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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고 베이징·칭화대 졸업생들의 진로는?

아이미래디자인연구소 2011. 1. 5. 17:32

2011년 1월호

중국 최고 베이징·칭화대 졸업생들의 진로는?

가장 원하는 직장은 유명 공기업

글 : 金南成 月刊朝鮮 기자 

 

중국 베이징 하이딩취(海淀區)의 청푸루(成府路). 이곳 횡단보도 하나를 두고 중국 최고 명문 대학인 베이징대(北京大)와 칭화대(淸華大)가 서로 마주하고 있다. “중국의 정신은 베이징대에서 배양하고, 중국의 기술은 칭화대에서 가르친다”는 말처럼 두 대학은 중국 지성의 대명사다. 전(全)세계 유수 기업들은 13억의 인재라고 불리는 이 중국의 초(超)엘리트들을 잡기 위해 1년 내내 이곳에 진을 치고 있다.
 
  기자는 베이징대 캠퍼스 안에 있는 광화관리학원(光華管理學院)을 찾아갔다. 우리의 경영학과인 광화관리학원은 중국 최고 대학인 베이징대에서도 입학점수가 가장 높은 학과다. 베이징대답게 고풍스러운 5층 학과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벽면 한쪽을 빼곡히 채운 포스터가 먼저 눈에 띈다. 세계 각국 유명 기업의 교내 취업설명회에 관한 포스터다. 한 번 들으면 알 만한 기업들이다.
  
  ‘맥도널드, 아메리칸 뱅크, 유니레버, 중국은행, BCG(보스턴 컨설팅 그룹)….’
 
  전세계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의 우수 두뇌를 확보하기 위해, 광화관리학원과 공동으로 취업설명회를 연중무휴로 열고 있다. 하지만 1층 로비를 바쁘게 지나다니는 학생들 중 포스터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은 거의 없다. 로비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학생 아니면 간간이 지나가는 한국 유학생들이 새로 게시된 취업정보에 관심을 가지는 게 전부였다.
 
 
 
“한달 전부터 취업설명회 예약 끝나”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 전경. 우리나라의 경영학과에 해당하는 광화관리학원은 베이징대에서도 입학 점수가 가장 높다.

  기자는 로비에서 30분 이상을 기다린 후에, 게시판 앞에서 포스터를 보고 있는 광화관리학원 3학년 쉬진펑(徐晋鵬)씨를 만났다. 그는 친구를 기다리다가 잠시 게시판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쉬씨에게 “중국학생들이 취업설명회에 관심이 없는 듯하다”고 묻자 그는 “학과 내에서 학부 졸업 후 바로 취업하겠다는 중국학생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취업설명회에 관심이 적다”고 말했다. 쉬씨는 “졸업하자마자 취업하는 학생들도 2년에서 5년 정도 경력을 쌓고 MBA나 유학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베이징대 졸업생취업지도센터 게시판에 올라온 취업정보와 관련된 게시물은 모두 3만4265건. 매주 50건 이상 취업설명회가 열렸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여기에 각 단과대학별로 단독으로 진행된 설명회나 강연회를 합친다면 하루에 적어도 10개 이상의 국내외 기업이 베이징대에서 취업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베이징대 졸업생취업지도센터측에 따르면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2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취업지도센터 담당자는 “이미 한 달 전부터 취업설명회 일정이 모두 잡혀 있기 때문에 미리 신청하지 않으면 교내에 장소를 섭외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웃에 있는 칭화대도 사정이 비슷하다. 칭화대는 전통적으로 이공계(理工系) 학과가 강세이기 때문에 우수한 이공계 인재를 입도선매(立稻先賣)하기 위한 기업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고 한다. 현 중국 주석인 후진타오(胡錦濤)가 이 대학교 수리공정과(水利工程科), 차기 주석으로 내정된 시진핑(習近平)이 공정화학과를 졸업했다.
 
  지난 10월 31일 석간지인 〈베이징완바오(北京晩報)〉는 HR회사인 커루이(科銳) 정수빙(鄭樹氷) 부총재의 말을 인용, “올해 기업들의 모집 규모는 30% 정도 늘었고 8월부터 캠퍼스 우수 인재 쟁탈전이 시작되었다”며 중국에 있는 기업들의 인재 확보 상황을 전했다.
 
