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010학년도 입시에선 전문화된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각 대학의 '특성화 학과'가 돌풍을 일으켰다. 사설 학원들이 만든 대입 배치표 상단엔 이름도 낯선 특성화 학과들 이름이 수두룩하게 올랐으며, 지원 경쟁률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진학지도 교사들과 사설 입시기관 등에 따르면, ▲성균관대에선 글로벌경영과 글로벌경제 전공 ▲인하대에선 글로벌금융학부와 아태물류학부 ▲한양대에선 정책학과와 파이낸스경영학과의 지원 가능 점수대가 가장 높은 수준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간판보다 실속"
곽새미(21)씨는 2007년 말 성균관대 글로벌경영에 진학하는 문제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처음 생기는 학과라 정보가 부족했고, 누구나 '아, 거기!'라고 알아주는 다른 학교의 인문계 학과에 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유망한 학과'라는 학교의 말을 믿고 모험을 해 보기로 했다.
"돌이켜 보면 정말 잘 선택한 거였어요." 곧 3학년에 올라가는 곽씨는 이렇게 말한다. 한마디로 "학교가 학생에게 대단히 잘해주는 학과"라는 것이다. 수강신청에서부터 향후 진로까지 교수들이 꼼꼼히 챙겨 주고, 마케팅·금융·인사관리·회계 등 경영의 각 분야를 골고루 공부할 수 있게 한다.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지만 크게 어렵지는 않다고 곽씨는 말했다. 미국 인디애나주립대와 복수 학위를 받는 혜택도 있고, 성적 우수자에게 등록금 전액·반액에 해당하는 장학금도 지급한다. 기업체에 다니는 기존 경영학과의 선배들이 멘토링도 해 준다.
◆장학금·취업보장…실질적 혜택
각 대학이 특성화 학과 신입생들에게 제시하는 '혜택'은 이처럼 ▲장학금 ▲해외연수·교환학생 프로그램 ▲사실상의 취업 보장 등 크게 세 종류다. 학생들이 자유분방한 대학생활보다 '실질적 혜택'에 더 매력을 느껴 몰린다는 얘기다.
올해 첫 신입생을 받는 성신여대 글로벌의과학과는 이번 수시모집에서 17.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학과는 국내 첫 '미국 의사 양성코스'다. 국내에서 4년 동안 의예과 교육을 받으면 시험을 보지 않고 미국 AUA의과대 4년 본과 과정에 진학할 수 있다. 이 학교 송지호 간호대학장은 "동료 교수 중에서 농담처럼 '우리 아들은 보낼 수 없느냐'고 물어오는 사람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2004년 설립된 경희대 정보디스플레이학과는 유망 산업으로 떠오른 LCD(액정표시장치)·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디스플레이 산업의 '맞춤 인재'를 양성한다. 권장혁 학과장은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 등 산업체에 맞도록 학생들을 육성하고 있기 때문에 취업률이 100%"라고 말했다.
한양대 파이낸스경영학과(국제 금융)와 인하대 아태물류학부(국제 물류),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국제 서비스) 등도 각각 국제적인 '맞춤형' 전문인력 배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학교가 주는 혜택도 남다르다.
한양대 에너지공학과(수시 경쟁률 42.6대1),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15대1), 국민대 발효융합학과(9.6대1) 등 올해 각 대학의 신설학과 역시 대부분 특성화 학과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대학들이 확실한 지원과 보장을 해 주고 있기 때문에 특성화 학과의 인기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학 상업주의" 지적도
그러나 특성화 학과들의 약진을 정상적인 현상으로는 볼 수 없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태진 전 서울대 인문대학장은 "학생들의 불안감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몇몇 신설 학과들이 우수한 학생들을 독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기존 학과들이 역차별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과 함께, 특성화 학과가 일종의 '낚시성 학과'가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조규익 숭실대 인문대학장은 "모든 학과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깊은 철학 없이 자기 학교 평균 수준 이상의 인재들을 끌어와 전체 평균을 높이겠다는 것은 대학의 상업주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임동석 건국대 중문과 교수는 "하버드나 옥스퍼드 같은 대학이 명문대인 이유는 기초 학문이 튼튼해서인데, 일부 특화된 학과를 가지고 학교를 발전시키겠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 특성화(特性化) 학과
4~5년 전부터 각 대학이 맞춤형 전문인재 양성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원을 집중하고 있는 학과. 경제·경영·생명과학·첨단산업 등의 분야에서 기존 학과의 유망 부문을 통합해 신설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입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0 수능 언어영역 집중 분석 및 2011 학습 대책 (0) | 2010.01.31 |
---|---|
안병만 장관 "올 수능에 EBS 강의 70% 반영" (0) | 2010.01.28 |
서울대 정시논술 "교과서 내용 최대한 활용" (0) | 2010.01.13 |
서울대, 의대 대학원에 국내 첫 '계약학과' (0) | 2010.01.09 |
수능 영어문제 절반, 듣기평가로 (0) | 2010.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