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까?

자유놀이는 뇌 발육에 필수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9. 4. 4. 17:37

[이인식의 멋진 과학] 잘 노는 것도 중요하다

자유놀이는 뇌 발육에 필수
상상력·의사소통력 키워줘
못놀면 사회적응력 떨어져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

 2009.04.04 03:28

 

미국 정신의학자 스튜어트 브라운은 살인범 26명을 면접하고 두 가지 공통점을 찾아냈다. 하나는 결손 가정 출신이었으며, 다른 하나는 어린 시절에 결코 뛰어놀아 본 적이 없었다. 1966년부터 40년 넘게 6000명의 어린 시절을 연구한 브라운은 자유놀이(free play)를 해 보지 않은 아이들은 어른이 된 뒤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자유놀이는 운동경기처럼 정해진 규칙에 따르는 놀이와 달리 여러 사람이 제멋대로 노는 것을 뜻한다.

대부분의 동물은 놀 줄 모른다. 까치와 까마귀처럼 큰 뇌를 가진 새들을 제외하고 놀기 좋아하는 동물은 포유류뿐이다. 왜냐하면 놀이는 위험하고 에너지 소모가 많기 때문이다. 가령 물개의 새끼는 80%가 재미있게 놀다가 포식자가 접근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해 잡혀먹힌다. 따라서 놀이가 진화된 이유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2008년 '뉴욕타임스 매거진' 2월 17일자 커버 스토리는 놀이를 다루면서 몇 가지 이론을 소개했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준비 이론이다. 어린 동물이 놀이를 통해 어른이 되었을 때 필요한 근육과 지구력을 발달시키고, 짝짓기와 먹이 사냥 따위에 사용될 기량을 몸에 익힐 수 있으므로 사람을 비롯한 포유동물이 놀기 좋아하는 특성을 타고난 것이라는 주장이다. 준비 이론에 맞서는 것은 놀이가 뇌의 성장에 기여한다는 견해다.

생물학자들은 놀이를 하는 동물일수록 지능이 뛰어나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포유동물을 연구한 결과 몸 크기에 견주어 상대적으로 뇌가 큰 동물들이 더 잘 노는 경향이 있음이 밝혀졌다. 큰 뇌가 작은 뇌보다 자극에 민감하기 때문에 어른의 뇌로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릴 적에 더 많은 놀이가 필요해서 놀이가 진화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2001년 미국 콜로라도대 진화생물학자 마크 베코프는 '의식연구 저널(Journal of Consciousness Studies)'에 발표한 논문에서 뇌의 많은 부위가 놀이와 관련되며 놀이는 예상 외로 높은 인지능력이 요구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놀이를 잘하려면 상대방을 파악해서 규칙에 따라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특히 자유놀이는 규칙이 정해진 운동경기보다 훨씬 더 창의적인 반응을 요구하므로 뇌의 발육에 훨씬 더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격월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마인드' 2월호 커버스토리에서 미국 미네소타대 교육심리학자 앤소니 펠레그리니는 자유놀이를 하는 동안 어린이들은 상상력을 총동원할 뿐만 아니라 친구와 의사소통하는 능력과 함께 공명정대하게 행동하는 기술을 습득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어린이들은 자유놀이를 통해 사회에 적응하는 방법을 배우고 문제해결과 같은 인지 능력을 키울 수 있게 된다. 한 마디로 잘 노는 아이일수록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창의력이 뛰어난 성인으로 성장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자유놀이 시간을 빼앗긴 상태이다. 극성맞은 어머니들은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몰아 마음껏 뛰어놀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많은 심리학자들은 아이의 지능 개발을 위해 공부 못지않게 자유놀이가 중요하므로 성공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면 놀이 시간을 충분히 배려할 것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