 
  “졸업만 하면 취업하는데 뭘…”
 
  칭화대의 취업지도센터가 발행한 <2010 졸업생 취업동향에 대한 보고서>
 
  (2010 淸華大卒業生就業狀況)에 따르면, 2010년 7월 졸업한 학생 가운데, 취업을 희망한 학생의 97%가 취업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학과별로는 공상(工商)계열과 전기, 컴퓨터 계열 전공자의 취업률이 높았다. 베이징대는 취업 희망자의 87% 정도가 기업에 취업했으며, 학과별로는 광화관리, 경제학과, 심리학과가 취업률이 높았다. 그중에서도 심리학과는 취업 희망자 전원이 취업에 성공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런 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업률이 낮은 학과는 법학과, 국제관계학과, 신문방송학과이다.
 
  취업률의 편차는 다소 있지만, 베이징대나 칭화대의 중국인 학부생들은 “졸업만 하면 취업할 수 있는데, 뭘 고민하냐”는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한다.
  
  지난 3월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는 지난해 베이징시위원회가 발표한 자료를 근거로 중국 내의 30개 명문대학 전체적인 취업률이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대학교 취업지도센터 리쥔카이(李軍凱) 부주임은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중국 명문대학생들의 취업률 상승에 대한 이유로 세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교내에서 진행되는 맞춤형 취업에 대한 교육, 둘째는 정부나 시에서 지원하는 취업 인재 풀 사이트, 마지막으로 영재망(英才網),초빙망(招聘網),51 job으로 대표되는 취업 전문 사이트의 등장이다. 취업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다양해져 취업 정보가 학생들에게 고르게 전달되면서, 그만큼 기회가 늘어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베이징대 취업지도센터 조사자료에 따르면 2010년 졸업 예정인 베이징대 본과생 3197명 가운데 50% 정도가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희망하고, 나머지 50% 정도는 대학원 진학이나 유학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칭화대의 경우, 졸업예정자 6000여 명 가운데 절반을 약간 넘는 3300명 정도가 졸업 후 취업을 희망했다고 한다. 베이징대 취업지도실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약 20% 정도 많은 학생이 졸업 후 대학원 진학을 희망했다”고 말했다.
 
 
  전세계 기업과 유명 대학교 장학 프로그램이 200개 이상
 
  베이징대 신문방송학과 학생생활지도담당 가오(高) 주임도 기자에게 “학과 졸업생 100명 정도 중에 50명 정도는 졸업 후 본교 대학원이나 유학을 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대학원 진학을 택하는 학생이 늘어나고 있으며, 미국으로의 유학을 택하는 학생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2월 2일 베이징대 교양수업 ‘베이징 풍물과 문화’ 시간에 이 학교 신방과, 사회학과 학부생들을 만나 졸업 후 진로에 대해 물어봤다. 10여 명의 중국학생 가운데 5명은 대학원 진학 또는 유학을 희망했다. 3명은 취업을, 다른 서너 명은 취업과 진학 가운데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이 가운데 대학원 진학을 택한 사회학과 유(劉)모씨는 진학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대학원 진학과 취업 가운데 고민을 하다 대학원을 택했습니다. 베이따(北大·중국에서 베이징대를 부르는 말)를 나온 것만으로 유명한 기업에 취업할 수는 있죠. 하지만 중국 경제가 발전하면서 국내외 유수 기업들과 해외의 명문대학들이 우리 중국학생들에게 다양한 장학금을 주고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이런 기회를 그냥 보낼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또 앞으로 제가 정말 원하는 걸 얻으려면 학부 공부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유씨를 포함해 기자가 수업 시간에 만나 얘기를 나눈 중국학생들은 “비싼 유학 비용과 대학원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 취업을 택했던 예전과는 달리 중국 명문대생들은 진로 선택의 폭이 매우 넓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베이징대 국제합작부(北京大國際合作部) 게시판(www.oir.pku.edu.cn)에는 삼성, 포스코 등 국내 기업이 진행하는 장학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예일대, 옥스퍼드대, 도쿄대 등 세계 명문대학 대학원 장학금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가 매일매일 업데이트되고 있다. 국제합작부 관계자는 “올해만 모두 200여 개 장학금 프로그램 신청자를 모집했다”며 “해외 유명대학교 진학 장학금 신청자 수와 경쟁률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원하는 직장은 유명 公기업
 
  칭화대 공공관리학원 1학년생인 차오(喬·23)씨는 “칭화대 신방과 동기생 62명 가운데 24명이 대학원에 진학했고, 그중 절반이 해외유학을 떠났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해외유학생 가운데 상당수는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고 했다. 차오 씨의 얘기다.
 
