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야기

뇌의 구조와 기능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09. 8. 12. 15:16
주간조선[2067호] 2009.08.10
[4 腦 과학시대 | 뇌의 구조와 기능]
뇌의 작용은 감각입력→운동출력의 과정
신경시스템의 목표는 기억을 바탕으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것
‘해마→유두체→시상전핵→해마’의 파페츠회로가 기억에 관여
뇌 과학이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인간의 감정, 상상, 꿈, 그리고 의식활동 모두가 뇌의 작용에 의한 것이다. 뇌에 관한 과학적 발견들이 뉴스가 되고 개개인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시대이다. 뇌 과학이 개인의 사고, 판단, 습관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해준다. 스스로 삶의 효율을 높이고,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뇌 공부가 필요하다. 뇌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공부하기 위해서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인간 뇌 구조와 기능을 숙지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둘째, 뇌의 작용을 이해한 대로 자신의 일상생활에 적용해 본다.
셋째, 뇌 과학 관점에서 사회적 문화적 현상을 관찰한다.

운동의 관점에서 뇌의 작용은 ‘감각 입력’을 바탕으로 ‘운동 출력’을 산출해 내는 과정이다. 외부 환경으로부터 ‘자극 신호’가 오면 기억을 참조하여 처리하고, 그 결과를 타이밍에 맞춰 운동 출력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감각 입력과 기억회로

시각, 청각, 체감각 피질은 외부 감각신호를 처리하여 사물과 주변상황을 인식한다. ‘에델만 의식모델’에 의하면, 외부 감각신호는 자율중추와 시상하부에서 대뇌로 올라오는 본능욕구에 의해 범주화된다. 이른바 지각의 범주화가 생성되는 것이다. 범주화된 지각은 내측두엽의 기억회로와 대뇌피질의 연합영역 상호 작용으로 기억의 상징화가 일어나면서 개념의 범주화가 가능해진다.

이러한 다양한 뇌의 능력들은 대부분 신경세포 집단들 간의 상호연결로 가능해진 것이다. 외부 환경입력에 맞추어 운동출력을 산출하는 과정은 대규모의 피질-피질 신경세포의 연결로 신경 세포집단들이 상호간 신호를 주고받는다. 뇌의 신경세포 그룹 간의 상호 신경섬유의 연결망을 에델만은 의식모델에서 ‘재입력’작용이라 했다. 함께 연결된 신경세포들은 신경펄스를 방출하여 뇌의 전체적인 동시성과 결합성을 만들어 의식작용의 일원적, 통일적 속성을 만들게 된다.
<도표> 왼쪽의 감각 피질 영역에서 중간의 파페츠회로 영역, 오른쪽 위의 전두엽 영역으로 이어지는 세 개의 까만 선으로 된 장거리 피질-피질 신경연결을 보자. 해마에서 만들어진 기억이 유두체, 시상전핵 등을 거쳐 대상회로 연결된다. 그리고 다시 해마로 들어간다. 이것이 하나의 상호연결회로를 그리고 있다. 이것이 바로 파페츠회로다. 이 신경연결회로는 뇌과학자 파페츠에 의해 감정을 처리하는 변연계의 신경연결로 알려졌지만, 나중에 이 회로가 기억에 주로 관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감정과 기억을 생성하는 영역이 많은 부분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기억은 감정으로 채색되어 있다. 시각, 청각, 체감각의 감각입력들이 모두 연결되어서 외부신호에 대한 다중감각으로 결합되어 해마에서 기억이 생성된다. 이렇게 형성된 기억은 신피질의 여러 영역으로 옮겨져 장기기억이 된다. 뇌 전체 연결망에서 전대상회는 <도표> 오른쪽 전두엽 위에 위치하여 내측두엽의 파페츠 기억회로와 전두엽을 연결한다. 감각 입력을 받아들이는 부위도 후대상회와 마주보고 있다. 대상회는 크게 두 부분으로 앞부분의 전대상회는 전두엽과 연결되어 감정의 인식기능과 관련되며, 후대상회는 주로 감각입력을 대뇌 피질로 중계해주는 역할을 한다.


