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까?

예고생 엄마들이 말하는 미술교육 로드맵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9. 3. 31. 23:45

 

어릴 땐 손가락 놀이… 자랄수록 선택권은 자녀에게

 

오선영 기자

 2009-03-30 08:42 

예고생 엄마들이 말하는 미술교육 로드맵

요즘 엄마들은 예체능 교육에 무척 관심이 많다.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 경쟁에

뛰어들어야 하기 때문에 일찌감치 유아기부터 다양한 예체능 교육을 경험하게

한다.

예체능, 그중에서도 미술교육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찰력과 감수성을 키워주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초등 저학년까지 미술에 대한 흥미 키워야

유아기 미술교육은 놀이식으로 시작한다. 집에서 아이와 함께 그림을 그리거

나 색깔 넣은 밀가루 반죽놀이, 찰흙놀이 등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아이의

정서발달, 감수성 교육에 효과적이며 특히 손가락을 많이 움직여 두뇌발달에

도 도움이 된다. 요즘에는 예체능교육을 일찍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유

아 대상 미술 프로그램도 크게 늘었다.

미술은 세심한 관찰력은 물론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다. 초등

시기까지는 그림 그리는 기술보다 상상력과 창의력 발달에 중점을 둬야 한다.

아이의 그림을 보고 "왜 이렇게 못 그렸느냐"고 꾸중해서는 안 된다. 얼마나 잘

그렸느냐 보다 얼마나 대상을 잘 관찰하고 독창적인지를 본다. "우리 자전거에

이런 장치가 있었네. 엄마도 몰랐는데, 이걸 발견하다니 대단하구나"라는 식의

칭찬이 좋다.

대개 초등 3~4학년이 되면 아이가 미술적 재능을 가졌는지 여부가 드러난다.

선화예고 학부모 류현옥(49)씨는 "초등학교 때 아이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이웃엄마가 집에서 여는 미술교실에 보냈다"며 "학교 선생님들도 재능이 있다

며 추천하고, 아이도 예중에 진학하길 원해 5학년 말부터 예중 입시를 준비했

다"고 전했다.

예중 진학을 결심했다면, 5학년 전후로 입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아이의 상상력이나 예술성이 뛰어나더라도 이를 표현해 낼 수 있는 소묘 등의

기본기를 다지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가 미술을 좋아한다

고 해서 무턱대고 예중 입시 준비를 시작해선 안 된다. 초등생이 매일 3~4시

간씩 한자리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아이가 입시 미술교

육을 견디지 못해 중도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서울예고 학부모 강지연(44)씨는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지만, 어린 아이가 힘

든 입시 미술교육을 견뎌내는 것을 보고 정말 미술을 하고 싶어한다는 확신을

얻었다"며 "예체능은 아이가 싫어하면 부모의 힘만으론 절대 끌고 갈 수 없다

"고 말했다.

◆실기와 공부 병행하는 어려움 감수해야

예중에 진학하면 많은 엄마들이 한 시름 놓는다. 실력이 뛰어난 아이들이 모인

곳이라 실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입시' 부담은 조금 떨칠 수 있

기 때문이다. 예중에서 예고로 진학할 때는 비교내신이 적용돼 상대적으로 수

월하다. 하지만 예중이라고 해서 '공부'를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대학 입시를

염두에 두고 기초를 탄탄히 다져야 한다. 강씨는 "예중에서 다양한 예술교육을

받으면서 아이가 매우 행복해 했다"며 "하지만 정작 예고에 올라오니 대입 때

문에 미술보다 '공부'를 강조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졌다"고 했다.

미술 전공 학생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실기가 아니라 '공부'다.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려면 공부와 실기 두 가지를 모두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 흔히 '미술을

가르치면 집안 기둥뿌리가 뽑힌다'고 하지만, 사교육비는 실기가 아닌 '공부'

에 더 많이 들어간다. 학교 커리큘럼상 교과 공부시간은 일반고의 70%에 불

과하지만, 성적은 똑같이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학부모 류현옥씨는 "실기는 학

교에서 모두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따로 화실에 다니지 않는데, 오히려 수

능 준비 때문에 학원에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엄마들도 마찬가지다.

선화예고 학부모 이일화(44)씨는 "예고는 실기시험이 있어 일반고와 시험기간

이 다르다. 학원의 내신특강을 듣고 싶어도 시간이 맞지 않는다. 평소에도 주

말 특강이나 과외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미술 전공 여부와 상관 없이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예고로 진학하거나 편

입하는 학생도 더러 있다. 하지만 선배 엄마들은 이런 선택에 대해 단호한 입

장을 보인다. "입시에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학교 생활을 따라오지 못

해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며 "미술실기는 물론, 자신감을 잃어 성적까지 떨어

질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슬럼프를 이겨내는 것도 중요하다. 이일화씨는 "엄마의 욕심을 버리고 아이에

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여름방학에 부족한 공부를 채워주려고 소위 '뺑뺑이'식 학원 시간표를 짜줬어

요. 그랬더니 아이가 '나는 왜 매일 그림 그리고 공부까지 하면서 힘들게 살아

야 되느냐' 고 토로했어요. 그때 '이런 식으로 가면 아이가 제 인생을 스스로 살

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 중에서 네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걸 고르라'

고 했어요."

희망대학을 정할 때도 아이의 의사를 우선해야 한다. 엄마 입장에서는 좀더 '이

름 있는' 대학에 가거나, 같은 미술 전공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들어가기 '편한'

학과로 정해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하지만 전공보다 대학을 우선시할 경우, 아이들은 원치 않는 미술을 입시를 위

해 일년 넘게 억지로 공부해야 한다. 아이 고집을 꺾기도 쉽지 않다. 이일화씨

는 "아이가 원하는 공부를 시킨다고 생각하면서 또 엄마 욕심을 채우려고 하지

않는지 돌이켜보라"고 조언했다.

TIP 자녀 예술교육 이렇게 시키세요

1.유아 미술은 놀이식으로 시작한다. 최근에는 문화센터 등에 유아 대상 미술프

로그램이 많이 개설돼 있다. 작품감상과 미술체험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헬로우

뮤지움' 같은 어린이미술관도 많아졌으며, 일반 전시회에서도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미술활동들을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

2. 초등 미술은 아이의 관찰력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데 중점을 둔다. 저학년부

터 그림 기술 위주로 가르칠 필요는 없다. 아이와 잘 맞는 동네 미술교실을 정

해 자유롭게 그림을 즐기도록 돕는다.

3. 예중 진학 여부를 결정한다. 예중에 진학하려면 4~5학년 때부터 입시 미술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 아이가 힘든 입시 미술을 잘 견뎌낼 수 있을지 등을 고

려해 신중하게 결정한다. 또래에 비해 일찍 진로를 정한다는 데 대한 부담이

없는지 여부도 고려해야 한다.

4. '미술 전공'이라고 해서 '공부'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중학교 때 기초가 부

족하면 고교에서 내신 때문에 고생할 수 있다. 중학교 시기에 공부습관과 기초

를 잘 다져둬야 한다.

5. 고교생이 되면 아이의 선택을 중시한다. 미술을 전공하는 아이들은 자기 세

계가 뚜렷해 고집이 강하다. 중학교 때까지 엄마의 지도에 잘 따른 아이라도 고

교생이 되면 자기 의견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아진다. 엄마의 욕심을 버리고 아

이의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