  “요즘은 많은 중국 국영기업들이나 유관 연구소들이 취업 준비생들의 학벌(學閥)과 학위(學位)를 중요시합니다. 아무리 칭화대라고 해도 학부만 졸업해서는 자신이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명문대 학생들이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학원이나 해외 유학을 떠나는 게 요즘 중국 명문대의 현상입니다. 장학금 혜택이 많아져 해외 유학 가는 길도 넓어졌습니다.”
 
  그는 자신을 포함해 많은 중국학생이 가장 원하는 직장은 “중국계 유명 공(公)기업이나 유관 연구소”라고 했다. 그는 대학원 졸업 후 중국 국영방송인 CCTV에 입사하는 게 목표다.
 
  중국 인터넷 신문인 <둥팡왕(東方網)>에서는 최근 기사에서 2011년도 중국 연구생 시험(대학원 진학을 위한 시험)을 앞두고 대학원을 진학하는 학생을 총 3가지 유형으로 나누었다.
 
  첫째는 창업형 준비생으로, 주로 상하이(上海)나 온저우(溫州) 항저우(杭州) 등 경제가 비교적 발달된 도시에서 온 학생들이다. 졸업 후에 당장 경제전선으로 나가기보다는 자신의 미래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설계하고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려는 학생을 일컫는다. 두 번째 유형은 학업형 준비생이다. 특정 학문에 대해 뜻을 두고, 좀 더 심층적인 연구를 위해서 연구생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이다. 마지막으로는 신분개선형 준비생이다. 소위 ‘학벌세탁’을 통해서 학력 콤플렉스를 극복하고자 하는 학생과 대학원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연봉 또는 가치를 올려 보려고 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기사에 따르면 학업형 준비생보다 다른 두 유형의 지원자가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며, 역사나 사회학 같은 순수학문보다는 좀 더 실용적인 농업과학, 경영, 정치관리 등의 학문을 선호한다고 한다.
 
 
  영어는 필수
 
베이징대 학생들이 한 기업의 회사안내 현수막 앞을 지나고 있다.

  한국의 대학교에서는 취업을 위한 영어 공부를 위해 TOEIC이나 TOEFL 책을 들고 다니는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의 대학교에서는 유학 준비를 위해 GRE TEST를 공부하는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강의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영어 책은 옆에 놓여 있다. 틈 나는 대로 단어를 외우고, 영어 공부를 한다. 수업이 끝난 후 외국인 친구와 앉아서 자연스럽게 수다를 떠는 것은 중국 명문대 학생들에게는 일상 생활이다. 한 손에는 중국식 햄버거 젠빙(煎餠)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영어단어 책을 들고 바쁘게 지나가는 중국 대학생의 모습은 근래에 중국 대학교에서 마치 유행과도 같이 보이는 모습이다.
 
  중국 최대의 어학원 신동방어학원의 Elite Center 프레드(FRED) 씨는 “영어를 배우러 오는 사람들의 수가 몇 년 사이에 급격히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영어를 배우기 위한 목적도 다양해졌다고 한다. 프레드 씨의 설명이다.
 
  “이전에는 직장 내 승진이나 취업을 위해서 영어를 배우려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제는 개인의 만족을 위해 영어를 배우려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영어가 유창해지면, 더 폭넓은 인맥을 가질 수 있게 되며, 개인의 사회적인 위치가 높아 보인다는 생각을 하는 중국인이 늘고 있어요.”
 
  영어가 취업이나 승진을 위한 수단을 넘어서 개인적인 사회생활이나 개인의 사회적 위치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영어 열풍과 함께 미국이나 영국 등 영어권 국가로의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늘어 나고 있다. 중국 명문대생들이 미국 유학을 원하는 이유를 베이징대 광고학과 쿵룽(孔龍·23) 씨에게 물어봤다. 그는 현재 미국 유학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영어가 가장 큰 이유입니다. 중국이 지금 급속도로 커지고 있지만 아직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니까요. 앞으로 중국 어느 분야에서나 높은 지위에 오르고 싶다면 반드시 영어를 해야만 합니다. 이 때문에 영국은 미국 다음으로 많이 가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영어를 배울 수 있고, 영국에서 공부를 하면 미국에서 취업하거나 할 때 학위 인정을 비교적 잘해 준다고 들었습니다.
 
  ―유학비용은 어떻게 충당합니까.
 
  “사실 중국 대학생이 자비(自費)로 유학을 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많은 베이따, 칭화대 학생들이 미국이나 다른 나라의 유학을 접고 국내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하지만 근래에는 해외대학교에서 우리 중국학생들을 대상으로 교환학생이나 장학금 제도를 많이 만들었습니다. 이 덕분에 많은 중국학생이 장학금을 받고 유학을 떠나고 있어요. 저도 그런 장학금을 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해외 유수 기업에서 제공하는 장학금을 통해서 해외로 나가는 학생이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제 친구 중 한 명도 한국 기업인 포스코 장학금을 통해서 포항공대에서 연구생으로 있습니다.”
 
