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대학들이 강한 이유-1]
하버드 MIT가 탐내는 홍콩과기대 교수들
이광회 기자 santafe@chosun.com
조선일보·QS의 아시아 대학평가에서 최고 성적을 일군 곳은 홍콩이다. 홍콩대가 아시아 1위를 차지했고, 이어 홍콩중문대 2위, 홍콩과학기술대 4위, 홍콩 시티대 18위순으로 자리를 잡았다.
인구 670만 명의 홍콩. 대학이라 봐야 모두 7 곳 정도다. 절반이상이 아시아 랭킹 20위 이내 성적인 셈인데 이 정도면 홍콩 대학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하기 어렵지 않다.
물론 QS의 평가가 대학 랭킹을 메기는 절대 기준일 수는 없다. 다른 평가기관들의 랭킹과 큰 차이가 나는 부분도 있기에 어느 정도의 오차는 있을 것이다. 특히나 어떤 평가라도 완벽할 수는 없다. 영국평가기관인 만큼 영국계 또는 영국식 학제를 도입한 대학들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평가기준이 적용됐을 수도 있다. 홍콩의 대학들은 영국식 학제와 유사한 3년제. 과거 150년 영국식민지 시절 대학들이 설립됐기 때문에 지금도 그 유산은 대학운영시스템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하지만 평가는 평가다. 우리가 찾아야 할 부분이 있다면 ‘왜 홍콩의 대학들은 강한가’ 하는 점이다. 그래야 국제사회에서 그들을 능가할 인재를 키워내고, 우리 대학들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대학들의 높은 수준은 수십년간 조금씩 일군 결과다. 어느 날 갑자기 좋아진 게 아니라는 뜻이다. 기자는 2001년부터 2004년까지 3년간 홍콩특파원을 하면서 홍콩대학들을 가까이서 볼 기회를 가졌다. 그때 홍콩의 대학들은 국제경쟁력 갖추기게 혈안이었다. 그때 공적으로, 사적으로 만난 한국인 교수들, 또 홍콩출신 교수들, 또 대만 출신 교수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한국은 아직 멀었구나’ 하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보다 소득수준이 2배나 높았던 홍콩. 그 홍콩의 대학들은 이미 십 수년 전, 아니 수년 전부터 세계적인 대학들을 따라 잡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그 핵심은 일류 교수진 확보였다. 오늘은 홍콩과기대학에 10여 년 이상 재임한 한국인 K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개인적인 의견이기 때문에 실명을 피한다) 인터뷰는 2003년에 이뤄진 것이다. ‘그때 우리 대학들의 상황은 어떠했을까’를 상상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또 ‘그때 홍콩 대학들이 이렇게 한 것이 지금 아시아 초일류 대학들이 된 것이구나’ 하고 생각하고, ‘늦었지만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노력하자’라고 의지를 다져도 될듯 싶다.
홍콩과기대학은 어떤 대학인가.(QS평가에서 아시아 4위를 차지했다)
“‘아시아의 MIT’라고 이해하면 된다.”
개인 소개를 부탁한다면.
“서울대 항공공학과 출신이다. (70년대 초반 학번이다) 호주 시드니 대학에서 기계공학 박사를 취득했다. 호주 캔버라 국립대에서 2년간 교수도 했다. 1990년대 초 홍콩 과기대학으로 옮겼다.”
옮긴 이유가 있다면.
“호주 대학 교수 시절 연봉은 한국의 대학 수준이었다. 지금은 호주보다 3배 많다. 굳이 연봉 때문은 아니지만 대우가 그만큼 매력적이라는 뜻이다.”
다른 혜택도 많을텐데.
