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초 필자에게 한 젊은 여성이 찾아왔다.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지 2년이 다 되어간다고 한다. 그녀는 매일 너무 피곤해서 오후 5시에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저녁만 먹고 바로 잠들어 버린다고 했다. 자다가 자주 깨는 등 전형적인 만성피로 증상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만성두통, 우울증, 폭식으로 인한 비만, 여드름 등 여러 증상으로 이전 병원에서 7가지 약을 처방받아서 먹고 있었다. 목감기약도 수시로 먹고 있었다.
특별한 병이 없는데도 이렇게 많은 약을 먹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상당히 많다. 몸 어딘가에 검사로 측정되지 않은 염증이 있는데, 근본 원인을 치료하지 않고 나타나는 증상만 치료하다 보면 끝이 없다.
그래서 필자는 최근 미국과 유럽 등에서 널리 퍼지고 있는 ‘기능의학’적 관점에서 접근해봤다. 기존의 혈액 검사에 소변유기산검사, 모발미네랄검사, 타액호르몬검사, ECS검사 등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한 몇 가지 검사를 추가로 실시했다.
혈액 검사에서는 호모시스테인 수치가 높게 나왔다. 이 수치가 높으면 동맥경화의 경향이 높아진다. 체내에 엽산이 부족하면 호모시스테인이라는 독성물질이 축적된다. 이로 인해 활성 산소가 발생되어 혈관벽을 노화시켜 동맥경화, 치매, 심혈관계 질환 등을 일으키게 된다.
소변유기산검사는 여러 항목이 있는데 이들 중 장내세균 과다증식 때 발생하는 나쁜 유기산이 증가되어 있었다. 이것이 장 내 점막을 부식시켜 기능을 떨어뜨린다. 변비·설사 등을 일으키고 영양소의 흡수를 방해한다. 따라서 항상 피곤하고 쉽게 지친다. 이런 경우를 ‘장누수증후군’이라고 한다.
모발미네랄 검사에서는 수은이 기준치 이상으로 높게 검출됐다. 수은이 높으면 두통, 구토, 피로, 권태감, 난청, 시력저하 등이 나타나기 쉽다.
타액호르몬 검사에서는 코티졸과 DHEA 호르몬수치가 기준 이상으로 낮게 나왔다. 이 두 가지 호르몬이 모두 낮은 경우는 부신 피로가 있다는 얘기다. 부신의 기능이 떨어지면 몸의 전반적인 대사가 저하되고 만성적인 피로를 느끼게 된다.
ECS검사에서도 장독성과 에너지 생산 능력 저하라는 결과가 나왔다. ECS검사는 소변과 타액을 ph, 전기 전도도 등 약 10가지 항목으로 분석해 세포가 처한 물리적인 환경을 분석하는 검사이다.
일반 병원에서 신경성이라고 했던 증상들이 기능의학에서는 장누수증후군, 수은중독, 부신피로라는 진단명이 내려졌다.
이어 치료가 시작됐다. 장내 유해 환경을 정화하기 위해 고단위 복합유산균제와 장점막 재생물질을 투여했다. 검사 결과상 필요한 것으로 확인된 영양제도 계속 복용하게 했다. 한 달 동안 치료를 한 뒤 환자의 체력에 맞는 유산소운동을 처방했다. 예전에는 운동을 하면 금방 몸이 힘들어져서 운동이 무서웠는데 이젠 운동을 하면 몸이 더 좋아지는 느낌이라며 즐거워한다. 조금 있으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육을 만들어 몸 상태를 유지해 줘야 한다.
- 4개월이 지난 다음엔 중금속 해독치료를 시작했다. 6주 동안 수은 해독제인 DMSA라는 약물로 킬레이션 치료를 했더니 환자의 몸이 편안해지고 피로감이 거의 사라졌다. 6개월이 지난 지금 다시 혈액 검사와 모발 검사 등을 실시했더니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기능의학은 한국에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환자는 물론 의사들도 생소한 분야이다. 최근 들어 미국을 비롯한 여러 의료 선진국에서 개개인의 체질을 평가하고 개선하기 위한 여러 검사법과 치료법을 개발해 연구와 실제 치료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개개인의 유전적·환경적 차이를 확인하여 비정상적 기능들을 정상으로 되돌려 각종 질환을 치료할 뿐 아니라 걸리기 쉬운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까지 있다.
기능의학 일반적인 질병의 증상 치료를 넘어 질병 발생의 근본 원인인 세포 수준의 기능 분석을 통해 세포 기능을 적극 개선해 질병의 원인 치료·예방에 중점을 두는 의학.
/ 이지영 GH의원 원장 www.ghclini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