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의 혁명 '브레인 웨이브'] [1] 뇌가 열린다 학문이 모인다
인간을 이해하려면 1.4㎏ 뇌를 들여다봐야"… 인문·사회·예술계도 관심
수도승 머리에 전극 꽂아 '종교와 마음' 연구도프로 골프선수와 초보자의 스윙 순간 뇌 상태를 fMRI(기능성 자기공명영상)로 찍었더니 완전 딴판이었다. 초보는 머릿속에서 배운 것을 정리하느라 생각이 복잡했다. 감정 중추인 변연계까지 뇌가 활성화돼 있었다. 반면 프로는 반복훈련 결과 뇌의 운동피질만 조금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과학 전문 학술지 뉴로이미지에 실린 논문 내용이다. 피아노 레슨도 마찬가지. 숙달된 피아니스트의 뇌를 스캔해보면 손가락을 관장하는 뇌 부위가 유독 발달해 있다. 골프, 피아노, 젓가락질에 미숙한 것은 '몸치'여서가 아니다. 뇌의 신경망 연결이 덜 형성된 탓이다. 그뿐 아니다. 남녀의 생각차이는 물론 정치적 보수·진보의 성향 차이, 동·서양 문화 차이, 종교적 믿음까지 이제는 뇌로 설명이 가능하다.
무게 1.4㎏ 안팎(체중의 약 2%)에 불과한 이 양배추 모양 장기 주변에 이공학계는 물론 인문·사회과학계까지 몰려들고 있다. 뇌신경기술 분야 저자인 잭 린치는 이를 농업·산업·정보화 혁명에 이은 제4의 혁명 '브레인 웨이브(Brain Waves)'라 부른다.
뇌를 정점으로 한 신경계를 뜻하는 접두어인 뉴로(neuro)는 학계에서 최첨단과 동의어가 됐다. 뇌과학과 사회과학을 결합한 '소셜-뉴로사이언스'부터 건축에 접목한 '뉴로-아키텍처'에 이르기까지 뇌과학 열풍의 기세는 논스톱이다. 출판계는 이미 뇌 서적 홍수다. '긍정의 뇌'(질 테일러·윌북)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바버라 스트로치·해나무) '브레인 룰스'(존 메디나·프런티어) '뇌가 나의 마음을 만든다'(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바다출판사) 등 서가 하나를 채우고도 넘친다.
◆왜 지금 뇌인가
전통적으로 인간 현상 탐구의 출발점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근대과학과 더불어 계량이 어려운 마음 대신 '행동'에서 규칙을 발견하려는 학문적 연구가 대세를 이뤘다. 주요 고전 사회경제 이론이 그렇게 출발했다. 하지만 그 전제였던 '이성적 인간'이란 가설은 '불합리·비합리적인' 현상 앞에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심리학, 정신분석학이 인간 내면을 들췄지만 근거가 부실했다. 20세기를 풍미했던 거대 이론이 흔들리면서 다시 개인의 선택에 관심이 쏠렸다. 이런 상황에서 fMRI와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술) 같은 첨단 장비들이 등장했다. 컴퓨터의 발달과 맞물려 뇌의 형태는 물론 기능까지 영상화할 수 있게 됐다. 학자들은 너도나도 뇌로 고개를 돌렸다. '뇌과학'은 이제 '과학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인문·사회학도까지 관심 갖는 분야가 됐다고 김주환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말한다.
fMRI는 연속적으로 진행 중인 뇌 활동을 포착해낸다. 각종 상황에서 뇌의 어떤 부위가 얼마만큼 활성화되는지를 관찰하면서 학자들은 인간 행동과 선택의 비밀을 풀어낸다. 심지어 수도승의 머리를 들여다보고 종교와 마음의 내밀한 관계를 밝히려 한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셈이다.
◆관심 폭발하는 '뇌담론'
대학에서도 '뇌담론'은 폭발하고 있다. 지난 19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LG 반도체홀 강당은 중·고생들로 북적댔다. 이곳 뇌과학연구센터가 주최한 대중강연회였다. 강사인 한종혜 고려대 교수는 인기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남녀가 뒤바뀌는 주인공들의 행동을 뇌 차이로 설명했다. 이어 이수영 카이스트 교수는 영화 '인셉션'과 '아이로봇'을 소재로 꿈과 뇌과학을 이야기했다. 같은 날 인천 가천의대 길병원에서 주최한 '뇌과학, 학문의 경계를 허물다' 강연도 정원 초과였다. 이인식 과학문화연구소장의 '뇌연구와 지식융합'에 이어 홍성욱 서울대 교수의 '예술가의 뇌와 과학자의 뇌' 강연이 이어졌다. 미국의 뇌과학학회에는 얼마 전부터 최신 맥북을 펴든 금발 백인 여성들로 붐빈다. 잘나가는 분야라는 뜻이다.
뇌가 가진 폭발적 잠재력에 대한 기대는 상승 곡선을 긋고 있다.
이수영 카이스트 교수는 "고령화사회로 가면서 치매 같은 두뇌 질환 치료가 당면 과제로 떠올랐고 미래 노동력 대체를 위한 휴먼 로봇 개발에 대한 기대 또한 뇌 연구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뇌 연구의 선두 주자 중 한 명인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는 '브레인 룰스'의 서평 제목을 이렇게 달았다. '뇌를 지배하는 사람이 세상을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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