 
  틀에 박힌 중국 대학생활의 탈출구
 
전세계 기업들이 13억명의 인재라는 칭화대, 베이징대 졸업생을 채용하기 위해 1년 내내 학교를 찾고 있다. 사진은 칭화대 정문.

  지난 11월 23일 <징화스바오(京華時報)>에 중국의 명문대학 졸업 후, 다시 해외의 우수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귀국한 학생들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이 인터뷰에서 베이징대를 졸업한 유추청 씨는 유학을 통해서 앞으로 자신의 미래에 필요한 세계적인 인맥과 경험을 얻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베이징대 영문과를 졸업한 후,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그녀는 “이미 자신의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선배들이 생겨서 너무 좋다. 나의 베이징대 인맥과 스탠퍼드 인맥이 더해지면 앞으로 내가 중국에서 사업을 해나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포부를 밝혔다.
 
  중국 런민대(人民大)를 졸업 후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멍흔이 씨는 유학은 틀에 박힌 생활을 했던 중국의 베이징대, 칭화대, 런민대의 대학생들에게는 “탈출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대학 졸업 후 해외 대학원 시험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그동안 자신에 대해 돌이켜 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얼마 전 베이징대 수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아이큐 260의 천재가 졸업 후 장학금을 받고 MIT로 유학가는 것을 포기하고 베이징의 한 절로 들어갔다는 기사가 관심을 끌었다. 중국의 일부 네티즌들은 이 천재를 지치게 만든 중국의 교육 시스템을 비판하며, 그에게 하루빨리 MIT로 유학 갈 것을 권유했다.
 
  중국의 명문대 학생들은 보통 매 학기 12개 정도의 수업을 듣는다. 보통 한국의 대학들이 매 학기 5~6개 정도의 수업을 듣고, 미국의 경우 3~4개 정도의 과목을 듣는다고 볼 때 무려 2~3배 정도 많은 수업을 듣는다. 이처럼 많은 수업을 듣던 중국 대학생들에게 해외 유학은 여유를 가지고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본국인 중국으로 돌아오면 밝은 미래가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취업 전에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서 유학을 즐기는 것이다.
 
 
  석사 초임 4160위안, 대졸자 2514위안
 
  최근 점점 많은 기업이 중국의 명문대를 나와서 영어권에서 유학을 한 중국인재를 선호하고 있다. 중국에서 명문대를 나오고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든 동기들에 비해서 유학을 마친 후 중국으로 돌아오면 대우가 훨씬 좋아진다고 말한다.
 
  광고 PR 회사인 오길비(Ogilvy)의 아시아 지사(Asia Branch)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가오이양(高怡陽·25) 씨는 중국의 우한대학교(武漢大)를 졸업한 인재이다. 대학 재학 당시부터 유창한 영어실력을 자랑하는 그녀는 졸업 후에 외국계 회사에 취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영어 능력을 인정받아 다른 동기들보다 더 높은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영어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어를 못하는 사람보다 보통 1.5~2배 정도 대우가 좋아진다”고 했다. 이처럼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그녀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고 한다. 그녀의 얘기다.
 
  “같이 대학을 졸업한 친구 중에 미국으로 유학을 간 친구가 있어요. 유학 후에 외국계 회사에 취업을 해서 돌아왔는데 다른 동기생들보다 정말 더 좋은 대우를 받고 있어요. 중국에서 높은 지위에 올라가고 싶다면 유학은 필수 같아요. 그래서 저도 기회가 된다면 유학을 가 보려고 생각 중입니다.”
 
  <베이징완보(北京晩報)>의 조사에 따르면, 컨설팅업체인 MYCOS와 포털사이트 QQ.com이 지난 9월 말 중국 대학생 2만8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11년 석사 졸업생들의 평균급여는 4160위안(약 75만원), 대졸자는 2514위안(약 45만원), 전문대는 2077위안(35만원)으로 조사되었다. 대졸자와 전문대졸자의 임금 격차보다 석사 출신과 학부 졸업자의 임금 격차가 매우 큼을 알 수 있다. 삼성전자 중국 법인 홍보실 조신형(趙信衡·39) 차장은 “학부생과 석사생들의 임금 격차도 중국 명문대생들이 대학원을 진학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업종별로 보면 정보통신(情報通信) 및 전자(電子) 분야의 석사 및 대학 졸업생들의 평균 급여가 가장 높아 각각 5794위안과 2784위안이었다. 전공별로는 전자정보통신(電子情報通信)계열 석사 출신이 월 평균 5373위안으로 가장 높았고 대학졸업생의 경우 에너지동력 전공이 3027위안으로 가장 높았다. 고용 기업별로는 ‘중외합자(中外合資), 외자기업(外資企業)’의 계약 월급이 가장 높아 석사, 대졸자의 월급은 각각 5473위안, 2917위안이었으며 그 다음은 국영기업(國營企業)으로 각각 4264위안과 2599위안이었다.
 