운동출력

<도표>를 입력에서 출력의 순서로 살펴보자. 입력과 출력을 연결하는 내부 시스템을 하나의 블랙박스로 봤을 때 입력부(시각, 청각, 체감각 피질)가 있고 운동 출력이 있다. 운동 출력은 자율운동, 리듬운동, 지향 운동, 사지에 의한 큰 자세운동, 미세운동 등 다섯 가지로 분류되는데 <도표> 밑 부분에 적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뇌는 감각입력을 받아서 적절한 운동출력을 만드는 기관이다. 우리 인간이 서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것은 얼굴표정근육과 혀와 입술근육으로 말을 하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신경시스템이 하는 일은 움직임을 만드는 것이다. 말을 하고, 음식으로 소화하고, 호흡하고, 심장이 박동하는 모두가 움직임이다. 감정을 표현하며 표정을 짓는 것도 다 움직임이다. 뇌 과학자 이나스는 우리 인간의 사고작용도 결국 움직임이 진화적으로 초기 척추동물에서부터 약 5억년에 걸쳐 중추신경계를 통해 대뇌속으로 내면화된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면 어떻게 운동 출력을 다양하게 생성할까. 입력을 바탕으로 운동을 계획하는 곳이 전두엽이다. <도표> 오른쪽 위의 전두엽 영역을 보면 안와전두엽, 배외측 전두엽, 전두시각 피질, 내측 전두엽, 전 운동영역, 1차운동영역이 있다. 유아기부터 학습된 운동동작은 대뇌 기저핵에 무의식적 절차기억으로 저장된다. 그 후 일생 동안 비슷한 입력이 들어오면 전두엽과 협력하여 대뇌 기저핵에서 저장된 운동 프로그램이 선택된다. 전두엽이 계획하는 운동출력에 해당하는 이미 학습된 관련 운동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곳이 대뇌 기저핵이며, 소뇌는 운동출력의 시간조율, 시간맞춤을 한다고 여겨진다. 운동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은 보완 운동영역, 전운동영역, 1차 운동영역이다.
① 시상 - 감각 신호 전달

뇌 전체 작용을 이해하는 데 시상은 매우 중요하다. 이 <도표>에서는 시상의 여러 핵들이 한 군데 몰려 있는 게 아니라, 열 두 개의 핵이 대뇌 피질과 관련된 각각의 신경핵들로 분리되어 흩어져 표시되어 있다. 신경핵은 신경세포체가 집단적으로 모여서 수 ㎜ 정도의 덩어리를 형성한 것이다. <도표>에 회색박스로 나타낸 것처럼 시상핵들은 대뇌피질 대부분 영역과 연결되어 있다.

시상은 길이가 3㎝, 폭이 1.5㎝ 되는 앞쪽이 약간 좁은 타원형 구조체로 뇌간의 윗부분에 좌우 2개가 있다. 시상 관련영역을 크게 분류해 보면 시상상부, 배쪽시상, 등쪽시상, 시상하부로 이루어져 있다. 시상상부에는 밤낮 주기와 관련된 멜라토닌 생성의 송과체와 후각을 매개해주는 고삐핵이 있다. 배쪽시상과 등쪽시상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앞쪽에 시상전핵이 있고 아래쪽에 배쪽전핵(VA), 배쪽외핵(VL), 배쪽후핵(VP)이 차례로 있다. 배쪽후내핵(VPM)이 배쪽후외핵(VPL) 위에 있다. 그리고 등쪽외핵(DL)과 등쪽후핵(VP)이 가운데에 차례로 있고, 그 위에 상당히 큰 등쪽내핵이 있다. 등쪽시상은 <도표>에서 D(dorsal)로 시작하는 것들이다. 배쪽시상은 VA, VL, V 등 V(ventral)로 시작하는 것들이다. 시상핵들 중에서 의식과 관련해서 특히 중요한 핵은 시상내부에 신경섬유다발로 구성된 시상수질판내핵이다. 시상수질판내핵은 비특수핵으로 다른 시상핵들을 제어하여 감각신호가 피질로 전달될 때 조절 관문역할을 한다.

<도표>에 시상핵이 모두 12개나 분포되어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시상의 중요한 역할은 감각신경 신호를 대뇌피질로 방사하여 전달해주는 것이다. 시상과 피질 각 영역의 연결을 이해하는 것이 인간 의식상태의 출현을 이해하는 핵심이다. 에델만은 시상-피질 신경신호의 상호 작용을 역동적 핵심부(dynamic core)라 정의하고, 인간 뇌의 고등한 분별기능인 감각질이 바로 시상-피질의 역동적 신경신호 재입력 작용에서 생긴다고 설명한다. 뇌의 전체적 동작으로 시상과 피질 사이의 신경연결망이 다양한 분별작용을 하여 주변 환경을 범주화해 하나의 장면을 생성한다.

② 전두엽 - 운동 계획

전두엽의 앞부분에 해당하는 전전두엽은 배외측 전전두엽, 복측 전전두엽, 안와 전전두엽으로 구성된다. 배외측 전전두엽은 환경신호를 기억과 비교하여 운동출력 산출을 위한 추론, 예측하는 기능을 한다. 작업기억이 주로 작동하는 영역이 바로 배외측 전전두엽이다. 복측 전전두엽과 안와 전전두엽은 감정과 사회적 정서를 형성하며, 후각과 관련된 편도체와 해마에 신경전달을 한다. 인간의 후각입력 신경연결인 후각망울은 전전두엽 아래 들어가 있다. 후각은 편도체와 해마에 연결되어 감정과 기억을 촉발한다. 전전두엽에서도 눈동자가 들어가는 부분인 안와 전전두엽은 사회성과 관련된 곳이다.

