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일간지에 대치동이 휴업 중이나 마찬가지라는 기사가 떳습니다. 뭔 소린지 읽어 내려가다 보니 시험기간에는 학원들이 쉬고 부모들은 밖으로 돌아다니지도 않고 아이 뒷바라지를 하기 때문에 식당에 손님이 없다는 군요.
어제 작은 녀석의 중3 첫 시험이 끝났습니다. 고3 큰 아이의 시험은 시작되는 날이지요. 아침 8시까지 시험감독을 하기 위해 후다닥 준비하고 나서면서도 작은 아이 친구엄마들께 문자를 보냈지요. '아이들 시험 끝나는 날은 엄마들 모이는 날'
시험 끝나는 날은 아이들도 엄마들도 들뜨는 날이랍니다. 큰 녀석 시험 감독은 9시 55분에 끝내고 10시까지 모임 장소로 달려갔지요. 먼저 와 기다리는 엄마들과 함께 '수다 폭풍'이 이어집니다. 브런치를 앞에 놓고 떠들다 목마르면 한 모금씩 커피를 마십니다. 대화 내용은 이번 시험에 대한 반응들을 알아보는 것이지요.
중3이라 고등학교 진학이 가장 관심사입니다. 모임의 규칙은 정확한 성적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규칙을 잘 유지해야 서로 빈정 상하지 않고 지낼 수 있어요. 경쟁 상대가 되면 모임을 오래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각자 아이들을 칭찬해주고 하소연을 하면 위로도 해 줄수 있는 유익한 관계는 이런 분위기에서 시작됩니다.
시험이 끝난 작은 녀석이 친구집에 도착했다고 전화를 합니다. 전화기 너머로 친구들의 왁자지끌한 소리가 들리네요. 그래도 엄마 기분 맞추고 편하게 놀려고 오늘 본 시험 점수를 작은 소리로 알려 줍니다. 엄마가 됐다고 얘기하고 재미있게 놀아라고 허락하면 이제 부터 본격적인 놀이가 시작되는 것이지요. 작은 녀석 친구는 '철인 3종 경기(축구, 농구, 야구)'준비물을 아예 챙겨서 아침에 나갔다는 군요. 공부를 그렇게 계획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다들 대단하다고 했습니다. 뭔가 될 녀석이라고 늘 생각해 봅니다.
아이들은 점심먹고 저녁시간이 되면 집에 오니 엄마들도 자유시간입니다. 시험 얘기를 나누다 보니 이번 시험 난이도도 알 수 있고 우리 아이 수준도 감을 잡게 됩니다. 작은 녀석이 어렵다고 한 과목은 다른 아이들도 어려웠다고 하니 약간 안심은 됩니다.
중3. 진학하고 싶은 학교가 정해졌습니다. 지나 금요일에는 진학할 학교 캠퍼스 투어도 다녀왔습니다. 남자 아이들 부모님이 대부분이더군요. 역시 남자 아이들은 아직 챙길 것이 많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군요. 후후.
학교 구경을 하고 나니 더 보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업은 버거울 것 같지만 학생들이 경쟁적이기 보다 서로 잘 돌봐 주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진학을 위해서는 내신성적이 너무 중요하기에 더 긴장되었나 봅니다. 시험기간 내내 소화가 안된다며 화장실을 들락 거렸습니다. 아이에게 스트레스 관리를 하지 못하면 진학 한 후가 걱정이 되어 보낼 수 없다고 하자 놀라더군요. 물도 자주 마시고 반찬도 골고루 먹고 일찍 자는 등 스트레스 다스리려 무척 애썼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자기 앞가름하는 아이가 되나 봅니다.
<시의 철학적 고찰>이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고 하는 군요. 너무 재미있어 80페이지를 훌쩍 넘겼답니다. 유명한 현대시들을 설명한 책인데 제법 이해를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저녁시간 내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책 속에서 멋진 이들을 또 만났나 봅니다.
저녁식사 후 남편이 작은 녀석 핸드폰 카카오 톡에 적힌 글귀를 보았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아니." 저 보다 낫더군요. 뜻 좀 알려달라고 문자 보냈는데 대답이 을 못 들었답니다.
갑자기 궁금해져 녀석의 글귀를 보았습니다.
'The future is a clean slate, and you hold the chalk (미래는 백지이니 너가 써내려가라).'
아들 녀석이 멋진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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