 
  삼성·LG 정도에는 매력 못 느껴
 
외국 IT 기업들이 둥지를 튼 칭화대 과학기술원.

  중국에 진출한 한국 유수 기업들은 베이징대, 칭화대를 졸업한 중국 인재들을 어떻게 채용 관리하고 있을까. 앞서 만난 중국 명문대생들은 한결같이 유학을 떠나거나, 중국 유명 국영기업에 입사하고 싶어했다.
 
  이들에게 한국 유명 대기업인 삼성, LG, 현대 등은 별다른 매력이 없는 듯했다. 실제 베이징대나 칭화대에서 한국 대기업의 입사(入社) 설명회가 열리면 거의 한국인 유학생 차지라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런 중국의 현상을 모르고 생긴 해프닝도 많다. 베이징대 MBA 과정에 다니는 한국 유학생의 얘기다.
 
  “올해 초 한국 유명 은행 지주(持株)회사 회장 한 명이 베이징대 총장과 친분이 있어서 광화관리학원 수업에 특강(特講) 겸 은행 설명회를 하러 왔습니다. 그런데 중국학생들의 관심이 전혀 없고 참석률이 저조하자, 교수들이 수업 인정을 해 주겠다고 이들을 억지로 특강에 가게 했어요. 특강에서 중국학생들은 거의 졸거나 딴짓을 하고 한국 유학생들만 취업 관련 질문을 하는 통에 아주 웃음거리가 됐습니다. 보통 광화관리학원 특강은 매킨지, BCG 등 다국적 컨설팅 회사나 미국·영국계 투자은행 회장들이 와서 강의를 합니다. 중국학생들 사이에서 ‘특강할 급(級)이 아닌데 특강을 했다’는 말이 나와서 아주 민망했습니다.”
 
  중국 포스코 인사부 관계자는 “저희 중국 지사에서는 베이징대나 칭화대에서 취업설명회를 하지 않는다”며 “한국 본사에서 가끔 두 학교 출신 중국 인재들을 채용하는데 이들이 오래 다니지를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두 학교 출신들은 대부분 장학금을 받고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 학과의 경우 70% 이상이 대학원에 진학한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이 두 학교 대신 철강관련 학과의 중국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이들을 현지에서 연구인력으로 채용하고 있다.
 
 
  중국 최고 인재 확보 고민
 
  중국삼성도 비슷했다. 중국삼성전자 조신형 차장의 얘기다.
 
  “베이징대나 칭화대 출신들에게 삼성을 포함해 한국 대기업들이 얼마나 매력적인지는 자신할 수 없습니다. 애써 뽑았는데 대학원이나 유학을 이유로 퇴사하는 경우도 많고 실제 지원도 많이 하지 않습니다. 물론 베이징대나 칭화대도 과마다 조금 다릅니다. 베이징대 한국어과를 졸업한 중국학생들은 저희 사무실에도 많이 있지만 전자 통신 등에서 일할 수 있는 연구인력은 찾기 어렵죠. 그래서 삼성은 필요한 인재를 중국에서 길러서 채용합니다.”
 
  중국삼성은 지난 2002년부터 베이징대, 칭화대 등 26개 주요대학에서 3400여 명의 장학생을 선발,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베이징 유뎬대(郵電大) 대학원 과정에 휴대폰 전공 과정을 설립했다. 양측은 유뎬대에서 매년 석사 8명, 박사 4명 총 12명을 배출할 계획이다. 이들을 졸업 후 삼성전자에 입사시켜 휴대폰 관련 연구개발(R&D)에 투입할 계획이다.
 
  중국에 법인을 둔 몇몇 대기업 관계자들도 삼성이나 포스코와 비슷한 상황이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전세계 최고 기업들이 중국에 몰려오고, 중국 거대 기업들이 성장하는 상황에서 한국 대기업들이 중국의 인재들을 확보하는 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한국은 중국 엘리트들에게 북한과 대립하고 있는 작은 나라라는 인식을 어떻게 지우느냐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