 하게 된다. 보통 부모들은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여러 권의 그림책을 읽어준다. 한 책을 여러 번 읽어주기도 하고 읽어준 책에 대해 아이에게 말을 시키기도 한다. 이때 사서가 그 일을 덜어주면 부모는 아이와 함께 읽어주는 것을 듣거나 빌려갈 책을 고르는 등의 일을 할 수 있어서 고맙게 생각한다. 그곳이 도서관이므로 읽어줄 책이 다양하고 읽어줄 아이들이 늘 있으며 읽어주는 일을 어린이사서가 하는 일로 여기게 되면 연습하기에 좋은 조건이 갖추어진 것이다. 이렇게 조건이 갖추어진 환경에서 읽어주기를 일상적 일로 매일매일 하면 점점 더 잘 읽어주게 되고, 읽지 않고 이야기로 들려주는 동화구연도 할 만하게 된다. 거기에 더하여 읽어줄 때 유의할 사항을 조금만 신경을 써서 고려한다면 아주 잘 읽어줄 수 있다. 이야기해줄 때와 마찬가지로 읽어줄 때 유의할 가장 큰 기술은 이야기의 장면 장면이 생생하게 눈에 그려지도록 읽어주는 것이다. 동화구연에서 좋은 연기(perform)는 목소리와 눈의 표정, 듣는 아이들과의 눈 맞춤, 얼굴 표정, 몸짓 등에서 자연스러운 것을 말한다. 책 페이지에 적힌 표정 없는 글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도록 만드는 기술도 이와 같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이야기의 생생함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것은 목소리와 눈의 표정이라고 하겠다. 우선 이 두 가지를 중점적으로 염두에 두고 읽어주기를 시작하면 후에는 다른 항목들도 쉽게 익숙해진다.
이야기해주기와 읽어주기는 기본적으로 목소리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므로 생생한 연기가 되려면 목소리 변화에 익숙해야 한다. 목소리 변화는 두 가지 종류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하나는 등장인물(사람이 아닌 경우도 많음)의 목소리를 서로 구분되게 내는 것이다. 아기가 하는 말은 아기 목소리로, 엄마가 하는 말은 엄마 목소리로 말하거나 읽어야 실감이 나고 생생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음이다. 다른 하나는 우리가 노래를 할 때나 들을 때 감지할 수 있는 것과 같이 목소리를 ①높게 또는 낮게, ②빠르게 또는 느리게, ③크고 시끄럽게 또는 작고 부드럽게 내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 어떤 목소리로 말하고 읽어야 하느냐는 장면이나 문장이 어떤 분위기에 있는가를 살펴서 정하면 된다. 여기에 더하여 ④말없이 잠시 침묵하는 기술도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목소리 변화의 중요한 기법이다. 이야기 중에 극적인 전환점이 올 때 또는 목소리로 들은 장면을 시각적으로 상상해 보거나 생각하는 시간을 줄 필요가 있을 때 멈추는 것 등이다. 이야기로 들려줄 때나 읽어줄 때 이야기가 생생하고 실감나게 하는 또 다른 장치는 눈이다. 읽어주는 어른의 눈은 책 페이지의 글을 읽기는 하지만 책에 매여 있지 않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용에 동의를 구하듯 아이들의 눈을 보면서 읽는다.(눈 맞춤) 동시에 눈을 크게 뜨기도 하고 작게 뜨기도 하고 무서워하기도 놀라기도 한다. 눈은 슬픈 빛을 띠기도 하고 사랑을 느끼고 행복해 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 어떤 눈을 해야 하는가도 목소리 변화처럼 문장의 분위기에 따라 바꾸어 가면 된다. 속일 수 없고 보는 사람이 속지도 않는 것이 눈이 나타내는 표정이다. 결국 읽어주는 사람은 이야기에 몰입하여 열심히 읽어야 눈의 표정이 자연스럽고 생생하게 읽을 수 있다. 갑자기 놀라게 되면 사람들은 자연히 눈을 크게 뜬다. 읽으면서 그렇게 하면 된다. 초등학교 도서관이나 공공도서관의 어린이부서는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어야 한다는 것을, 또 읽어주는 방법과 책을 가지고 재미나게 공부하는 방법을 시범하여 보여 줄 책무가 있다. 그것은 학교에서 연구수업을 하는 것과 같이 특별히 계획하여 어느 한 때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늘 진행되어 일상화되어야 한다. 학부모들은 일상적으로 책을 읽어주어야 한다는 것까지 보고 배우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하여 도서관이 사회의 유익한 장치로서 교육기관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격언대로라면 후에는 우리가 크게 거두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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