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서울대 수시모집 특목고생들 독무대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10. 2. 5. 23:39
서울대 수시모집 특목고생들 독무대
오현석 기자 | 2010-02-04
 

내신반영 비율이 높아 특목고 학생들에게 불리하다고 알려져 있던 서울대학교의 수시모집에서도, 과학고·외고·자사고 등 특목고 출신 합격자가 강세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특목고 학생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특기자 전형'의 선발인원이 도입 첫해(2005학년도) 426명에서 2010학년도엔 1135명으로 2.6배 이상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일 본지가 입수한 '2010학년도 서울대 고교별 합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번 입시에서 서울대 수시모집 합격자 2020명 중 586명(29.0%)이 특목고 출신이었고, 특기자전형에서는 합격자(1135명)의 절반이 넘는 581명(51.2%)이 특목고 출신이었다. "특기자 전형은 특목고 전형"이라는 세간의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서울대 합격자의 출신고별 현황은 매년 공개되어왔지만, 전형별로 출신 고교 현황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특기자 전형은 특목고 우대 전형"

특기자 전형은 '학업능력이 우수하고 모집단위 관련 분야에 재능과 열정을 보인 학생'을 뽑는 전형으로, 자연계열에서는 특히 수학·과학 분야의 학업능력을 중점적으로 본다.

올해 서울대 수시모집 특기자 전형 합격생 중 과학고 출신은 252명(22.2%)에 이른다. 외국어고와 영재학교 출신은 각각 141명(12.4%)이고, 자사고 출신은 38명(3.3%), 국제고 출신은 9명(0.8%)이다.

내신 성적에서 불리함에도 불구, 특목고 출신이 특기자 전형에서 강세를 보인 것은 "특기자 전형 자체가 특목고 학생에게 유리하게 설계됐기 때문"(서울지역 인문계고교 고3 담임)이라고 학교 현장에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외고 출신 합격생의 특기자 전형 비율이 높았다. 서울대 외고 전체 합격생 305명 중 141명(46.2%)이 특기자 전형으로 입학했다. 한국외대부속외고 합격자의 64%가 특기자전형에서 합격했고, 한영외고와 대원외고도 합격자의 52.4%와 49.3%가 특기자 전형에서 나왔다.

특목고 입시기관 '하늘교육'의 임성호 이사는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한 18개 과학고 중 15곳은 특기자 전형으로만 학생들을 합격시켰다"며 "획일적인 인문계 공교육 환경에서 특기를 계발하고 키우는 게 힘들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특기자 전형 인원 6년간 2.7배 늘려

서울대 수시모집에서 특기자 전형이 처음 생긴 것은 2005년. 소외 지역 학생들을 뽑는 지역균형선발제도가 생기면서 함께 도입됐다.

문제는 특기자 전형 도입 이후 서울대학교의 특목고 출신 신입생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김선동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특목고 학생들에게 내신점수에 이익을 주던 '비교 내신제'가 폐지된 1999학년도부터 2004학년도까지는 서울대 신입생 중 12~13%만이 특목고 출신이었지만, 특기자 전형이 생기고 나서 이 비율은 매년 2~3%포인트씩 수직상승해 지난해에는 24.3%까지 치솟았다.

이런 현상 뒤에는 특기자 전형 선발인원의 증가가 숨어있다. 도입 첫해인 2005학년도에는 426명에 불과했던 특기자 전형 선발정원은, 2010학년도에는 1150명(모집정원)으로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중 소외 지역 학생을 뽑는 지역균형 선발인원은 659명에서 831명(2008학년도)까지 늘어났다가, 2009학년도에 775명, 2010학년도엔 753명으로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