신경과학자 다마지오는 ‘데카르트의 오류’라는 책에서 안와 전전두엽에 종양이 생기면 사회에서 용인되지 않는 행동을 하게 된다고 했다. 안와 전전두엽에 손상이 생기면 감정이 손상되는 것이다. 감정이 아주 둔감해져서 세상의 변화는 물론 자신에 대해서도 무관심해진다. 이 결과로 결정적으로 손상되는 것이 판단력이다. 사회적으로 균형 있는 판단력을 상실한다. 다마지오는 이성적 판단, 정확한 판단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이 풍부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감정과 느낌을 바탕으로 상황에 맞게 생각하고 적절하게 운동 출력을 프로그래밍해야 하는 것이다. 전두엽은 계획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목표에 장기간 집중하게 하는 의지력을 만든다. 목표를 향한 내적 경로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 전두엽의 중요한 기능이다.

③ 대뇌 기저핵 - 운동 프로그램의 선택

전두엽에서 프로그램화된 계획들이 상황에 맞게끔 운동출력을 선택하는 부위가 바로 대뇌 기저핵이다. <도표> 중앙의 대뇌 기저핵 영역을 보면, 등쪽 선조체와 배쪽 선조체로 이루어져 있다. 등쪽선조에는 선조체, 창백핵 내절, 창백핵 외절, 시상밑핵이 있고, 배쪽선조에는 배쪽창백과 측좌핵이라 불리는 중격의지핵이 있다. 배쪽선조는 감정과 기억에 직접 연계되어 있다. 그래서 운동 출력은 감정과 기억에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이 전체가 대뇌피질로 감싸인 많은 신경핵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대뇌 기저핵이라 한다. 대뇌 기저핵은 회로망을 구성하며, 전두엽과 연결돼 적절한 운동 프로그램을 선택한다. 대뇌 기저핵의 중격의지핵은 도파민을 분비해 쾌감과 관련된 영역이다. 중격의지핵도 기억회로의 해마 쪽과 연결되어 있다.

또 도파민을 분비하는 중뇌상부의 배쪽피개 영역이 대뇌기저핵과 연계되어 있다. 중뇌의 흑질 역시 기저핵과 연계되어 있다. 흑질은 흑질치밀부와 흑질그물부로 이루어져 있다. 흑질치밀부에서 도파민을 분비하는 세포가 세포사하면 나타나는 질환이 바로 파킨슨병이다. 대뇌 기저핵에서 의식활동과 관련된 신경조절물질은 아세틸콜린이다. 아세틸콜린은 꿈의 특징인 과잉 시각연상작용과 관련되며, 각성시에도 의식의 연상작용을 만든다. <도표>에서 대뇌각 교뇌핵에서 생성된 아세틸콜린이 시상수질판내핵과 연결되어 있다.


일차의식과 고차의식

① 일차의식

에델만은 의식이론에서 시상과 피질 사이의 신경연결인 역동적 핵심부가 인간 뇌의 고등한 분별력인 감각질을 만들어낸다고 했다. 뇌 전체의 신경신호 전달과, 의식의 출현에서 중요한 것이 전두엽과 시상의 연결, 즉 피질-시상계이다. 신경섬유의 상호연결로 진화상으로 시상-피질 시스템과 가치-범주 기억의 뇌간-변연 시스템이 연결되어 주변 환경을 하나의 장면으로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인 일차의식이 포유동물에서 출현한다. 에델만에 의하면 ‘시상-피질 시스템’과 ‘뇌간-변연 시스템’, 이 두 시스템이 진화적으로 연결되면서 일차의식이 생성됐다. 일차의식에서는 기억된 현재만이 작동하므로, 동물에서 과거와 미래는 어려운 개념이며 자아의식도 제한적이다. 동물은 현재라는 사슬에 결박된 존재이다.

② 고차의식과 언어

에델만 의식모델은 진화적으로 이미 형성된 일차의식과 인간에서 가능해진 언어능력을 연결하여 고차의식의 출현을 설명한다. 고차의식으로 인해 인간은 개념의 범주화가 활발히 작동하여 대규모의 기억이 가능해지고, 지난 기억과 현재입력을 비교하면서 과거라는 개념이 형성된다. 언어의 출현이 촉발한 고차의식은 인간에게 자연현상을 기록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게 해주어 미래를 예측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뇌의 진화로 인간은 사회와 문화를 이루게 되었다.


/ 박문호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박사·‘뇌, 생각의 출현’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