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내신만 믿다 수능·논술에 뒤통수 맞는다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9. 5. 24. 21:54

내신만 믿다 수능·논술에 뒤통수 맞는다

한겨레 | 입력 2009.05.17 16:50

 

[한겨레] 2010학년도 수시모집
우선선발도 수능·비교과 반영많아
주력 정하되 다른 전형도 준비해야

죽음의 트라이앵글은 옛말일까. 학생부 우수자 전형, 수능 우선선발, 논술 우선선발 등의 전형을 보면 마치 삼각 구도에 균열이 생긴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이름을 앞세운 전형은 대개 '빛 좋은 개살구'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정하거나 비교과 영역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문턱을 높이는 일이 허다하다. 따라서 고3 수험생들은 각자의 주력 분야를 정하되 합격 가능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다른 전형 요소를 준비하는 데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학생부 교과 성적이 뛰어나다면?

수능도, 대학별 고사도 준비가 안 돼 있는데 교과성적만 뛰어난 학생들이 있다. 만일 이들이 1등급대 초반의 성적이라면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지균)에 지원하면 된다. 김혜남 문일고 교사는 "서울대 지균은 학생부 100%로 뽑는 1단계를 통과한 학생이 최종 합격하는 비율이 90%를 넘는다"며 "특기자전형보다는 비교과 성적을 많이 반영하지 않고 또 2단계의 면접이 당락에 미치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교과 성적이 좋은 학생들한테 맞춤한 전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서울대 지균에 지원할 성적은 안 되는 1.5등급 이하의 교과 성적을 지닌 학생들이다. 이런 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는 학생부 중심의 전형은 대개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높아서 수능이 부족한 학생들한테 불리하다. 이정수 송곡여고 교사는 "교과 성적이 어정쩡한 학생들은 수능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원하는 대학에 가기 어렵다"며 "따라서 원하는 대학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목표로 삼고 수능 공부에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과 성적만 좋은 학생들 가운데 수능보다 논술 등의 대학별 고사를 준비하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한다면 서강대 일반전형(1단계: 학생부 30%+논술 50% 2단계: 면접 20%)이나 경희대 일반학생전형(학생부 40%+논술 60%)처럼 논술 반영 비율이 큰 전형을 노릴 수 있다. 이들 전형에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다.

학생부 비교과 영역이 뛰어나다면?

올해는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되면서 '비교과'라는 새로운 전형 요소가 등장했다. 김동춘 대성고 교사는 "교과 성적도 같이 좋은 학생들은 성균관대나 중앙대처럼 학생부 전형에서 비교과 반영 비율이 큰 대학을 골라 지원하면 유리하다"고 말했다. 성균관대나 중앙대 모두 비교과 반영 비율이 20%다. 특히 교과 성적이 함께 좋은 학생들은 올해 처음 생긴 연세대 진리·자유전형을 눈여겨볼 만하다. 1단계에서 교과 성적만으로 2배수를 거른 뒤 2단계에서는 비교과, 자기소개서, 추천서 등의 서류평가로 모집인원의 50%를 우선 선발한다. 나머지 50%는 3단계에서 면접을 치른다.

2~3등급대 학생들은 입학사정관제를 고려할 수 있다는 게 진학 담당 교사들의 판단이다. 이정수 송곡여고 교사는 "올해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합격한 학생들 가운데 교과 성적이 안 좋은 학생들이 크게 부각된 탓에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며 "대학들로부터 듣기로는 대개 3등급 안쪽 성적이 되는 학생들이 많이 합격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입학사정관은 "원서를 받아보니 절반 넘는 수가 교과 성적이 6~7등급인 학생이었다"며 "입학사정관제 역시 서류평가에서 교과 성적을 반영하기 때문에 이런 학생들은 비교과가 아무리 탁월해도 1단계 서류심사를 통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차라리 특기가 아주 뚜렷한데 학생부 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특기자전형으로 지원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동춘 교사는 "대교협에서 나온 '2010학년도 4년제 대학교 입학 전형계획 주요사항'의 특별전형 지원자격을 검토해 자기한테 맞는 전형이 있는지를 확인해 보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대학별 고사 준비를 착실히 해왔다면?

논술 준비를 꾸준히 해온 학생이라면 당연히 논술 중심 전형에 지원해야 한다. 특히 내신 성적이 2~3등급대 정도 되는 학생들은 단계별 전형을 하는 대학보다 일괄합산 전형을 하는 곳으로 지원하는 게 좋다. 김동춘 교사는 "한 번에 학생부와 논술을 합산해 합격자를 내는 학교는 1단계에서 학생부로 거르고 2단계에 논술 성적을 반영하는 대학보다 논술의 반영 비중이 더 크다고 본다"며 "물론 단계별 전형을 하는 학교도 1단계에서 걸러내는 학생 수가 모집 인원의 7배 수를 넘는다면 반영 비중이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부에 자신이 없는 학생들은 1단계에서 25~30배수를 뽑는 고려대 일반전형이나 12배수를 뽑는 서울시립대 전국고교우수전형이 좋다.

학생부보다 수능에 자신이 없는 학생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는 전형을 찾는다. 경희대 일반전형에서는 모집인원의 30%를 논술 100% 우선선발로 뽑는다. 학생부도 반영하지 않고 수능 최저학력기준도 없는 전형이다. 그 밖의 대학은 논술 전형에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두고 있다. 김재원 남성여고 교사는 "연세대, 성균관대 등은 올해 오히려 논술 전형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높였다"며 "논술과 함께 끝까지 수능 대비를 게을리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내신 성적이 4등급대 이하인 학생들은 대학별 고사로 적성검사를 보는 대학을 선택하는 게 역전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정수 교사는 "다른 교과목에 견줘 수학에 자신이 있는 학생들은 적성검사 결과로 학생부 두세 등급을 뒤집을 수 있다"며 "대학들은 적성검사를 준비할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꾸준히 훈련하면 적성검사 성적도 올릴 수 있으므로 도전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수능에 자신 있다면?

사실 여러 처지의 학생들 가운데 수능에 강점을 지닌 학생들이 가장 선택지가 많다. 대신 만약을 대비해 수능 이후에 대학별 고사를 치르는 대학에 원서를 낼 수 있다. 김재원 남성여고 교사는 "사관학교나 경찰대는 상대적으로 수능 반영 비중이 높으므로 신체검사와 체력기준이 맞으면 지원해 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edu@hani.co.kr

김동춘(대전 대성고), 김재원(부산 남성여고), 김혜남(서울 문일고), 이정수(서울 송곡여고) 교사가 직접 쓴 '2010년 수시 지원전략'을 아하!한겨레 누리집 (www.ahahan.com)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