“연봉은 매년 10% 이상 상승한다. 부동산 가격이 높다는 홍콩이지만 내 연봉으로 홍콩의 아파트도 살 수 있다. 이 곳 시스템은 영국식이다. 콜로니얼 시스템이라 부른다. 학교가 교수와 가정을 책임진다. 교수 자녀들의 교육비 전액을 대학이 부담한다. 내 아들의 홍콩 국제학교 교육비가 6만 달러(홍콩달러, 1500만원) 정도다. 이것을 대학이 부담한다. 가족들 세계 여행경비도 일정 한도에서 학교에서 제공한다.”
학교 교육환경은.
“우리 과 교수가 20명이다. 매 학년 학생은 80명뿐이다. 교수 1인당 4명(한 학년)을 지도한다. 80여명의 대학원생들이 있는데 100% 장학금을 받는다. 대학생 1인당 장학금은1만4000 홍콩달러(220만원)다. 월 장학금이다. 생활비로 주는 것이다. 기숙사비 빼고 많이 남는다. 등록금은 연간 4만3000달러(690만원) 되는데 학교에서 엄청나게 장학금을 제공한다. 좋은 인재가 올 수 밖에 없다.”
교수 연구비는.
“나도 대학원생 5명을 가르친다. 이 대학은 연구중심대학이다. 교수들 연구비 풍부하다. 대학원생들에게 월 1만5500 홍콩달러(250만원) 생활비를 준다.
중국 대학원생은 본국에 송금한다. 학부생의 95%는 홍콩 출신이지만 석·박사 대학원생의 80%는 중국인이다. 내가 가르치는 대학원생 5명 중 4명도 중국인이다.”
중국학생들이 많은 이유는.
“미국의 9·11 사태 이후 칼텍, MIT 등 미국 명문대들이 중국인 학생들에게 비자를 잘 안내줬다. 이들이 홍콩과기대학으로 대거 몰렸다. 우리 대학으로서는 큰 힘을 얻은 셈이다. 중국 인재들의 유학대상 국가 선호도는 미국과 영국, 호주, 홍콩 순이다.”
중국학생들의 수준은.
“9·11 이후 ‘중국 인재들을 스카웃하느냐, 못하느냐’가 이공계 분야 연구에 있어서 핵심관건이 됐다. 싱가폴은 중국의 대학교를 직접 방문, 현장에서 어드미션(입학허가)을 준다. 싱가포르 명문 난양공대가 그렇다.”
교수들도 국적이 다양한가.
“그렇다. 우리 과 교수 중 홍콩계가 3분의 1, 중국계가 3분의 1, 대만계가 3분의 1이다. 한국인으로선 내가 있고, 이스라엘 교수가 한 분 있다. 한마디로 다국적 군이다.”
수업부담은 어떤가.
“올해의 경우 1년에 딱 2과목 가르친다. 6학점이다. 나머지는 연구한다.”
홍콩과기대학이 유명한 이유는.
“신설대학이고, 질이 높다. 교수채용기준은 미국 톱 대학 수준이다. 모두 버클리, 칼텍 출신들이다. 그곳에서 가르쳤거나, 졸업을 했다는 뜻이다. 버클리대학의 학생 대 교수 비율이 12대 1이다. 홍콩과기대는 이보다 낮다. 이 곳 교수들을 하버드 MIT에 빼앗기기도 했다. 그 정도로 교수수준이 좋다.”
예산확보는 어떻게 하는가.
“90%는 정부 지원이고, 10%는 기부금으로 충당한다. 15억 홍콩달러(2400억원)가 연간 예산이다. (2003년도 얘기다)”
이 정도면 ‘왜 홍콩 과기대학이 유명한 지’, ‘홍콩의 대학들에게 교수들이 몰리는 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성과학고 대학진학률 2년 연속 1위 (0) | 2009.06.04 |
---|---|
내신만 믿다 수능·논술에 뒤통수 맞는다 (0) | 2009.05.24 |
고려대·연세대 2010 요강 분석 및 합격전략 (0) | 2009.05.10 |
2010학년도 입시전형 변화 (0) | 2009.05.07 |
2013학년도부터 미대 실기 폐지 나선 홍익대 (0) | 2009.05.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